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축전에서 종이책의 운명을 들었다
우리 일행을 실은 버스는 12시 정각에 출발했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회원들 말고도 낯선 이들이 많이 보였다.
신세계 백회점에서 동화 창작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이었다.
김춘남 선생은 언제나 솔선수범 앞장을 서고
또 항상 웃는 얼굴로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김춘남 선생의 사회로
앞좌석부터 돌아가며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고,
손수자 선생이 손수 준비해 온 주먹밥이,
예영희 선생이 준비해 온 과자 봉지가 자기 소개와 함께 돌려진다.
늘 이런 고마운 분들 때문에
세상은 조금은 더 살만한 가치가 있고 환하게 밝아 보이는 것이리라.
김재원 선생의 큰딸은 머나먼 미국에서
가족들의 마련한 아버지의 환갑잔치 때문에 들렸다고 한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그 속에서 아버지들은 하나 둘씩 늙어가고
우리 일행을 실은 버스도 시간의 흐름에 실려 창원으로 향한다.
<인형 전시장에 들려 동화작가 김향이 선생과 환담하는 소민호 회장>
<고 이원수 선생님을 소개하고 있는 전시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가을 세미나가 열릴 창원 컨벤션 센터.
원래는 이곳이 고향인 고 이원수 선생님의 업적을 기려서 명칭을 정해야 마땅한데
창원시의 여러 사회단체에서 그 분의 친일 경력을 들어 반대하여
번번이 무산되어 <세계아동문학축전>이란 명칭으로 열리고 있다.
자그만치 이번 행사 예산이 3억 원이라고 한다.
교보문고의 미디어 출판 부장이 강사로 나서
<스마트미디어 시대의 혼란과 대응>이란 주제로 2시간 여를 강의했다.
요지는 간단하다.
이제 곧 종이책이 운명을 고할 위기에 있다.
아동문학의 독자인 요즈음 어린이들의 독서 형태 역시
스마트한 미디어의 현란한 추세를 따라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다.
동시와 동화를 쓰고 있는 아동문학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아동문학의 큰텐츠와 매체 형태를 고려하여
글쓰기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위기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김향이 선생의 인형 작품>
세미나가 끝나고 바로 옆 건물인 풀만호텔 아모리스 홀에서
'전국 아동문학인을 위한 밤' 행사가 열렸다.
박완수 창원시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의례적인 절차가 뒤따르고
전 한국동시문학회 이상교 시인의 축시 낭송이 있었다.
".....아이 같은 어른이여 들어오라
가장 밝고 고운 꽃들만 들어오고
가장 고운 햇설만 들어오라." 는 내용의 축시였다.
할머니들로 조직된 아마튜어 연극 단체가 무대 위에서
뮤지컬 <브레멘의 음악대> 를 혼신을 다해 공연한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여흥이 시작되었는데
시 낭송과 노래가 이어졌다.
한국아동문학확회 부회장인 김용희 선생이
<그대 그리고 나>를 아주 구성지게 불러제끼니 앵콜 소리가 예서제서 튀어나온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의 이순영 회원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멋지게 한 곡조 뽑아 올리자 좌중은 어느새 흥겨움 속으로 빠져든다.
<아모리스 홀 무대 위에 펼쳐진 플래카드>
9시 30분 쯤 여흥이 끝나고
버스 편을 이용하여 창원시 북면에 위치한
마금산 온천 호텔로 아동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호텔 앞 포장마차에서
20여 명의 시인과 작가들이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며 환담했다고 한다.
박지현 선생님과 강현호 선생님은
노래방에서 취생몽사로 애꿎은 시간을 죽였다고 한다.
오전 8시에 속소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끝내고
마신 연안부두에서 열리고 있는 <제11회 가고파 국화꽃 축제>를 구경하러 나섰다.
<전시장 입구에 국화꽃 송이로 형상화되어 장식된 봉황>
<국화꽃 송이로 장식된 뽀로로 인형의 모습>
<특이한 색깔로 자태를 자랑하는 외래종 국화송이>
국화 전시장을 나와 버스로 20여 분 달려 <문신 미술관>에 도착했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바로 위에 위치한 문신 미술관에서는 마침
고 이응노 화백과 고 문신 조각가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응노 화백은 문신 조각가가 프랑스에 갔을 때 만나서 그 이후에
40여 년간 예술의 끈을 이어 갔다고 한다. 문신의 조각은 좌우 대칭형이 특징이었고
이응노 화백은 문자 추상의 작품들이 많았다.
문신 미술관은 조각가 문신 선생이 직접 건축 설계 및 디자인을 하여 1994년 개관했는데
다음 해인 1995년 문신 선생은 원형 작품 구상 중 타계했다고 한다.
<고 이응노 화백의 유명한 작품>
<야외 연못가에 전시되어 있는 문신의 좌우 대칭 조각품>
<문신 미술관에서 내려다 본 먼 바다와 시내 전경>
한 10여 분 점심 식사 장소로 걸어갔다.
점심 메뉴는 곰탕과 갈비탕인데
8천 원짜리 갈비탕은 그 양과 맛에 있어서 일품이다.
식사 전에 참석한 회원들 중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시인 김녹촌 선생님이 일어나서
요즘 우리말과 글이 사라져 가고 있는 교육 현장을 개탄하셨다.
그 분 말씀의 요지는
스마트한 미디어 환경에 걸맞는 동화창작의 패러다임도 필요하지만
우선
사라져 가는 우리 말과 글의 현장부터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이다.
식사가 끝나고 오후 두 시 경에
각 지역 별로 버스가 출발했다.
우리 일행은 오후 3시 30분 경에 국제신문 앞에 도착하여 헤어졌다,
아!
어느덧 시월이 끝자락을 내보이며 골목을 돌아나가고
우리들은
길들인 사람들을 책임지기 위해 가정으로 발길을 옮기고
10월의 남은 시간만이
휑한 바람 자락에 실려 길을 바삐 떠나고 있다.
안녕, 아름다운 사람들아!
<우리 말과 글이 사라져감을 안타까워하고 분개하는 김녹촌 선생님>
첫댓글 아주 자세한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함께 가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부지런하신 선생님, 벌써 여행기 올리셨네요. 존경하는 여러 선생님과 문우들, 함께하여 참 행복하였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선생님 싸인도 받고 같이 여행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음 여행에는 좀더 졸졸 따라다니며 더 좋은 말씀 많이 듣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건강한 모습뵈니 마음이 좋았습니다. 여행기 읽으며 그날이 또 생각나고, 함께 못한 시간이 아쉽고..다음이 기약되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저는 한 번도 제대로 인사도 못했고 안부도 물어 보지 못했는데 ...저는 김문홍선생님 신세를 알게 모르게 많이 졌어요. 저는 선생님의 아동문학 강의를 달달 외우다시피 공부하고 있으며... 저의 지인들에게도 소개하며 ...같이 대단한 작가가 되길 꿈꾸고 있답니다. 꿈은 우리 인생을 참 설레고 신나게 해주더군요. 그리고 2007년도 선생님 학원 정리할 때 주신 많은 동화책들을 이번에 깨끗하게 손질하여 시설 단체에 신간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저는 동화쓰기를 통하여 장애인과 시설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봉사 하며 살 것입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세요.
황미숙 부회장이 여행 기념으로 볼펜을 한 자루씩 선물로 주신것도 알려드립니다.~~~
에너지는 아동문학계 최고이신 선생님..^^*
간결한 말씀 속에 담긴 여행기 상상하며 즐겁게 보았습니다.보약같은 강의자료, 읽으며 정말 느낀 게 많았답니다. 건강하세요.
김문홍 선생님 글과 사진을 보며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