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허드렛일
일본 교토에 ‘일본 전산’이라는 초소형 정밀모터 제조업체가 있습니다. 연간 매출이 3,000억 엔(한화 3조 원 정도) 이상으로 아주 탄탄한 기업입니다. 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이가 매년 지원합니다. 소위 스펙이 좋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지원하겠습니까? 그런데 이 회사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1년 동안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고 합니다. 이 회사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청소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신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소처럼 아주 간단한 것도 못 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철학입니다. 결국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해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찮은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 그만큼 필요한 사람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신앙생활도 비슷합니다. 사회 안에서의 지위가 성당 안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길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자존감을 세우는 것은 주님보다 더 윗자리에 오르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주님께도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고 합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은 전혀 생각 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주님만을 탓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주님으로 모시는 것이 아 니라, 자기 명령대로 행동하는 ‘종’처럼 주님을 부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기도하십니다. 그 기도의 내용은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요한 17,11)라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를 이룬 것처럼, 우리가 하나 되어야만 진리로 거룩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하나 됨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겸손이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만이 하나의 가능성을 만듭니다. 자기만을 따르라고 하고, 자기 원하는 것만 하는 곳에서 서로 ‘하나’ 될 수가 있겠습니까?
세상 안에서, 또 교회 안에서도 허드렛일이란 없습니다. 제자의 발을 닦아주시면서까지 주님께서 왜 종처럼 행동하셨는지를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주님처럼 겸손의 마음으로 자기를 낮춰서 최선을 다할 때, 주님의 뜻이 이 땅에서 펼쳐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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