노인장기요양 수급 장애인 ‘공공일자리 기회 박탈’ 인권위 집단 진정복지부, ‘장기요양등급판정을 받은 자’ 공공일자리 참여 대상 제외
“원하지도 않는 노인장기요양 강제 전환, 노동권마저 침해하는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6개 단체는 23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노인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의 공공일자리 기회 박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집단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은 공공일자리에 참여할 수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으로 인해 참여 기회를 박탈당한 장애인들이 반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집단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 9명은 만 65세 이상의 나이로 모두 노인장기요양을 수급받게 된 장애인으로, 복지부의 해당 지침으로 인해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비롯한 공공일자리에 지원하지 못하거나 참여가 중단되거나 일자리를 지속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 수급권을 포기해야 했다는 이유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 등 6개 단체는 23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노인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의 공공일자리 기회 박탈에 대한 인권위 집단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동할 권리에 예외는 없다! 노인과 장애인 갈라치기 중단하고 공공일자리 보장하라!’ 피켓. ©에이블뉴스
한자협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복지법’ 제21조(직업) 및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13조의2에 근거해 ‘취업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사회참여 확대 및 소득보장 지원’, ‘근로연계를 통한 장애인복지 및 자립생활 활성화’를 목적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24 장애인일자리 사업 소개’의 ‘공공일자리 참여 제외 대상’으로 ‘장기요양등급판정을 받은 자’를 포함시켰다.
또한 통상적으로 정부 부처의 지침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유사 정책·사업의 표준 지침으로 준용되므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 내 해당 기준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별도 재원으로 시행 중인 공공일자리 지침에도 동일하게 삽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 등 공공일자리 사업을 신청할 수 없고, 참여하고 있던 장애인이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는 즉시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가 중단된다.
23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노인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의 공공일자리 기회 박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집단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백인혁 정책국장. ©에이블뉴스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노인장기요양’의 수급자가 된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상실과 소득 감소, 사회적 관계 단절, 보전급여 내 활동지원 시간 감소, 일자리 참여를 위한 돌봄 시간 포기와 같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자협은 지적하고 있다.
한자협 백인혁 정책국장은 “노인장기요양은 장애인들이 받고 싶어서 받는 것이 아니다. 활동지원서비스 등 장애인 사회복지서비스를 받다가 만 65세가 도래하면 강제적으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이 문제로 인해 활동지원 시간이 크게 삭감돼 수년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제 같은 문제로 장애인들의 노동권마저 침해하고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인해 당사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는 당장 만 65세 이상 장애인들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동권을 침해 받는 피해 장애인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는 중증장애인도 노동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진정을 인용하고 중증장애인 중 장기요양등급판정을 받은 장애인도 공공일자리에 일할 수 있도록 권고를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노인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의 공공일자리 기회 박탈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진정인 구용호 씨는 “2021년부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를 통해 일하고 있었으나 올해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청으로부터 두 번이나 거절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어라 항변도 못하고 공공일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수급을 포기했다. 몇 번의 면접 끝에 현재 복지형 일자리를 통해 일하고 있다”면서 “나는 만 65세 이상 심한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다. 그렇다면 일할 수 없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현재 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비록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내 삶은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 노인도, 장애인도, 그 누구도 노동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복지부는 제발 허울만 좋아보이는 정책으로 장애인을 기만하지 말고 장애인이 웃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이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진정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6명을 대상으로 인권위에 보건복지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비롯한 장애인의 ‘공공일자리’ 전 영역에서 ‘노인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자’를 포함하라는 시정 권고를 내려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