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분과 우분을 톱밥에 섞어 발효시킨 가축 분 비료 한 포 값이 올 들어 11% 올랐다. 작년에 구입한 경운기용 배토기가 파손되어 값을 물어보았더니 24% 인상되었다고 한다. 종자로 쓸 봄 감자나 볍씨도 10% 이상 값이 뛰었다. 농촌지역의 하루 품삯은 대부분 1만원이 올랐다. 그러나 주요 농산물 값은 연년세월 제자리걸음이다.
작년부터 밭농업직불제가 시행되었다.
지목이 밭으로 되어있는 농지에 정부가 지정한 26 가지 품목을 재배하는 농민이 신청하면 현장조사를 거쳐 ha당 40만원을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1㎡에 40원이니 평당 132원이고 300평에 4만원 꼴이다. 농가는 4ha까지 지원받고 농업법인은 10ha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품목을 26가지로 제한함으로써 지원받지 못하는 농가가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마늘이나 고추, 양파, 대파, 쪽파를 심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무, 배추, 양배추, 시금치, 오이, 당근, 수박, 참외, 부추, 상추, 미나리 등 대부분의 채소류와 돼지감자, 야콘, 도라지, 더덕, 달래, 냉이, 취나물 등 수많은 작물이 제외대상이다. 그러나 사료 녹비작물인 피, 자운영, 알팔파, 수단그라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은 지원대상품목이다.
전년도 농업 외 소득이 3,700만 원 이상이면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지원 대상작물의 재배면적이 1,000㎡(300평) 미만이면 역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동계작물이나 하계작물 중 한 가지만 지원하므로 가령 어느 밭에 그루갈이를 해도 별무소용이다. 대상작물을 논에 재배하거나 시설재배를 해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 수는 116만 3,209호이다.
2012년에 통계청이 인공위성 영상판독으로 산출한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173만 ha인데 논이 96만 6천 ha이고 밭은 76만 4천 ha로 경지면적의 44%이다. 따라서 농가당 경지면적은 1.5ha이고 그 중 밭은 0.65ha(1,950평)에 불과하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농가당 4ha까지에 160만 원 운운하는 것은 농민에 대한 기만이다.
밭농업직불제 지원신청을 하려면 먼저 거주지 읍면사무소에 가서 농지원부를 발급하여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농지가 있는 읍면동 사무소에 나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또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나오면 일일이 안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지원받는 혜택이 몇 푼이나 되는지, 농촌지역의 하루 품삯은 얼마인지 알고나 있는지 농정당국에 묻고 싶다. 이 일에 투입되는 자재와 인력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돌아간다. 밭농업직불제는 농민을 만만하게 여기는 당국의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평균 1,950평의 밭을 소유하고 있는 전체 농가는 물론이려니와 그 중에서도 고작 660평의 밭을 경작하는 44만 영세농민에게는 무슨 도움이 되는 정책일까.
정부는 지금이라도 밭농업직불제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
농가별 밭 면적을 기준하여 묵히는 땅이 아니면 무슨 작물을 심든 모두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이모작이건 삼모작이건 가리지 말고 재배실적대로 지원해야 마땅하다. 지원 단가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고 재배면적이 적을수록 지원 단가를 높이는 차등지원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지금 농촌의 하루 품삯은 십만 원 안팎이다. 하루 이틀의 품을 버리고 지원신청을 하여 얻는 대가가 그에 미치지도 못한다는 건 말이 아니다. 생색내기, 구색 갖추기 농업 지원정책은 불식되어야 한다.
60세 이상의 고령농가가 전체농가의 60%를 넘어선 농촌에서는 자경과 타경의 구별마저 모호해졌다. 벼농사를 예로 들어보자. 다섯 마지기의 논을 소유하고 있는 어느 농가는 그 논을 모두 동네 기계화영농인에게 맡겼다. 한 마지기에 쌀 한가마 씩을 받기로 한 ‘뭇갈림’이다. 유식한 말을 빌리면‘위탁영농’이다. 또 다른 농가는 역시 같은 기계화영농인에게 볍씨를 건네며 그 볍씨로 모를 키워 모내기를 해달라고 했다. 한 마지기에 2만 원을 주기로 합의하였다. 모내기가 끝나자 농가는 간혹 논에 나가 물꼬를 돌보고 논두렁의 풀을 베기도 했지만 거름주기와 농약살포는 물론이고 수확조제까지 기계화영농인에게 맡겼다. 맡길 때마다 대가를 지불하였고 수확한 벼는 모두 수매로 처분하였다. 계산을 해보았더니 한 마지기에 쌀 한가마 남짓한 수익이 떨어졌다. 결국 자경과 타경의 뚜렷한 구분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농정당국은 자경과 타경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댄다. 현실과 동떨어져도 너무 떨어져있다.
농민을 위한, 농촌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농산물을 제값으로 사주는 일이다. ‘제값’이란 농민이 농사를 지어 그런대로 수긍할 만한 수익이 보장되는 가격이다. 역대 정부는 물가에만 신경을 곤두세워왔을 뿐 농민의 소득보전은 늘 뒤로 미루었다. 배추나 양파나 고추 값이 오르면 분초를 다투어 대량 수입해서 풀었다. 농민은 모처럼 좋은 값을 받아 볼 기회마저 빼앗기며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배추와 양파와 고추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지면 당국은 뒷짐을 졌다. 국민의 시선이 따갑기는 했던지 배추 한포기 더 먹읍시다, 양파가 건강에 아주 좋아요 하면서 메가폰 쳐들고 어깨띠를 하고서 거리에 나섰다. 최고의 코미디 쇼였다. 기껏 선심을 쓴다는 게 생산원가와 너무나 먼 후리기로 병아리 눈물만큼 사주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농촌마을은 거대한 노인당이 되어가고 있다.
도회의 아들딸과 손주들이 농업소득을 보전해주는 유일한 고객이 되어버린 이상한 세태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첫댓글 밭 직불금도 편법으로 타가는 인간들이 생길 겁니다. 논직불금처럼.
그러한 문제가 철저하게 파헤쳐지고 개선되는 게 급선무일 수도 있습니다.
농민들의 고초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신문지상으로는 논직불제와 같게만 생각했는데 차이가 있네요. 정말 농민들 가슴 아픈 일이군요.
문제는 시골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농정을 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농사를 지어봤지만 종일 엎드려 일을 해도 손안에 떨어지는 실수익은 정말 보잘것 없습니다.
나라에서는 돈을 들여 농정정책을 펴도 구멍난 수도배관처럼 줄줄 새나가니 정작 농부들에게 닿는 혜택이 별로 없는 거지요.
돈을 풀어서 하는 적선 같은 영농정책은 영악한 사람들의 입치레하기 딱 좋다는 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지금 저는 매일 경로당에서 노인들을 만납니다.
마을에 가구수 만큼 노인이 경로당 회원입니다. 회원의 조껀은 65세가 되면 됩니다.
요즈음 같이 날씨가 좋으면 경로당에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같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봄날이면
경로당이 가득가득 합니다. 65세에서 97세의 노인까지 경로당에 함께 있습니다. 이 분들이 힘이 부치는 일이라도 안하면 누가 합니까 합니다. 젊은사람이 뼈빠지게 일 해 봐야 소득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매일 한번은 이런 하소연을 들으면서 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이런 고충을 들으러 가는 일이 아닌데, 그저 아픈마음을 들어드리고 같이 아파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