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국/김영승
모든 국은 어쩐지
괜히 슬프다
왜 슬프냐 하면
모른다 무조건
슬프다
냉이국이건 쑥국이건
너무 슬퍼서
고깃국은 발음도 못하겠다.
고깃국은…….
봄이다. 고깃국이.
<시 읽기> 슬픈 국/김영승
“모든 국은 어쩐지? 괜히 슬프다”고? 맞아, 그렇군. 좀 심하게 말하면 ‘슬프다’는 말을 만나 유사 이래 이 땅의 모든 국들이 비로소 완성된 느낌. ‘국’과 ‘국이란 말’이 이 시로 사여 비로소 찰캌! 하고 일치한 느낌. ‘슬프다’는 말도 비로소 제 놓일 자리 하나를 찾은 느낌. ‘국’됨, ‘국’꿇임―슬픔. 국물이 우러난다는 것, 그 국물을 떠 먹는다는 것―“너무 슬퍼서//고깃국은 발음도 못하겠다”고 이런 시 앞에서 구구한 말은 헛되다.
때로는 이러한 거두절미의 직정성直情性이 사람의 가슴을 더 철렁하게 한다. 참답기 때문이리라. 근원에 가까운 어느 마음 비움의 자리에 시인이 설 때(그것은 또 얼마나 무서운 자리인가) 이렇게 언어는 단순하면서도 투명하다.
함민목의 ‘투가리 부딪는 소리’(「눈물은 왜 짠가)」의 그 캄캄하고 깊은 울림이 문득 겹쳐 떠오른다.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도서출판b,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