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 구름
해운대
구름을 좋아하다보니 여름 끝자락인 이맘때가 되면 성급하게 가을을 기다리게 된다. 시인 묵객들이 인생의 허무함을 구름에 빗대기도 하지만 가을하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은 사람을 달뜨게 만들기도 한다. 한창 꿈이 푸르렀던 시절, 고향산천 자연 속에 피어 오르던 하얀 뭉게구름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비록 흑백이지만 그때 카메라에 담은 고향산천 풍광은 향수로 남아 지금도 나에게 고향 이야길 들려주는 듯하다.
현직 때, 배동식 선배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란 에세이집을 냈다. 책속엔 고향 충청도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노래한 글도 들었지만 그가 아웃사이더로서 서울 근무에 시달리는 가슴 절절한 사연이 주를 이루었다. 나는 선배를 직접 만난 적 없지만 본사 홍보실에서 그 책자를 보내왔었다. 은퇴 후 귀향하여 자연 속에서 여생을 보낸다는 선배의 앞날을 응원하며 부산 건설공병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그의 청주고교 동기 김상원 선배 구순도 축하해 드리고 싶다.
오늘 저녁 해운대에선 두 호재를 만났다. 해수욕장 들머리 광장에 펼쳐진 국화축제가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구름이었다. 고운 최치원 선생께서 명명한 '해운대'란 이름도 구름이 있어 가능하지 않았던가. 해운대를 자주 찾는 편이지만 오늘처럼 하얀 구름이 밤하늘을 수놓은 풍광은 처음이었다. 구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동백섬을 한 바퀴 돌았고 맨발로 해변을 걷거나 동백섬을 산책하는 신도시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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