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들이 말하는 심혈관질환 예방·관리법
심혈관질환은 우리 몸의 ‘화약고’ …
걷고, 끊고, 빼고 아스피린 꼭 챙겨야
아시아는 심혈관질환의 ‘화약고’다.
세계적으로 하루에 이 질환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5만여 명. 이 중 절반이 아시아권에서 발생한다.
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고지방·고열량의 서구식 식사를 즐기고 운동은 게을리한 탓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매일 140여 명이 심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 질환은 겨울에 증가한다.
실내생활이 느는 데다 갑작스럽게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세계 사망원인 1위인 심혈관질환을 놓고 두 석학이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소리 없는 자객’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질환의 심각성과 예방법을 물었다.
-심혈관질환이 얼마나 심각한가.
김효수 교수
김효수 교수(이하 김)=
암은 전신에 생기는 질환을 다 합쳐 사망자 수가 1위다.
하지만 심혈관질환은 뇌와 심장 두 부위에서만 생기는 질환인데도 사망 원인 2위다.
암은 선고받더라도 남은 생을 정리하며 가족과 작별할 시간이라도 있다.
심혈관질환은 그럴 시간이 없다.
심장마비·뇌출혈 등으로 급사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존 마이클 가지아노 박사(이하 가지아노)=
미국에서는 이미 1900년대 중반부터 심혈관질환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이후 수십 년째 사망원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정부에서 가장 많은 연구 투자를 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질환이기도 하다. 특
히 저소득층에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심혈관질환에 걸리는 이유는.
김=
고지방·고탄수화물 식사 탓이 가장 크다.
이들을 과다 섭취하면 남는 칼로리가 유독 복부지방으로 쌓인다.
배 속 지방은 피부 밑 지방과는 달리 혈관에 좋지 않은 여러 물질을 만든다.
이 물질이 혈전(피떡)을 만들고, 혈전이 커져 혈관을 막아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 여러 질환이
생긴다.
가지아노=
운동시간이 줄어든 탓도 있다.
운동은 혈전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데 활동량이 부족하면 혈관 노화가 빨라진다.
술·담배 등도 혈전 생성을 촉진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존 마이클 가지아노 교수
-심혈관질환 관리법은.
가지아노=
첫째, 고지방 식품(피자·햄버거·치킨 등)과 고탄수화물 식품(과자·케이크 등) 섭취를 최소화한다.
둘째, 일주일에 세 번, 하루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하고 담배·과음·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한다.
그런데 이미 심혈관질환이 진행된 사람 또는 고위험군은 약물요법을 병용해야 한다.
김=
그렇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혈전이 생기면 혈관을 막는다.
이 덩어리 생성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약물이 아스피린이다.
심근경색 환자가 저용량 아스피린(100㎎)을 장기 복용하면 심근경색 재발이 29% 감소한다.
또 급성 심근경색 발병 후 24시간 이내에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하면 사망률이 23% 줄어든다.
관상동맥(급성) 환자에게 아스피린 투여 시 심근경색 위험이 49%, 뇌졸중 위험은 4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스피린이 장출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었다.
환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데.
김=
사실 장출혈 위험은 새로운 게 아니다.
애초부터 알려진 부작용이다. 식품도 과량 복용 시 부작용이 생긴다.
하물며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그 때문에 용법과 용량에 맞게 먹어야 한다.
아스피린은 산성이기 때문에 위산을 분비하고, 위벽을 허무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위장관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심혈관질환자는 재발 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스피린 복용 시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그러므로 전문의와 잘 상의해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
하는 게 좋다.
가지아노=
또 장출혈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적다.
1000명 중 8명꼴로 부작용 위험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위장관 출혈 시 어떤 증상이 생기나.
김=
우선 속쓰림 증상이 나타난다.
둘째는 빈혈 증상이다.
보통 머리가 어지러우면 빈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출혈이 생기면서 피가 잘 돌지 않아 심장이 빨리 뛰고 쉽게 피로한 증상이 생긴다.
셋째는 대변 색깔이다.
피는 소화 과정을 거치며 까맣게 돼 대변이 검게 보인다.
이러한 증상 또는 현상이 있으면 위내시경을 받아 장 출혈 여부를 확인한다.
-위장관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가지아노=
아스피린 복용 시점이 중요하다.
식사 후 바로 복용하거나 음식물과 함께 복용하기를 권한다.
아스피린이 음식물과 혼합되면 그나마 위 자극을 줄일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약(NSAID)도
같이 먹지 않는다.
김=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는 점막을 보호하는 위벽 보호제 등을 같이 처방하기도 한다.
또 헬리코박터균도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를 같이한다.
그 밖에 커피나 카페인이 포함된 차(tea), 독한 술, 자극적인 음식도 위 자극을 더 늘릴 수 있어 함께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아스피린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사람도 있는데.
가지아노=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가 매일 복용하던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할 경우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이 60%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김=
자가 판단이나 주변 이야기에 솔깃해 복용을 멈추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의사와 반드시 상의한 후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관련 수술을 한 사람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김=
스텐트를 삽입한 후 반드시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
스텐트 주변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스텐트삽입술 후 아스피린 복용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하는 환자도 있었다.
가지아노=
심혈관질환 관련 수술을 받은 사람, 또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비만 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아스피린을 복용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효수(56) 교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심장학회 연구이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 한국심혈관중재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심근경색증 환자의 세포치료법을 확립하는 등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혈관 치료법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존 마이클 가지아노(54) 교수
웨스트버지니아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하버드대 의대 약학과 교수, 브리검여성병원 노화연구실장
으로 재직 중이다.
보스턴헬스케어시스템 내과(심혈관질환) 전문의, 보스턴헬스케어시스템 협력프로그램 총책임자
로도 활동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 연구의 권위자다.
아스피린의 변신
아스피린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약 중 하나다.
버드나무 껍질을 사용하던 민간요법이 약으로 탄생해 2500여 년 동안 인류에 기여했다.
처음에는 천연진통제로 사용됐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껍질을 이용한
기록이 있다.
버드나무 껍질에는 아스피린의 주요 성분인 ‘살리실산’이 함유돼 있다.
당시에는 진통·해열뿐 아니라 분만 등에도 널리 사용했다.
1897년 독일 바이엘연구소에서 살리실산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통증 완화 약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1970년대에는 아스피린의 혈소판 응집 차단 효과를 확인했다.
당시 가장 저렴한 항응고제인 스트렙토키나제는 1인당 1만2000달러의 비용이 드는 데 비해 아스피린
은 1인당 13달러, 1000분의 1 정도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
전 세계 100여 나라의 보건당국에서 심혈관질환 재발방지 요법으로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한다.
가정 상비용 해열진통·항염제에서 심혈관예방약으로 변모하며 인류 의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