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 중국인들이 거북 등과 청동기에 새겨놓은 갑골문과 금문(金文)의 세계로 떠나보자. 살펴볼 글자는 요즘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키워드인 공정(公正)의 정(正)이다.
‘正’은 ‘일(一)’과 ‘지(止)’가 합쳐진 글자다. ‘一’은 고대 문자 ‘국(囗)’의 일부분으로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의미한다. 지(止)는 발[足]의 원형이 되는 상형글자다. 발자국을 본떴다. 발자국에서 점차 ‘멈추다’라는 뜻으로 변했다. 도중에 입[口]이 더해져 발[足]이 됐다. 걸을 보(步)는 ‘止’와 ‘少’가 합쳐진 말이다.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발자국 모양이다. 발자국이 두 개 있으니 ‘걷다’는 뜻이다. 달릴 주(走)는 토(土)와 ‘止’ 합체자다. ‘土’는 양손을 앞뒤로 넓게 벌리며 질주하는 사람의 모습을 상형한 요(夭)가 변한 글자다. 양손을 넓게 벌린 사람 밑에 발자국이 있으니 ‘달리다’는 뜻이 됐다. ‘夭’ 밑에 발자국 ‘止’가 세 개 붙으면 달릴 분(奔)이 된다.
따라서 정(正)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향해 발을 내딛는다는 뜻의 글자다. ‘군사를 진격시켜 성을 정복하다’가 ‘정’의 최초의 뜻이다. 이 글자가 ‘바르다’는 의미로 바뀐 것이다. ‘正’에 ‘가다’는 의미의 ‘척(彳)’을 붙이면 정벌할 정(征)이 된다. 정(征)에는 ‘정복한 토지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거둔다’는 뜻도 있다. 이렇듯 정복한 땅을 지배하는 것이 정(政)이다. 정(政)은 ‘正’에 ‘복(攵)’을 더한 글자다. ‘攵’의 원래 모양은 ‘복(攴)’이었다. ‘攴’은 나뭇가지나 채찍을 손에 들고 상대방을 때리는 모양이다. 즉, ‘정(政)’은 정복한 토지의 사람들을 채찍으로 때려 무거운 세금 부담을 강제하는 지배의 방법을 말한다. 이를 담당하는 지배자와 제후들도 정(正)이라 불렀다. 현재 한국에서는 쓰이지 않지만 일본에서 지방 재판소 검사국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검사정(檢事正)이라는 말에 그 잔영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외치는 공정과 정의(正義)는 이렇듯 정복한 사람을 지배할 때 스스로의 행위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지배자의 도리’였다. 순자(荀子)는 이렇게 말했다. ‘위에 선 자는 아랫사람의 근본이다. 위가 공정하면 아래도 평온하고 솔직해질 것이다(上者下之本也 上公正則下易直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