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산길은 젖은 낙엽 등으로 미끄럼, 낙상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그래픽=김민선
낙상은 겨울철 빙판길에서만 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을에도 낙상 사고가 빈번하다. 최근 전북 진안에서 버섯을 따러 산에 올랐던 40대 남성이 50m 아래 계곡으로 떨어져 숨졌는데, 비에 젖은 낙엽을 밟고 미끄러져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지난달 남양주 예봉산에서 70대 여성이 산을 오르다 돌에 걸려 넘어지며 약 6m 아래로 떨어져 머리 등에 중상을 입었다. 단풍이 물든 요즘 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낙상 사고에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중장년층 위험… 발목·무릎 부상 주의
가을철 산길은 젖은 낙엽과 거친 돌길 때문에 미끄럼, 낙상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큰 일교차로 인해 맺힌 서리나 이슬도 미끄러운 등산로를 만드는 데 영향을 준다.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한 채 등산을 하다 넘어지면, 굳어진 관절에 손상을 입기 쉽다. 특히 노화로 골밀도가 낮아진 중장년층의 경우 가벼운 낙상에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등산 때 다치기 쉬운 부위는 발목과 무릎이다. 등산로에서 미끄러지거나 접질려 발목이 바깥쪽으로 꺾이면 인대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또 하산길에는 무릎이 가해지는 하중이 4배 이상 증가해 무릎 통증을 일으키거나, 반월상 연골판 손상을 입기 쉽다. 하산할 때는 특히 관절에 많은 부하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만약 내려와서 무릎이나 발목 등에 피로감이 느껴지면 냉찜질과 마사지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게 좋다. 멍이나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것을 권한다.
◇미끄럼 방지 등산화 착용하고, 스트레칭 해야
안전한 등산을 위해서는 안전 장비를 갖추는 게 우선이다. 등산화는 발목을 감싸는 높이와 미끄럼 방지 밑창이 되어 있는 것을 선택하고, 두꺼운 양말을 착용한 뒤 발등을 압박하지 않을 정도로 신발 끈을 묶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하는 게 좋다. 등산 스틱을 사용하면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체중을 분산시켜줘 하산 시 충격으로부터 무릎을 보호할 수 있다. 가을철 일교차가 큰 만큼 방한에도 신경 써야 한다. 추위에 노출되면 근육과 인대가 수축해 부상의 위험이 높다.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방한복, 바람막이, 모자 등을 챙겨야 한다.
자신의 체력과 경험에 맞는 원만한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령이거나 관절 상태가 좋지 않다면 무리한 산행은 자제한다. 출발 전 날씨를 확인해 기상 변화에 대비하고, 초보자라면 평탄한 길이나 짧은 산책로를 선택한다. 또 계절상 날이 금방 어두워질 수 있으므로, 코스를 정할 때는 해지기 1~2시간 전에 마칠 수 있도록 짜는 것이 좋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풀어야 부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등산 전 며칠의 기간을 두고 천천히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기초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