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vs KCC 그리고 TG vs 삼성간 시합을 빼고 주간농구를 얘기하자니 아무래도 고기 빠진 샤부샤부 마냥 밍밍합니다. 함량미달의 책임은 한참 바쁜 우리 회사에 물으시고...<-안 짤리고 용케 다니고 있음..-_-;; 퍽퍽퍽
앞 뒤 빅매치를 염두에 둔다해도 이번 주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승승장구하는 KTF군요. 거기에 걸맞게 현주엽은 트리플더블도 했고...
올시즌은 용병들 역량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트리플더블일지도 빨리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지난 시즌은 화이트가 13개중 9개를 달성해 화이트 판이었지만 올시즌은 6일 화이트, 7일 신기성, 13일 화이트, 18일 하니컷, 23일 현주엽 벌써 4명이로군요.
자유계약제로 신장제한이 완화되고 계약금액이 올라간 KBL용병은 전반적으로 봐서 그 기량이나 매너, 마인드 등 모든 면에서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특히 기량 고저를 떠나 놓친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려 20cm 적은 가드와 몸싸움을 벌이는 센터용병이나 자기에게 찬스가 났는데 더 좋은 찬스가 난 동료에게 볼을 돌리는 가드용병 등 적어도 지난 시즌까지 KBL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습들입니다.
그건 팀의 경기력에 바로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게임 내용도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 없는 게 조금씩 줄어들고 있던 외국인선수 비중이 다시 절반 이상으로 훌쩍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나가서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KBL의 흥행을 책임져줄 국내 대형에이스를 육성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어떤 조처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과연 KBL이나 10개 구단 구단주와 감독 프런트진에서는 얼마만큼 인식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TG vs 전자랜드]
이 경기 하나만 두고 따지면 양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명승부였다고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실은 TG를 두고 평가한다면 세상에 상대가 플레이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수비가 어디 있냐고 묻고 싶은 경기였습니다.
리그 최강 수비팀이라는 명성에 부끄러운 노릇이죠. 그만큼 양경민의 빈자리가 컸다고 봅니다. 신종석은 그만큼 집요하지 못하고 발이 느리다는 게 치명적이었고 이상준은 잘해주었지만 체력이나 파울관리도 그렇고 아직은 팀수비에 대한 마인드까지는 없어서 아무튼 전감독님 머리깨나 아팠겠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자위하자면 돌다리를 부서질 때까지 두들기고는 결국 건너지 못하는 전 감독님이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신인들 시험무대가 또 요원했겠지요. 이상준 선수 앞으로도 쭉 그런 파이팅으로 나가면 TG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는 날이 빨리 올 거라 싶습니다.
전자랜드는 무엇보다 문경은이 기점이 되어서 화이트, 매덕스, 도미노처럼 연이어 터져 줬습니다. 화이트 역시 평소와 달리 게임 운영에서 상당히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공신을 꼽자면 타이트한 수비로 신기성을 압박해주었던 박규현입니다.
신기성은 김주성이나 왓킨스를 좀더 이용해서 압박을 피했더라면 하고 아깝습니다. 신기성 만성 허리통증을 느끼고 있는 듯 한데 단 10분 아니 5분조차 못 쉬게 해주는 백업가드 자리가 아쉬울 뿐입니다. 뭐 부상으로 쉬고 있는 양갱이나 쉬지도 못하지만 언제나 체력이 문제인 김주성 자리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나 전랜 역시 다 좋아 보이지만은 않은 게 문경은의 과로가 아무래도 걱정되는군요. 가뜩이나 발목도 신통치 않고 무릎도 안 좋은 선수를 투혼이니 뭐니 해서 마냥 뛰게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조동현이 없으니 거친 수비를 그나마 분산시켜줄 사람이 없어 안타깝군요. 박규현의 수비는 최고이지만 몸빵에서 상대팀 포워드를 상대할 수는 없죠. 조동현이라면 필요하다면 몸빵으로도 잠깐은 막아 줄 수 있었는데 아무튼 누군가 수비를 분산시켜줘야 합니다. 좀더 박훈근을 이용한 공격을 많이 시도한다면 조금쯤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문경은 이제 겨우 1라운드 끝날 무렵인데 벌써 피로를 느끼는 건지 슛을 쏠 때 점프가 낮아졌고 허리가 무거워 보입니다. 올시즌은 지난 시즌만큼 하체 훈련을 못한 건지 아니면 다른 곳에 부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군요. 김영만 망가질 때를 기억해서 박수교 감독님은 빨리 조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금년 1년을 어떻게든 메꾸는 쪽이 낫지 전자랜드는 팀성적 뿐만 아니라 인기에 있어서도 문경은에게 빚지고 있는 부분이 큽니다. 더더구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해보면 전랜도 한번 반지를 노려보려면 문경은이 꼭 필요합니다.
슈터 나이 만 서른셋, 한참 보호해줘야 할 시점입니다. 가장 노쇠가 쉽게 오는 시기이기도 하고 자칫 그것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합의 옥의 티는 심판이군요. 이명호 심판님 국내에서 가장 파울을 잘 보시는 분이라죠. 그러나 정확하게 볼 수 있는지 몰라도 언제나 느끼지만 운영의 묘는 부족합니다. 이분이 시합을 맡으시면 양팀 초반 파울이 너무 많아 빡빡한 느낌입니다. 김대영 심판님 오랜만에 나오시니 지난 시즌과 파울콜이 헷갈리셨는지 갑자기 인텐셔널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군요. 사실 지난 시즌 기준으로도 리바운드 후에 바로 파울 했기에 인텐셔널이 불릴 파울이 아니었는데....-_-;;
[TG vs 오리온스]
3연패 끝에 만난 강적인데 결국 TG라는 산을 오리온스는 못 넘었습니다. 반면 TG는 오리온스로 인해 한숨 돌렸습니다.
경기만 본다면 이 게임 역시 대단한 명승부라 아니할 수 없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런가 갸우뚱해집니다. 그만큼 오리온스의 3점은 미친 듯이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궁금해서 기록을 들여다보니 59%입니다.(2점슛 적중률이 아닙니다.-_-)
물론 올시즌 오리온스의 3점은 지난 시즌처럼 '사기적중률'이란 느낌은 아닙니다. 마치 정교하게 스텝을 밟는 노련한 춤꾼처럼 제 박자에 정확하게 던져주는 슛은 자유투처럼 들어가는 게 당연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외곽슛 59%는 참 할 말없게 만드는 적중률이죠. 더구나 양갱이 탑에 서주는 동안 TG는 외곽슛 쏘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팀은 아닙니다. 양갱이 확실히 제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렇다해도 노련미야 어디 가겠습니까.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오리온스에게는 사실 3점밖에 없었습니다. 2점슛 성공률 44%...;;; 그다지 몸싸움을 즐기는 편이 아닌 오리온스의 두 용병은 TG의 높이 앞에 버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왓킨스와 김주성의 골밑 정말 무지막지하게 내려찍더군요. 블록슛 9개, 그런 상황에서 오리온스 용병 잭슨이 다시 골밑을 비벼주고 있다는 게 오히려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오리온스는 TG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골밑의 약세, 이은호의 수비미스나 박재일 백인선 등의 팀내 3번들의 부진 박지현의 빈자리 등 여러모로 원인을 생각해보지만 제 생각에 우선은 김승현부터 풀려야 합니다. 이번 게임에는 김병철이 자기몫만큼 충분히 해줬는데도 결국 김승현이 풀리지 않으니 게임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승현이 TG만 만나면 맥을 못추는 이유는 언제나 첫 스탭부터 막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투선수가 유도선수 만나 제대로 주먹도 뻗어보기 전에 맥없이 멱살부터 잡혀 던져지는 것처럼 이미 프로선수쯤 되면 수백수천번 해온 익숙한 플레이를 무의식적으로 펼치는 건데 그 첫스탭에서 이미 신기성이 막고 서있으니 김승현은 자기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기성뿐만 아니라 배길태나 박규현 같이 플레이 시작부터 타이트하게 붙어주는 가드에게 김승현은 언제나 약했습니다. 다른 가드의 경우라면 그나마 경기조 율력 또는 공격력이 부족한 편이고 다른 포지션에서 특별히 우위랄 것도 없었지만 TG의 신기성의 경우는 양쪽 다 아니죠.
예전 언젠가도 대구 쪽을 생각해 본다면 박지현을 백업으로 쓰지 말고 김승현 스스로가 타개책을 생각해낼 때까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가 부딪쳐보는 쪽이 낫지 않을란 얘기한 적 있습니다만... 뭐 어찌됐던 자신의 템포와 플레이를 극복하는 것이 김승현의 과제입니다.
스스로 넘는다면 또 한번 업그레이드하는 거겠죠.
그레이 양경민 김주성으로 이어지는 수비벽을 뚫는 길은 대구도 그런 대형 포워드로 TG의 수비를 압박하는 방법이 그중 하나고 또다른 방법으로 김승현이 TG의 백코트를 흔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없는 선수를 만들어 오는 쪽보다는 후자가 좀더 현실적이겠죠. 그러나 뭐 그것도 김승현쯤 되니까 하는 말입니다. 자기 스탭을 바꾼다는 건 사실 프로선수에겐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째든 김승현의 플레이가 살지 않으면 대구는 팀밸런스가 어딘가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백인선이 벌써 자기 플레이를 가져갈 정도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적어도 2년 정도는 발전해 나가야 팀의 주전포워드로 플레이가 자리잡지 않을까 합니다.
신기성은 점점 더 경기운영이 능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는 패도 많지만 나름대로 신기성만 본다면 운영 면에서는 안정감이 엿보입니다. 코트 장악력 때문에 걱정했는데 한 게임, 한 게임이 지날수록 그런 면에서는 점점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제 PG로 톱레벨에 오르기 위해 신기성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기 힘으로 승리한 게임이란 생각이 듭니다. 승리한 게임은 패배한 게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선수에게 가르쳐 준다고 믿습니다.
[KTF vs SK]
이러니저러니해도 1쿼터에 맥기가 파울이 3개이기에 게임은 SK쪽으로 기울 줄 알았습니다. KTF의 강점은 높이의 약점을 충분히 상쇄할 정도로 골밑에서 맥기 미나케가 끈덕진 모습을 보여주는 점입니다. 그런데 파울이 많으면 그게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SK는 그런 점을 제대로 공략해내지 못하더군요. 랭이란 훌륭한 센터를 두고 참 아까운 일이죠.
아무래도 SK는 조상현이 출전해주지 못했던 것이 컸습니다. 조상현의 자리는 막강한 외곽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의 허슬플레이는 수비에 끈기를 주고 너무 주전이 많은 팀에 안정감을 줍니다. 갈곳 많은 나그네 점심 굶는다는 속담이 SK에는 딱 맞는 것 같습니다.
핸더슨 선수 득점은 충실히 해줬지만 막상 팀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은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전희철 고군분투하는데 용병이랑 맞부딪쳐 수비하는데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사실 미나케 수비하는 일 빡센 편이거든요. 워낙 터프한 편이라서...-_-;
KTF는 예상도 못했던 선수가 나가서 파인플레이를 보여줬다는 게 컸습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거의 출전 못했던 탓인지 석명준 선수 지난번 시범경기때 나왔을 때는 상당히 슛폼이 불안정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체가 상당히 흔들리는 걸로 봐서 훈련이 부족한 건가 싶었는데 저렇게 자신감 있게 쏴주다니 대단하더군요. 계산에 없던 선수가 득점에 보태 준다는 게 팀에 얼마나 짭짤한 보탬이 되는지 모릅니다. .
아무튼간 이 경기는 KTF의 악착같은 수비와 SK의 턴오버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핸더슨 선수 막판 중요할 때 꼭 골소유 시간이 길어지는군요. 코칭스탭에서 한번 얘기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KTF vs 전자랜드]
아무래도 두 팀이 단합대회라도 했나봅니다. 양팀 밤새도록 마시다가 현주엽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사망했던...;; 퍽퍽퍽~
실없는 소리했습니다만 도무지 그렇게 밖에는 설명이 안될 정도로 양팀 다 잠에서 덜 깬 것 같은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렇다고 경기력이 아주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몸이 안 풀렸는지 시합에 이해할 수 없는 턴오버투성이였습니다.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한 게 어째 삐걱삐걱하더니 결국 전랜의 화이트가 부상당했습니다.ㅠ_ㅠ
누가 뭐래도 예뻐하던 선수가 중부상을 입는 걸 보니 속상하더군요. 프로선수로(그것도 용병선수가) 태도가 철이 없구나 싶으면서도 차 빠지고 포만 있는 팀을 4강까지 올려놓고 노장 선수랑 둘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봤기에 답답함을 느낄 때도 미워할 수는 없습니다.
하필 상대가 KTF에서 예뻐하고 있는 선수라 더 마음이 안 좋더군요. 그때 스틸 시도는 좀 과욕이다 싶었어도 설마 그 정도로 다칠 거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스핀무브 할 때 스틸 시도 하면서 스친 것 같았는데 마침 얼굴부위라 안 좋았나 봅니다.
그런데 운동한다는 건 언제나 부상위험을 안고 뛰는 거니 그렇다 쳐도 심판들 태도는 도저히 좋게 봐줄 수 없더군요. 실수 누구나 다 합니다. 실수가 있었으면 3심 합의 하에 빨리 정정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걸 굳이 권위를 세우겠답시고 오심을 밀고 나가 테크니컬파울을 주더군요.
결국은 선수가 코트에서 난리를 치는데도 심판들이 찔리는 게 있으니 한마디 말도 못하고 퇴장도 못시켰으니 한심할 따름입니다. 그 외에도 슛 이전의 파울에다가 바스켓카운트를 준 것도 그렇고 이날 판정은 전체적으로 영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앞에 커다란 오심을 해놓았으니 그게 머리 속에 걸려 다음부터는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제나 얘기하지만 심판의 권위는 테크니컬파울로는 세워질 수 없다고 봅니다.
KTF쪽을 얘기하자면 이 시합은 현주엽이 공수에서 고군분투했습니다. 현주엽 역시 상태가 좋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끊임없는 턴오버 속에서도 발바닥 땀나도록 뛰어다니더군요. 뭐 10, 10, 10중 마지막 리바운드 하나는 동료가 만들어준 것이긴 하지만 이날 시합에서 동료를 살려주기 위해 뛰어다닌 현의 공로를 생각하면 그정도야 애교로 봐줄만 합니다.^^
이홍수는 신장이 낮고 공격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주엽과 같이 뛰기엔 꽤 좋은 가드인 것 같습니다. 코트에서 움직임이 풍부해 다소 움직임이 느린 현주엽이 직접 리딩할 때는 편한 것 같습니다.
역시 정락영과 이홍수 두 선수가 상대팀에 맞춰 적절하게 시간을 나누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SK vs 오리온스]
1주일만에 들린 학생체육관은 평일저녁인데도 사람이 꽉 찼습니다. 마치 과거로 필름을 되돌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절반은 오리온스팬, 절반은 SK팬이 관중석을 채웠는데 오리온스팬은 6대4비율로 여자가 많고 SK는 그 반대였기에 더욱 그렇더군요.
시합 전에는 용병 한명 빠진 대구가 SK쪽보다는 불리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두 경기쯤 용병이 빠진다고 쉽사리 불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선수들이 좀더 정신력무장을 하고 경기에 나오게 되는 데다 말이 안 통하는 용병보다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국내선수들끼리 게임을 하는 쪽이 조직력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구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건 대구로선 어쩔 수 없는 딜레마인데 김승현, 주포인 김병철, 그리고 박재일까지 정교하지만 어지간한 팀을 상대로는 매치업에서 높이와 파워가 약합니다. 특히 백코트 높이는 한참 낮은 편입니다.
보통 다른 팀이라면 3, 4번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기동력과 파워를 갖춘 선수가 팀당 한 명쯤은 있게 마련입니다. 5, 4, 3가 동시에 가능한 독보적인 김주성은 접어두더라도 전희철, 현주엽, 이규섭, 양희승, 박규현, 정재근 등등 잠시동안이라면 용병과도 매치업할 수 있는 묵직한 느낌의 포워드가 있어 팀의 빈자리를 채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대구에는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습니다. 사실 진짜 없다기 보다는 대구의 전술에 그런 선수가 끼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상대가 전 포지션이 고르게 갖춘 SK입니다. 당장 용병 한 명이 빠져 버리면 공격보다 수비에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김승현의 기본 탬포가 빠르다는 것도 또 한가지 문제입니다. 수비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최대한 지공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걸 맞출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시합 시작전 염려했던 부분은 시합을 보면서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여태 김승현의 패싱능력에 비해 리딩능력은 약간 덜 쳐줬는데 이날은 정말 완벽했습니다. 24초를 최대한 사용하며 빠를 땐 빠르게 느릴 땐 느리게 템포바스켓을 하는데 강동희인가 싶더군요.
그리고 용병이상의 득점력으로 팀을 끌어준 김병철의 역할도 대단했습니다.
"자기 장점을 가져간다." 이거 농구에서는 정말 금과옥조입니다만 말처럼 실천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구의 움직임은 어느 한 움직임 버릴 데 없이 시계 테엽처럼 착착 맞아 떨어졌습니다. 김승현이 끌어주고 김병철, 잭슨이 득점하고 백인선, 문혁주, 정종선 등 식스맨 3인방이 수비해주는데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습니다.
김승현, 김병철 같은 팀의 에이스뿐만 아니라 용병선수, 그리고 식스맨들까지 이런 경기를 거치면서 팀이란 의식이 공고해지고 더욱 강해진다고 봅니다.
반면 SK를 보면서 '아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지만 패배는 나누면 끝이 안 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럴 때 구심점 없는 두터운 선수층이 복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패배가 자기 것이 될 때 선수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실은 SK를 보면 02-03시즌의 TG가 떠올라 개인적으로는 매우 정이 갑니다. 팀구성원이나 아니면 선수 타입이 닮았다기보다 막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험이 부족하고 조직력이 약해 가끔씩 걸음마 배우는 아기처럼 콩콩 넘어져 무릎 찧는 것이 그렇습니다. 솔직히 게임 보다가 4쿼터 1분쯤 남겨놓고 수건 던지고 락카룸으로 들어가는 허코치님이 없어 이상했습니다.;;;
TG라면 허코치님이 야단도 치고 무릎도 닦아주고 했지만 SK에서는 이상윤 감독님이 큰형님 역할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감독님이 야단치면 위로해주는 역할은 전희철이 해준다면 딱 SK판 채찍과 당근이 될 것 같은데...^^)
아무튼 SK로서는 잡을 수 있는 게임을 내줬다는 게 뼈아픕니다. 원래 공은 둥글다지만 백코트부터 압박했으면 워낙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오리온스였기에 SK가 가져갈 수 있는 시합이었습니다. 도대체 SK는 왜 초반 잘 돌아가던 조직력이 흐려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사공 많은 배 산으로 올라가는 건지 아니면 4쿼터의 조던이 팀웍을 망치는 건지 아무튼 랭과 전희철이 인사이드에서 고군분투하는 게 안타깝군요.
게임은 길고 팀간 성적도 상향평준화 된 만큼 서로 물고 물릴겁니다. 앞으로도 리그는 깁니다. 우선 SK는 조직력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군요.
[KTF vs SBS]
안양은 참 무조건 달리는 특이한 팀이 되었습니다. 김감독님 스타일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데 용병을 그런 타입을 뽑고 보니 용병에 맞췄구나 싶습니다.
어째든 은희석이 어느 정도 살아주며 초반 봤던 암울했던 SBS의 문제점들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문제는 실책을 줄이고 얼마나 짜임새 있는 농구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앞으로 보고 싶은 건 이정석이 제대로 복귀하면 팀이 또 어떻게 변할까 하는 점입니다.
KTF는 이번 주 내내 연승가도를 달리는 것에 힘들어 보이면서도 경기 운영을 참 깔끔하게 잘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은 용병들의 성실성입니다. KTF용병들 정말 끈기와 성실성을 갖춘 보기 드믄 콤비입니다. 꽤 개성 강한 선수들인데 잘 다루고 있다는 것도 추일승 감독님 능력이고...
그리고 현주엽은 점점 더 리딩의 묘를 깨닫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PG는 나눔의 미덕과 쉬운 길도 돌아가는 인내심이 중요합니다. 예전에도 어시스트 패스야 죽여줬지만 전체를 본다기 보다 단발성이었습니다. 아직도 팀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저러다 진짜 195cm짜리 포인트가드가 생기는 건 아닌지 불안인지 기대인지 모를 예감이 엄습하는군요.
근데 옥의 티랄까 실은 시합 자체가 티의 옥이라는 게 더 맞을 지도 모르지만... 이 시합이야말로 휘슬 하나가 없어 선수들끼리 엉덩이를 걷어차는 난장판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시발은 미나케의 거친 플레이부터군요.. 넘어진 양희승을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 그대로 밟고 플레이 한 것... 그 자체만으로는 파울이라 하기 어려워도 다음 순간이라도 선수 보호차원에서 휘슬 한번만 울려줬어도 그걸로 사태는 정리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았을텐데 심판으로부터 파울콜조차 없자 울컥한 양희승은 바로 보복성 파울에 들어가고 다음부터는 경기가 진흙탕에 빠졌습니다.
사실 다음부터는 코트에서 있어서는 곤란한 폭력성 파울들이 연이었습니다. 김성철이 했던 파울은 그다지 험한 파울은 아니었기에 현주엽이 실려가게 된 건 불운했다지만 그때까지 코트에서 벌어진 파울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그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예의를 예의로 대응하지 않으면 멱살을 잡게 된다'라고 노자가 말했던가요? 아무튼간 몸싸움이 격렬한 스포츠니까 서로 처음부터 지킬 건 지켜야 좋은 경기를 볼 수 있죠. 그리고 아무래도 그 부분에서 조정자인 심판들의 역할이 아쉬웠습니다.
이건 딴 얘기지만 여전히 마핑걸을 쓰고 있는 팀들 참 답답합니다. TG, SK, 전랜이 마핑걸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물론 마핑보이라고 다 잘 닦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코트에 땀이 떨어졌건 나무가루가 떨어졌건 신경 안 쓰는 모습을 보면 조마조마 합니다.
지난 11월 9일 전랜과 KCC경기에서 전랜이 한참 치고 올라갈 때 딱 2점 남고 단독 속공 찬스일 때 문경은이 플로어에 쭉 미끌어지더군요. 암만해도 땀이나 이물질이 코트에 남아서였는데 전랜으로서는 정말 치고 올라갈 기회를 뼈아프게 놓친 꼴입니다.
아니 승패는 관두고 그 땀 때문에 팀 에이스가 다치면 어쩌려고요.-_-;;
그리고 지난 주말 TG와 전랜의 경기 하프타임에 태권도 격파시범을 보이고 플로어에 아직 나무부스러기가 좀 떨어져 있었는데 그거 닦아낼 생각도 없이 시합은 속개되더군요. 그럴 만도 한 게 전랜의 마핑걸들이 입은 초미니스커트로는 힘주어 벅벅 닦기는커녕 허리도 굽히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주 보다보니 전자랜드 예를 많이 들게 됐지만 전국 어느 구장이건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팬서비스가 아닙니다. 농구팬들에게 진짜 팬서비스는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겁니다. -_-;;;
첫댓글 혹시 후추에도 글 올리시는지?
예 후추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좋은글. 잘봤습니다 (__)
마핑걸 동의합니다..^^a..좀 팍팍 닦아주면 좋겠는데..슬슬 문지르다가니..어떨때는 후보선수들까지 뛰어나가서 휴지로 닦는 아마츄어적인 상황도 나왔습니다../실제로 고등학교경기를 보러갔을때는 양팀 후보들이 잽싸게 나와서 닦고 들어가더군요..코트한쪽비면..-.-/
언제나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
글 길다
잘봤습니다. 늘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핑걸 이야기는 200%동의합니다. 힘 주고 팍팍 닦아야하는데 슬슬 문지르는걸 보면서 제가 닦고 싶은 충동까지도 생길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