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센터 금융정책패널이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의 관료 독점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하고 국회가 상임위원을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한국금융연구센터 산하기구인 금융정책패널은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인 금융전문가들이 모여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이나 금융산업의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보완 및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
▲지난 10월 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사무실 이전 기념식에 현판 제막식 전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정책패널 측은 정책 제안의 배경으로 "현재 금융위원회 위원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들에 의해 독점"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금융정책패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금융위원회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현재 금융위원회 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전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 인사 수는 6명이다. 현 정권하에서 금융위원회 상임 직에 재직한 14명 중 10명이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또한 독립성 보장을 위해 위원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했으나 지난 15년 동안 상임 직 중 실제로 임기를 끝까지 마친 사람은 노무현 정권 당시 위원장직을 맡은 윤증현 단 한 명에 불과했다.
퇴임 후에도 위원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임 직 인사들은 정부 내 승진이나 산하기관장으로 취임했다. 재정경제부 출신이 아닌 윤원배, 이동걸, 이종구, 이창용을 제외하면 전원이 내부 전직 또는 산하기관 장으로 취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정책패널 측은 "금융감독의 3대 원칙인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관료 독식은 중대한 문제"라며 "이 같은 관료 독식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도리어 금융 관련 관료들의 고위직 자리만을 더 많이 생산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정책패널 측은 "금감위나 금융위를 관료들이 독점하면서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운영으로 관치금융의 폐해가 지속"했다고 비판했다.
그 예로 △김대중 정부 시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대출 확대 묵인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허가, 산업자본 심사 판정 회피, 심사 판정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 거부 등 불투명한 운영으로 책임 방기 △저축은행 부실 은폐를 들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금감위 및 금융위 인사를 관료가 독식하게 된 것은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금융감독에 개입하고자 하는 유인과 관료들의 출세주의적 이해타산이 서로 일치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따라서 정권과 관료에 대한 국회의 견제장치 도입을 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금융정책패널 측은 "차기 정권에서는 정부는 우선 금융위를 다시 분리하여 금융정책 기능으로부터 금융감독 기능을 독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위원회를 별도의 조직으로 부활시킬 경우 금융감독의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 및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금융정책패널 측은 "관료들의 정치권력 결탁과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인사에 의한 감시와 견제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들은 "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선임 권한을 대통령에게만 부여하지 말고 여당과 야당에 상임위원 선임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위원회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의사 결정 기구인 금융위원회는 지난 2008년 3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때 출범했다.
강 장관이 기존의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변형시키면서 금융위원회는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 기능까지 흡수했다. 이로써 금융위원회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나눠 맡고 있던 정책 및 감독의 전권을 가지게 됐다.
이 때문에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감시·감독 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주요 자리까지 금융위원회 출신들이 독식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금융위원회가 '모피아 (과거 재무부(MOF)와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