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오다가다 알게 된 단체가 있다. 종교단체이기에는 과학단체 같고, 과학단체 같기에는 종교단체 같은 아주 애매모호한 단체다. 이른바 “창조과학선교회”(Association for Creation Truth)라는 단체다. 영어 이름만 보면, 창조는 진실인데(Creation Truth), 이 진실(성경의 창조)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단체다. 보아하니 한국인들(재미 동포들이 주축)이 미국에 설립한 초교파 선교단체로서, 창조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미주지역의 한인교회들을 섬기고 있다고 한다.
선교적 열정이 특심한 사람들이 문자적 성경해석을 바탕으로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듯하다. 보아하니 이들은 계보적으로 1960년대 미국적 창조과학의 조상 정도로 여겨지는 존 휘트컴 주니어(John Clement Whitcomb Jr., 1924~2020)와 헨리 모리스(Henry M. Morris, 1918–2006)의 후손들이다. 휘트컴은 인디애나에 있는 세대주의 보수신학교인 그레이스 신학교(Grace Theological Seminary)에서 “창세기의 홍수”(1957년)라는 논문으로 구약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평생 그 학교의 구약학 교수로 있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얼마 후에 열혈 창조과학자인 헨리 모리스와 공저로 《창세기의 홍수》(The Genesis Flood, 1961)를 출판했는데 미국 근본주의 진영에 선풍적 인기가 있었지만 대부분 과학계에선(아직도 지금도!) 유사과학(類似科學, pseudoscience)이라 하여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쨌든 창조과학은 자신들의 논리로 “성경은 문자적으로 해석해야 된다!”라고 외치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근본주의적 행태의 종교집단이 그렇듯이, 일단 그 순진무구한 열정적 신앙 과학단체에 들어가면 남모르게 자아확신이 불같이 솟구쳐 종종 확증 편향적 신념이 생기기 마련이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의 잘 알려진 신학교가 창조과학을 학교의 공식적 입장으로 삼는다고 한다. 남의 집 이야기에 감 놔라 배 놔라, 콩 놔라 팥 놔라 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구약을 평생 연구한 학자의 입장에선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그나저나 내가 왜 이런 일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말인가!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