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회님 안내로 그래도라는 섬에 가 보았습니다.
이제는 덕분에 라는 섬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_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은 꺼트리지 않고 사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 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 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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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시련은 오기 마련이다.
힘든 시기가 찾아올 때마다 다 포기하고 싶고 그만하고 싶어도, "그래도" 이 악물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래도"에 버티고 서서 사는 것조차 엄청난 의지가 필요할 정도로 너무 힘든 때가 오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래도"에도 겨울과 같은 계절이 찾아올 때가 있다.
풀 한포기 안보이고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려질 정도로 눈이 뿌려져서 어지럽고
온통 하얀색인 세상이 예쁘다기보단 막막하고
길거리에 오가는 이 없어 혼자인 것 같은 그런 계절.
그런 겨울이면 "그래도"에서 떠날 수도 있는거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도"를 떠나면 그 다음 행선지가 어딜지는 그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는 사람사는 곳이 아니라고 느껴졌기에.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친 이 시는 그런 생각을 하던 내게 주변을 둘러보게 해주었다.
그래, "그래도"는 나만이 홀로 살고 있는 섬이 아니더라.
모진 겨울이어도, 그 추운 섬에 모두가 살더라.
그리고 그 섬에도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곡식이 익는 가을도 온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당연히 다시 겨울이 올 때가 있겠지.
그러나 모두가 "그래도"에 살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겨울은 많이 춥네요'
'그러게요, 그럴 때 손장갑이 많이 도움됐어요'
'조심해요 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질 수 있어요'
덕분에 서로 안부를 물으며 대수롭지 않게 당연히 지나가는 것으로 여기는 그런 계절.
그러니까, 지금 "그래도"에서 추운 겨울눈을 맞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디 그 옆에 꼭 다른 사람들도
함께 그 눈을 맞고 있다는 걸 알아줬음 좋겠다.
그래서 "그래도"에서 함께 다음 날 눈 녹은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서로의 이름을 몰라도, 얼굴을 몰라도 꼭 함께라는 사실만큼은 그 온기만큼은 느꼈으면 좋겠다.
[출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_ 김승희|작성자 윤글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