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감동과 기적의 극적인 앙상블!
빛과 기억이라는 경이로운 설계로 펼쳐내는
천재 건축가 백희성의 첫 번째 장편소설
★★★ 국내 최초, 실화 바탕의 건축 팩션
★★★ 2024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하이라이트
역사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파리. 그곳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집 우편함에 “당신의 집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편지를 적어 넣은 괴짜 예술가가 있다.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의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폴 메이몽 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 백희성. 그가 자료 조사와 집필에만 8년이 걸린 첫 장편소설 『빛이 이끄는 곳으로』를 내놓으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건축가이자 작가이면서 다방면에서 예술가로 활약 중인 그는 파리의 저택 주인들로부터 답장을 받아 초대된 자리에서 집에 스며든 아름다운 추억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여러 저택에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들은 고스란히 이 소설의 글감이 되었는데, 건축가로 일해 오면서 어디서도 듣고 배운 적 없는 ‘진짜 집의 이야기’가 사람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다시 설계하여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다.
이 소설은 아버지가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사랑의 메시지를 건축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그려내면서, 지적 호기심과 따듯한 감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유실되지 않도록 건물에 꼭꼭 숨겨둔 아버지의 뜻을 찾아내기 위해 치열한 추론이 펼쳐지고, 끝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삶의 희망과 원동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로써 슬픔과 상실에 넘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기억의 힘’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저자 소개
백희성
작가이자 건축디자이너. 장 누벨 건축사무소를 비롯해 프랑스에서 10여 년간 건축가로 활약하였으며, 현재 KEAB 건축 대표이다. ‘기억을 담은 건축’을 모티브로 하여 사람들의 추억과 사랑으로 완성되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에세이 『환상적 생각』이 있다.
목차
1 내 삶에 예고 없이 찾아온 변화
2 이상한 집주인 그리고 결심
3 이상한 병원과 그들
4 닫혀 버린 비밀
5 비밀이 기다린 사람
6 아나톨 가르니아
7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일기
8 이어진 비밀
9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선 공간
10 다시 살아나는 집
11 기억을 담은 공간
12 라자르 가르니아
13 제자리로
14 추억
작가 소개
책 속으로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살아보고 싶어 하는 그 시테섬에 그렇게 싼 가격의 집이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제안했던 금액은 은행 융자를 통해 마련한 5만 유로, 한화로 7천만 원 정도였다. 나는 아주 싸고 낡은 집을 원했다. 건축가로서의 자부심이랄까. 스스로 고치고 만들어 나에게 선물할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파리 시내에 이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없었다. (…) 시테섬에는 프랑스인 모두가 사랑하는 노트르담성당뿐 아니라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이 있고 아름다운 센강까지 바라다볼 수 있기 때문에 그곳에 집 한 채를 소유하는 것은 많은 프랑스인들의 로망이었다.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사이 우리는 그 집 앞에 당도했다.
이 거대한 저택에 빛이 이렇게 많이 들어오는 이유는 건물이 폐허이기 때문이었다. 강렬한 빛과 어둠이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안에서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 천장을 보니 큰 틈과 구멍이 많았다. 그 찢어진 틈새 중 일부는 천장에서 끝나지 않고 내벽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기세였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따뜻한 빛줄기가 떨어져 내려왔다. 벽과 천장 곳곳에는 비스듬한 거울이 여럿 걸려 있었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두려움과 따뜻한 빛줄기 속의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무어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상한 곳이었다.
왈쳐요양병원의 정문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표정이 없는 사람 같았다. 무섭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도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비밀의 여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잔디가 덮인 바닥을 보면서 그녀의 비밀이 아주 깊은 곳에 있음을 직감했다. 이 병원을 감싸고 있는 빛줄기 또한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비밀이 많은 미지의 ‘여인’이었다. 결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프랑스와라는 건축가가 만든 이 ‘여인’을 샅샅이 알아보고 싶었다.
‘왜 4월 15일인가? 그리고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 길이 없었다. 황당한 표정으로 크리스 부인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그녀가 이미 전에 이 문장을 보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황당한 표정을 보고 궁금한 나머지 이 문장을 확인해 보려 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어제부터 지금까지 좀 서툴지만 뭔가를 감추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것은 저 노인들도 모두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이 이곳까지 오게 된 나를 테스트하려는 문제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테스트란 말인가?
이 파괴된 중세 수도원을 목도한 건축가 프랑스와 왈쳐! 그는 이 파괴된 잔재를 다시 원상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했다. 그리고 그가 재현시킨 폐허였던 중세 수도원과 그 폐허에서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유리와 철골 구조는 시간이 흘러 함께 늙어가는 부모와 자식처럼 느껴졌다. 재질은 전혀 다르지만 예전의 석조 공간과 프랑스와가 지은 유리와 철골 구조가 완벽히 결합했고, 현대 건축가인 내게는 둘 다 완벽한 한 편의 역사로 다가왔다.
“아버지는 어린 제게 이상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네요. 바니시 칠이 마르기 전에 소중한 것을 놓아두면 책상이 그걸 평생 기억해 준다고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역시나 프랑스와 왈쳐는 기술이나 기능적으로만 사물을 본 것이 아니라 그 사물에 영혼을 담는 방법을 알았던 사람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마추어의 책상이라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프랑스와를 통해서 느낀 것은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쩌면 저마다의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출판사 서평
먼저 읽은 독자들의 찬사!
★★★★★ 건축가이자 소설가이기에 가능한 놀라운 묘사!
★★★★★ 공간을 이토록 환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은 처음이다.
★★★★★ 이 이야기가 어딘가에 살아 숨쉬길 진심으로 바란다.
★★★★★ 반드시 두 권을 사야 할 책.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것이다.
“아름다운 공간을 완성하는 ‘기억’에 대한 헌사”
어느 날 아침 부동산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파리의 건축가 뤼미에르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의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시테 섬의 유서 깊은 저택이 헐값에 나와 찾아간 곳에서, 자신이 건축가이기 때문에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몸이 편치 않은 집 주인을 만나러 스위스의 요양병원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간 그는 부서진 중세 수도원을 개축해 지은 독특한 병원 건물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감상할 새도 없이, 기이하고 환상적인 일들이 낙뢰를 치듯 순식간에 벌어진다. 그가 방문한 날에 약속이라도 한 듯 건물에 압도적인 빛의 유영이 펼쳐지는 것을 시작으로, 건물에 감춰져 있던 비밀의 단서가 하나씩 뤼미에르의 손 안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집 주인이자 요양병원의 소유주인 노인 ‘피터’로부터 의문의 편지를 건네받은 뤼미에르는 건축가로서의 호기심에 못 이겨 편지가 가리키고 있는 건물의 비밀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게 된다.
파리의 저택과 스위스의 수도원 건물에 비밀을 남긴 사람은 바로 의뢰인 피터의 아버지 ‘프랑스와’다. 아들이 직접 찾아주길 바랐던 그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피터가 자란 고택, 중세 수도원, 종탑과 비밀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건축가 프랑스와가 그 안에 아로새기려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랑’과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엇보다도 비밀스럽고 가슴 아린 또 다른 존재가 베일에 숨겨져 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예술 걸작이 탄생했다”
작가 백희성의 분신이자 건축가인 주인공 ‘뤼미에르’는 파리 시테섬에서 스위스의 루체른으로, 현재에서 1920년대로 저택에 새겨진 과거를 추적하며, 자신을 모종의 비밀에 끌어들인 의뢰인의 부탁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감각과 지식을 총동원한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펼쳐내는 추리와 묘사가 이제껏 본 적 없는 지적인 예리함으로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면, 빛과 기억, 시간을 재료로 삼아 기초를 쌓아 올린 작가적 상상력은 그 기발한 착상에 또 한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수수께끼처럼 전개되는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재료’를 쌓아 소설이라는 집을 완성시킨다. 빛과 바람은 물론이고 소리와 향기, 시간까지 모두 재료가 된다.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었던 건축물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새겨 넣으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도 동일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사랑의 자취를 따라가며 끝내 자신만의 빛줄기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가 우리 안에 숭고한 사랑을 틔워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