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꽃 ‘며느리 밥풀꽃’ 처럼 슬픈 전설 ♡
이팝나무에는
‘며느리 밥풀꽃’처럼
슬픈 전설이 서려 있다.
끼니도
때울 수 없을 만큼
어려웠던 옛날.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시아버지 제사를 지내려고
굶으면서도 아껴 두었던
쌀 한 줌으로
젯밥을 짓던 며느리가
혹여나 젯밥이 설익었을까
밥알 몇 개를 떼어
깨물어 보다가
모진 시어머니에게
들키고 말았다.
“네 이년!
시아비 젯밥을 몰래 먹다니!
이런 경을 칠 년!”
시어머니의
무서운 호통이 쏟아졌다.
모두들
배가 고픈 판에
며느리 혼자 배를
채우겠다니!
아무도 며느리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며느리는
제삿날이 새기도 전에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고 말았다.
그 며느리의 무덤에서
나무가 한그루 자라나
쌀밥 같은
꽃이 피어났다.
며느리의
한이 피어난 것이었다.
이팝나무 꽃은 그렇게,
하얀 쌀밥이
소복이 쌓인
밥그릇처럼 봉실봉실
복스럽게 피어난다.
제사나 잔치 상에
나란히 놓인 쌀밥 인양...
기름진 쌀처럼
반지르르 윤이 흐르는
새하얀 꽃잎이 송이송이
숭얼숭얼 피어나는
것이다.
지금처럼
배부른 세상의 눈에 보면
쌀밥이 아니라
함박눈이 잎사귀마다
수북수북 쌓여 있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그 옛날에는
그토록 슬픈 꽃이었다.
하긴,
이팝나무 꽃이 피는 때가
옛날엔 보릿고개에
숨이 넘어가던,
일 년 중 가장 배고픈
때가 아니었겠는가.
그러니 배고파
현기증이 나는 가난한
이들의 눈에 쌀밥으로
보일만 했고,
지주나 탐관오리의
배부른 눈에도
식곤증과 춘곤증이 겹쳐
쌀밥으로 보였을
터였다.
새하얗게
꿈처럼 피어나
바람에 쌀 꽃비를 눈발처럼
흩날리는 이팝나무
가로수 길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서럽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