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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유재일
2019년 우리나라 고3 #남학생 의 #평균키 는 173.8㎝로, 1965년(163.6㎝)보다 10㎝ 정도 컸어요. 54년 전보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크게 올라가면서 #영양상태 가 좋아졌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최근 수년간은 학생들 #키성장 이 주춤하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해요. 전문가들은 운동과 #수면부족 등을 이유로 분석하고 있어요.
우리의 키는 엄마·아빠에게서 물려받는 #유전 영향이 80%, #환경 영향이 20%씩 작용해 결정된다고 해요. 그렇다면 부모 중엔 누구 영향을 더 많이 받을까요? 키를 포함한 신체적 특징들은 보통 엄마·아빠 양쪽 #유전자 를 50%씩 물려받아요. 키에 관련된 유전자는 수십만 개나 되기 때문에 아이 키를 정확히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대체로 엄마·아빠 둘 다 키가 크면 아이도 키가 클 확률이 높죠.
그런데 최근 아이의 키에 엄마 쪽 유전자가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바로 엄마에게서만 물려받는 미토콘드리아 속 #DNA 가 아이 #키 와 #질병 · #수명 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에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이 #국제학술지 ' #네이처-제네틱스 ' 에 발표했어요. 미토콘드리아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까요?
엄마만 전해준다!
사람 몸은 60조개 이상의 #세포 로 구성되어 있어요. 세포에는 #세포핵 · #미토콘드리아 · #소포체 등 여러 기관이 들어 있고요. 그런데 유전 물질인 DNA는 99.9%가 세포핵에 있어요. 세포핵 속 DNA는 엄마와 아빠의 #난자 와 #정자 가 #수정 될 때 양쪽에서 절반씩 물려받은 거예요. 반반씩 섞이기 때문에 엄마·아빠 어느 한 쪽의 DNA 구성과 똑같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아빠가 'AABB', 엄마가 'CCDD'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의 DNA는 'ACBD'가 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섞인 DNA는 다양한 #신체적특징 을 만들어냅니다.
나머지 0.1% DNA는 바로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 있어요. 미토콘드리아 속 DNA는 세포핵의 DNA와 달리 엄마에게서만 물려받는 게 특징이에요. 엄마의 난자, 아빠의 정자도 하나의 세포예요. 미토콘드리아는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 양쪽 모두에 들었지만, 아빠 정자 속 미토콘드리아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될 때 정자 스스로 파괴해버리기 때문에 자식에게 유전되지 않아요. 미토콘드리아는 정자의 꼬리 부분에 들어 있는데 정자가 수정될 때 이 부분을 스스로 분해해 버린다고 해요.
크기 작지만 엄청나게 중요한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세포 속 소(小)기관이에요. 세포들이 활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서 공급하거든요. 자동차 엔진이 휘발유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 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요.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숨 쉴 때 몸속에 들어온 산소를 이용해서 #음식영양소 를 분해하고 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에너지 ( #ATP ) 로 만들어냅니다.
세포 하나에는 미토콘드리아가 200~1000개씩 들어 있어요. 일을 많이 하는 간(肝)세포 하나에는 1000개 넘게 들어 있죠. 우리 몸은 60조개 넘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그 속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미토콘드리아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할 거예요. 엔진 없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듯,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우리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어요.
미토콘드리아의 중요한 역할은 또 있어요. 미토콘드리아 속 DNA에 #돌연변이 가 발생하거나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당뇨병, 파킨슨병, 간질, 만성 외안근 마비 등 #난치병 에 걸릴 수 있어요.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와 관련된 이런 #유전질환 들을 ' #미토콘드리아질환 ' 으로 따로 분류해요.
키·수명에도 영향 미친대요
보통 미토콘드리아 속 DNA 중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은 여성 10명 중 1명꼴이에요. 그런데 관련 난치병을 앓는 여성은 1만명 중 0.5~1명 정도로 훨씬 적었죠.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의문을 가졌어요. 또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특정 유전 질환들만 일으키는 점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자 들은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미토콘드리아 DNA를 자세히 연구했어요. 40~69세 여성 50만2682명을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 DNA와 #신체지수 , #수면시간 , #식사패턴 같은 #생활습관 , 각종 #건강지표 를 비교했죠.
결과는 놀라웠어요.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가 #유전병 뿐 아니라 일반 #질병 들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예요. #성인당뇨 로 알려진 #2형당뇨병 , #간 과 #신장기능 , #빈혈 같은 #질환발병위험 을 높인다는 것이었어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런 일반 질병들을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와는 연관 짓지 않았거든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내 아이의 키 같은 신체적 특징과 수명도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예를 들어, 엄마의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있으면 자식의 키가 평균보다 작을 수 있다는 거예요. 또 엄마의 미토콘드리아가 자식이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에도 영향을 준다고 해요. 엄마에게 물려받는 미토콘드리아에 든 0.1% DNA가 이렇게 큰 역할을 한다는 게 놀랍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
엄마 쪽 미토콘드리아만 유전된다는 사실은 ' #인류의조상 찾기'에 응용됐어요. 1987년 #앨런-윌슨 미국 #버클리대 교수 등 연구진은 전 세계 여성 135명을 뽑아 미토콘드리아 속 DNA를 추출해 가계 혈통을 추적한 결과, 15만년 전쯤 아프리카에 살던 한 여성이 인류의 공통 조상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 에 발표했어요. 이 여성은 인류의 여자 조상이란 뜻에서 ' #미토콘드리아-이브 ( #Eve ) ' 라고 불러요.
출처: 프리이엄조선|[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