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로 만든 낫이나 칼도 오래 쓰면 날이 무디어져서 잘 들지 않는다.
그럴 때는 숫돌에 갈아야 한다. 숫돌에 가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 아파트에는 화요일마다 알뜰장터가 서는데 그 때 70대로 보이는 칼갈이 노인이 전을 벌이고 있다.
낫이나 칼을 갈 때는 양면을 갈지만 어느 한쪽을 많이 갈고 반대편은 날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만 간다.
잘못하면 옥갈아서 오히려 갈지 않은 것보다 더 못할 경우도 생긴다. 옥간다는 것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비유하자면 중앙선 침범이다. 날이 제대로 섰는지 옥갈아졌는지는 엄지 손가락 지문 있는쪽으로 날을 살짝 건드려 보면 알 수 있다. 날을 제대로 갈지 않아서 아직 서지 않았을 때는 미끌미끌 하다. 그런데 날이 완전히 섰을 때는 까끌까끌하다. 신경을 바짝 써서 조심스럽게 살짝 문지르지 않으면 살갗이 슥싹 베어져 버린다. 심하면 베인 상처에서 붉은 피가 솟아 오른다.
칼이나 낫은 숫돌에 갈기라도 하지만 더 오래 쓰면 날이 쉬 무디어져서 일년에 한번씩은 성냥간(대장간)에 가서 벼르야 한다.
괭이나 호미 등 농기구도 손잡이를 빼어 놓고 쇠붙이만 벌겋게 달군 불속에 집어 넣었다가 집게 로꺼내어 모루 위에 놓고 큰 망치로 두들겼다가 곧 바로 물통 속에 집어 넣었다 뺀다. 소위 질화법과 담금질 급냉으로 철 조직중의 탄소함량을 증가시켜 강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자동차 엔진도 오래 쓰면 연소실인 실린더가 마모되어 보링을 해야 한다.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엔진도 우리가 배를 탈 때에는 대략 3천시간마다 오버호울 해서 내부를 청소하고 피스톤링을 새 것으로 갈아넣었다. 그런데 요즘은 재료강도와 기술의 발달로 2만시간까지 미개방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인간의 평균수명도 길어졌지만 노쇠현상은 피할 수가 없는지 작년부터 내게도 척추디스크가 말썽을 부리고 있다. 요추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가 밀려나와 하지로 가는 신경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아보고 지압도 받아보았지만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은 성냥간에 가서 벼르기를 해야 될 모양이다.
'초과회복(supercompensation)'이란 말이 있다. 주로 스포츠 의학용어로 많이 쓰인다. '초과회복'이란 부상을 입었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단순 회복을 넘어 부상 전보다 더 나은 몸상태가 되는 걸 의미한다. 손상된 팔꿈치 인대를 교체하는 '토미 존 수술'이 좋은 예다. 치명적인 팔꿈치 인대 부상을 당한 투수가 토미 존 수술 후 부상 전보다 더 빠른 볼을 던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끝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되레 더 강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셈이다. 이처럼 위기는 항상 참혹한 결과만 낳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