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해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파이널 기간이었는데, 제가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을 응원하고 있었거든요.
경기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오전 훈련 중에 몰래 나가서 휴대폰으로 점수를 확인하곤 했죠. 지금 생각하면 참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이긴 한데… 한국 중계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저런 큰 무대에서 뛰면 어떤 기분일까? 코트에 서고 싶다는 영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막연한 동경이었습니다. 솔직히 그거 보고 나서도 생각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또래들처럼 좋은 대학에 가서 잘 성장해서 프로농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대학 감독님들이 제게 관심을 가져 주시면 기쁘기도 하고, 괜히 큰 선수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랬죠.
그랬던 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건 2016년 U17 세계선수권대회부터였습니다.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당시 프랑스, 도미니카 등을 이기고 8강에 진출했어요. 남자농구가 세계대회에서 8강에 오른 건 대한민국 농구 사상 첫 쾌거였다고 해요.
저희는 미국을 만나 정말 잘 했어요. 당시 미국 청소년 대표팀에는 웬델 카터 주니어, 자렌 잭슨 주니어, 콜린 섹스턴, 케빈 낙스 처럼 지금은 NBA에 간 선수들이 있었어요.
저희도 주전 형들이 슛도 잘 넣고, 즐겁게 했죠. 내심 ‘오늘 괜찮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점수차를 보니까 40점차가 났더라고요. 어? 어? 하는데 점수차가 순식간에 벌어졌죠. 서문세찬이랑 같이 “어? 왜 40점차나 났지?”라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그 경기에서 81-133로 패했어요.
경기가 끝난 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아무리 잘 해도 여기 나오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숙소 와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봤죠. 한국에서는 늘 저보다 작고 약한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늘 위에 있었잖아요. 그런데, 미국 선수들을 상대하면서는 바닥이 깔려있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어요. 그러다 보니 속된 말로 ‘현타’가 오더라고요.
첫댓글 블로그 가서 읽어봤는데 재밌더라구요 ㅋㅋ 강추
재밌네용 ㅎㅎ
재밌네요 ! 친구가 이현중 선수 인터뷰도 하고 이현중 원정대로 갔다왔는데. 이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대성하길 ! 이현중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