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일 금요일 주님 봉헌 축일 (봉헌 생활의 날)
<제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22-40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34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35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36 한나라는 예언자도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37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38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39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40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세상에 보여주는 일
56년 전쯤 내가 무척 좋아한 수녀님이 계셨는데 고향 본당에는 수녀님이 계시지 않은 관계로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부주교님이 계셨던 본당의 수녀님이 출장을 오시어 우리 본당을 도와주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잘해 주시던 수녀님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나와 많은 얘기를 하시고 얘기를 주로 많이 들어주시고,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시는 듯 한 수녀님을 대하면 짝사랑하는 소년처럼 어쩔 줄을 모르기도 했습니다. 어느 때인가는 너무 속상한 일이 있어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가슴이 너무 답답하여서 수녀님을 만나서 막 털어놓고 얘기하면서 울고 싶은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그 성당은 족히 30km가 넘는 거리였는데 학생이라 아무 것도 드릴 것이 없어서 시화전에 출품하기 위해서 시와 그림을 그린 것을 골라서 신문지를 덧대어 싸고, 붓글씨로 무언가 한문을 쓴 것 하나하고, 석고를 깎아서 성모님 상을 조각한 것을 가지고 무작정 다섯 시간이나 걸려서 수녀님 계신 성당을 걸어서 찾아갔습니다. 그랬더니 수녀님은 발령이 다른 데로 나서 계시지 않는 것입니다. 정말 고민해서 마련한 선물인데 갑자기 대상자가 없어진 것입니다. 다른 수녀님에게 드릴 수도 있는 것을 그냥 가지고 오다가 속상한 마음을 어쩔 줄 몰라서 돌아오는 길 강둑에서 선물을 찢어서 강물에 떠내려 보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선물을 마련한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좋은 일입니다. 누구든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하지요. 어떤 선물을 주어야 할지 상대방이 선물을 받아서 좋을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느라고 무수한 고민을 하면서도 무조건 선물을 주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 선물을 받을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속상하고 하늘이 무너지듯 괴로운 것이 사람들의 속성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선물 중에서 가장 좋은 선물은 물건보다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나 ‘크리스마스 선물’에서처럼 자신이 줄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하는데 자신의 생명까지도 바칠 수 있는 그런 선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는 어떤 선물을 가장 좋아하실까? 생각해보면, 돈을 좋아하실 리도 없고, 물건을 좋아하실 리도 없고, 동물을 태워서 번제를 드려도 좋아하실 리 없으니 정말 마땅한 선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하느님께서 좋아하실 선물은 우리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는 삶을 봉헌해야 할 것입니다. 그 동안 형식적인 봉헌으로 빈껍데기를 봉헌하고, 아주 짧은 시간을 봉헌하고, 마음은 항상 다른데 가 있었던 삶을 반성합니다.
오늘은 축성(봉헌) 생활의 날입니다.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께서는 오늘을 맞이해서 특별히 담화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담화문의 일부를 소개드립니다.
친애하는 평신도 형제자매 여러분, 존경하는 성직자 여러분, 경애하는 주교 여러분,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름(루카 18,28 참조)은 그분의 부르심을 받은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귀중한 계획입니다... 정결, 청빈, 순명으로 요약되는 예수님의 생활 방식은 이 땅에서 복음을 가장 철저하게 실천하는 길로 드러납니다.”(축성 생활, 18항). “축성 생활의 첫째 임무는 부름 받은 사람들의 연약한 인간성 안에 이루신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입니다”(축성 생활, 20항).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세상에 보여주는 일,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보여주는 일, 이것이 비록 우리가 부족하고 연약한 인간이지만 이 자리에 불림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를 따름이 현실의 세계에서 녹록하지 않음을 매일 체험하며 살아가면서 여러 도전과 어려움과 관성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 대한 희망 안에서 복음적 권고를 실천할 때 우리와 세상 안에 궁극적인 변화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신앙의 길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여정이기도 합니다.
“수도자들은 참 행복의 정신이 아니고서는 세상을 변혁시킬 수도 없고
하느님께 봉헌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자기 신분으로 빛나는 뛰어난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다”(교회 헌장, 31항).
우리 축성 생활회원들이 예수님께서 산상설교에서 말씀하신 참된 행복의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들이 가난한 이들, 어려움과 절망에 빠진 이들, 고통 받는 이들과 슬퍼하는 이들, 깊은 갈망 중에 있는 이들,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는 이들 가운데 있게 하시고, 진실한 연대와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 안에, 창조 질서가 보존되는 우리의 ‘공동의 집’ 안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머물 수 있도록 우리의 모든 활동과 지향들을 격려해 주시고 축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올 한 해 동안 한국 교회는 ‘평신도 희년’을 지냅니다. 평신도 스스로 복음의 진리를 찾아 받아들인 특별한 역사를 지닌 우리 한국 교회는 ‘평신도 협의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면서 평신도들에게 주어진 소명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축성 생활과는 또 다른 역할로 교회의 삶을 꽃피우는 평신도들과의 많은 협력을 통해 이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소명과 복음화의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년 2월 2일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