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의 초당글밭] 01월 10일(화) '정원 스님의 소신공양'
엊그그제 토요일, 정유년 새해 첫 광화문 촛불모임에서 정원스님은 소신공양을 올렸읍니다.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자신의 몸을 태워 촛불에 보탠 것이지요.
이 때가 밤 10시 30분 쯤으로 세월호 참사 1,000일 모임이 끝날 즈음입니다.
그 자리에는 스님의 분노를 짐작케 하는, 유서로 여겨지는 글들만이 남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내란 사범 박근혜, 한일협정 매국질 즉각 손 떼고 물러나라’
‘일체 민중이 행복한 그날까지 나의 발원은 끝이 없사오며 세세생생 보살도를 떠나지 않게 하옵소서’
사실, 님의 분노는 님의 발원으로, 자신의 몸을 태운 소신공양으로 올려진 것일 테지요.
결행 직후 가까운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읍니다.
이 때가 이틀을 채 넘기지 못한, 어제인 9일 저녁 7시 40분 쯤입니다.
님은 살아 생전, 페이스북에 많은 글들을 남기셨읍니다.
남아 있는 우리들은 님이 남기신 글들을 찬찬히 살펴 보며 님의 얼을 그려 볼 뿐입니다.
‘민중이 승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됩니다.’
‘촛불민심이 정의인 것은 사심이 없기에, 여실지견의 눈으로 보고 말하기에 하늘의 뜻입니다.’
‘혁명은 내부로부터 와야 합니다.’
‘촛불은 내부에서 불을 붙여 밖으로 나와 세상의 어둠을 몰아 내었읍니다.’
‘내부에서 붙인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빈자일등처럼요’
님의 삶은 자신은 물론 무지렁이 백성들에 대한 절절한 자비심 그 자체였읍니다.
자신을 정원비구라고 여겼으니까요.
‘비구’는 걸식을 하며 홀로 살아가는, 깨달음의 길을 걷는 님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처럼 스스로 ‘비구’를 붙여 된 마음을 놓치 않으려는 꿋꿋한 삶을 삶으신 것일 테지요.
그 된 마음은 님이 남기신 일기장에 그대로 오롯이 남아 있읍니다.
‘소신공양으로 매국노 집단이 일어나는 기회를 끊고, 촛불시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고 했지요.
이런 님의 뜻을 살리려는 움직임으로 ‘정원 큰스님 분신항거 비대위’가 바로 꾸려졌읍니다.
‘우리는 정원 큰스님의 신념에 공감하는 모든 시민 및 단체와 연대하여
정원 큰스님의 취지를 계승하고 실현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라고 밝혔지요.
여기에서 죽어도 죽지 않은 삶을 봅니다.
여기에서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삶을 봅니다.
여기에서 더불어 함께하려는 ‘우리들’을 봅니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일 테지요.
이제, 님이 짊어진 그 버거운 짐을 ‘우리들’이 걸머질 차례인가 봅니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나라의 꿈을 그 ‘우리들‘이 꼭 이루어 낼 테니까요.
정원 큰스님이시여, 편히 잠드소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