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구 동해선 철길을 걷어내고 산책로를 만든 그린레일을 따라 걷고 있었는데
구 해운대역 플랫폼에 붙어 있는 우일종합시장 건너편 울타리에 한 50여m 길이로 옛날 삼이 내 키보다 훨씬 높이 자라 있었다.
생긴 모양이 영낙없는 대마였다. 대명천지에 대마초를 키우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방불케 한단 말인가?
그럴리가 없는데.... 하고 자세히 보니 아랫쪽에 플랙카드를 하나 걸어 놓았는데 거기에 '케나프(양삼)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랄 때만 해도 동네에서는 목화와 삼을 심는 집이 있었다. 과년한 처녀가 있는 집에서는 시집 보낼 때
상이불을 해 가야 했으므로 밭에다 목화를 심었다. 학교에서 목화씨는 문익점이 중국에 가서 붓통에 숨겨 들여온 것으로 배웠다.
차를 타고 지리산으로 갈 때 산청 어디쯤에 문익점이 처음 재배한 목화밭이 있고 기념비도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목화씨를 밭에 심어 싹이 올라온 다음에는 자라나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 열매가 익기 전 만지면 말랑말랑 한데 우리는 이를 다래라 불렀고 따서 먹으면 달콤하였다.
소 먹이러 다닐 때 몇개씩 따서 먹은 기억이 난다. 다 익으면 열매가 껍질이 벌어져 속에 들어 있는 솜이 하얗게 터져 나온다.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 수확을 하는 것이 목화라면 한여름에는 삼을 베어 냇가에서 잎은 다 털어내고 줄기만 크다란 직사각형 시루에 넣고 아래쪽에서 장작을 넣고 불을 때서 삶아 냈다. 그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기가 삼 껍질을 벗길만큼 한 아름 받아가서 삼껍질을 벗겼다. 삼껍질은 벗겨서 주인에게 가져다 주고 일싻은 안에 들어 있는 하얀 줄기인 제럽을 자기몫으로 가져갔다.
제럽은 성냥이 귀할 때 쪼개서 끝에 유황을 묻혀서 성냥 대신으로 썼다.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에도 방안에 있는 화로에서 유황을 묻힌 제럽으로 불을 붙여서 옮겼다. 그외에도 제럽을 엮어서 발을 만들거나 불쏘시개로도 사용하였다.
삼은 물에 담궜다가 건져내어 잘게 찢어서 물레에 돌려 삼베 실을 봅아내었다. 그리고는 베틀에 올려 삼베를 짜고 삼베로 옷을 만들어 더운 여름에 풀을 먹여 빳빳하게 하여 바람이 잘 통하게 하였다. 목화도 면화를 따서 속에 들어 있는 씨를 뽑아내고 물레를 돌려 실을 만들고 베틀에 올려 베를 짠게 것이 무명베다. 삼이나 목화를 재료로 하여 천을 만드는 것을 길삼이라고 했는데 옛날에는 여자들은 길삼대회를 열어 누가 빨리 짜는지 시합도 했다고 한다.
케나프(양삼)은 우리나라 삼과 구분이 잘 안될만큼 생긴 모양이 거의 비슷한데 키가 좀 더 큰 것 같았다. 케나프는 우리나라 재래종인 삼과는 달리 환각성분이 없다. 케나프는 기본적으로 성장속도가 빠르고 이산화탄소 분해능력이 다른 식물에 비하여 5~10배 높을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시켜 준다고 한다. 또한 토질 정화능력도 좋고 수중의 질소나 인산을 흡수하여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며 생태적 복원이 필요한 지역에 심으면 땅심(지기)을 북돋아 주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이나 현재 인도와 태국 등지에서 많이 재배하여 가방,로프,카펫재료,깔개,절연재료로 쓰이며 또 바이오플라스틱 원료로도 연구중에 있다고 한다.
첫댓글 참 어린시절 추억 너무 상세하게 줄기말라것 엮여 초가집 쎄까레위 덥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