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3일은 LG 입장에서는 두고 두고 기억해야만 할 날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LG 트윈스가 한국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에서 29년만에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LG트윈스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S 5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이뤄냈다. LG 트윈스는 우승을 한 후 주장인 오지환선수는 인터뷰에서 구단에서는 MVP에게 롤렉스 시계를 준다고 했지만 차고 다니기에 부담이 된다면서 그 시계는 선대회장님의 유품이라고 생각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LG 트윈스의 우승에 이어 롤렉스 시계에 숨어있는 뜻에 대단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난 故 구본무 전 LG 그룹 회장은 1998년 LG가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MVP에게 전달하라면서 당시 8천만원 정도였던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해 구단에 전달했다. 선대회장의 야구에 대한 애정이 담긴 염원의 표현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번 우승으로 선대회장인 구본무 회장의 염원이 25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재계에서 LG그룹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있는 곳이 없다고 언급된다. 선대회장의 부친인 故 구자경 명예회장에서부터 그의 후손에 이르기까지 야구와 연을 맺은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그 가운데 각별하게 야구에 애정을 쏟았던 사람이 바로 선대회장인 故 구본무회장이다. LG트윈스는 창단 첫해인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선대회장의 야구사랑이 결실을 맺었다고 당시 언론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1994년이후 LG 트윈스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것 같았던 선대회장에게도 큰 상처가 있다. 가족가운데 한명을 잃은 것이다. 선대회장은 겉으로는 회사 경영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허한 심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텅 빈 것같았던 선대회장의 마음을 이끈 것은 바로 대규모 숲조성과 LG 구단이었다. 선대회장의 경기도 곤지암의 화담숲 조성과정은 그야말로 피와 눈물의 결실이었다. 주말이면 화담숲으로 달려가 직접 돌을 캐고 밭을 이뤄었다. 한국 최고 그룹의 총수인지 모르고 화담숲 주변 주민들은 그냥 고용된 인부정도로 여겼다고 한다. 더운 여름에도 땀을 흘리며 일하는 선대회장을 보면서 좀 쉬어가며 일하라면서 막걸리를 권할 때 흔쾌히 그들과 막걸리잔을 나눴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선대회장의 LG트윈스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고 전해진다. 해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LG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고 경남 진주에 있는 외가로 LG선수단을 초청해 우승을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1군 선수들 뿐아니라 2군 선수들의 이름과 출신 학교를 전부 외울 정도로 그의 야구에 대한 정성은 대단했다.
너무도 안타깝게도 지난 2018년 구본무 회장은 타계했지만 그의 야구사랑과 화담숲 사랑은 이제 큰 결실을 거두게 됐다. LG트윈스가 드디어 2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화담숲도 이제 한국에서 최고의 숲으로 자리잡게 됐다. 화담숲은 자랑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소나무숲은 선대회장의 마음과 뜻을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마도 국내에서 최고의 소나무숲을 이루고 있지 않을까 판단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볼 거리를 충분히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LG트윈스의 우승자리에 구본무 회장이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든다. 생전에 야구장을 찾아 구단을 응원하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도 하늘나라에서 이번에 열심히 응원을 보냈을 것이라 여겨진다. 소탈하고 동네 아저씨같았던 푸근한 선대회장이 그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3년 11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