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편지」
- 나비가 돌아왔다
강변에 나비가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저것은 세계가 변하는 일이다.
-「나비가 돌아왔다」 전문
이시영 시인의 새 시집을 받았다.
앞전 시집 <하동>에서는 시집 표지 사진 게재하는 영광을 얻었는데 이번 시집에도
‘복원’이란 시에 등장하고 있으니 이 시집도 나의 책꽂이 특별코너에 놓일 것이다.
나는 지금 이시영 시인이 태어난 고향 마을 옆 마을에 살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한 마을이지만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어 있어 옆마을인 것이다.
아랫마을이 건너다보이는 들길을 걸을 때나 시인이 자란 마을 앞을 오갈 때마다
시인의 시 ‘내 마음의 고향’ 연작에 나오는 논실댁, 봄면댁 같은 마을사람들의 이름과
읍내중학교로 가는 가름젱이 길 같은 것들을 가늠해보곤 한다.
지역에서 발간한 옛 사진집을 보다가도 신작로를 걸어가는
중학생의 모습이 시인의 모습이 아닐까 한 번 더 들여다보곤 한다.
1990년 도서출판 한길사는 <한길문학> 창간과 함께 <한길문학예술학교>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만들었었다.
진보진영의 문인들이 대거 참여한 문학학교로 수강 희망자들이 많아 면접을 통해 수강생을 선별 선발했을 정도였다.
야간 시반 담임은 고정희 시인이었다.
자상한 누이 같고 서글서글한 성격 탓에 우리는 본 수업보다는 2차 맥코이호프수업을 즐겼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고정희 시인은 마닐라의 아시아 종교음악연구소 초청 '탈식민지 시와 음악 워크숍' 참여작가로
필리핀으로 떠났고 그 후임을 이시영 시인이 맡게 되었다.
그렇게 이시영 시인과 사제간으로 첫 만남이 시작되어 30 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어찌어찌 시인의 고향마을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으니 참 긴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