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에는 곧잘 흔들린다.
만날 사람
없지만 바람이 불면 가슴 설리게
울렁이고
비라도
내리면 가슴이 먼저 어딘가를 향해
젖어든다.
세월 앞에 굴복해
버릴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마음이
시려진다.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시간을 이기지못하고
흔들린다.
내 나이 말하고
싶지않은 세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되는
나이. 홀가분이 벗어 나려다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젊은날 내안의 파도를
잠재우는 나이. 세월의 무게로 나를
짓누른다.
이 나이가 되면 휘청 거리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내안의 숨겨진 파도는 물살을
일으키고
부셔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곧잘
흔들린다.
아마도
이건 정숙함을 가장한 삶의 일부분 일뿐일
것이다.
추적 추적 내리는
비, 높게 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
창 가에 비치는
햇살,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가을
향기,
너머 너머 내리는 하얀
눈, 이 모두가 내가 비켜 가야할 유혹
들이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을 만나고 픈 그런 나이는
지났는데...
사소한 것
까지도 그리움과 아쉬움이 되어버린
나이.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이 아닌 슬픔과 외로움으로 남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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