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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보편적인 노래
[단막극]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스토커, 그녀가 사랑하는 <프리지어, 곰인형, 핫초코 그리고>
[단막극] <가봉> 1978년 소공동 유일양복점, 스물 한 살 경희의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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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으로 나누려다
쭉 이어 보는 게 감정선이 안 깨질 것 같아서 한 편으로 왔어요.
다소 길어요.
-
하얀 마이를 입고 출근한 경희
경희 : 사장님 아직 안 나오셨어?
꼬마 : 네?
경희 : 나 지각한 거 말하면 안 돼
들키지 않아 기뻐하며 올라온 경희
어?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왜인지 사장은 이미 출근해 2층에 올라와있어.
미쓰 김 나랑 얘기 좀 하자.
퇴직금이라고 생각해.
성현이 걔는 너 만할 때 우리 가게에 와서 10년 동안 허리 한 번 못 펴고 일했어.
그럼 이제 편안해질 때도 된 거 아니니?
그리고 솔직히 걔랑 너랑 서로한테 뭘 해줄 수 있는 거야? 어?
이게, 니가 걜 도와주는 길이야. 얼른 받어.
가만히 있다 사장이 건넨 봉투를 돌려주는 경희
아니요. 괜찮습니다.
안 만날 거지? 밖에서 따로 만나지 않을 거지? 응?
경희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때 성현이 문을 열고 들어와.
성현 :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성현 : 왜 얘한테 이러고 계세요. 애가 뭘 안다고.
사장 : 야, 나는..
그만 둬도 제가 그만둬요.
야, 성현아!
죄송해요. 나중에 저랑 얘기해요 선생님.
경희의 손을 잡고 나가는 성현
둘은 터미널에 와 있어.
마셔. 멀미 덜 날 거야.
경희에게 오란씨를 건네는 성현
어디 가는 건데요?
밤새 마감한 거야? 집에서만 입는다며.
봐, 내가 어울린댔지.
성현은 말을 돌리고.
어디 가는지 말 안 하면 그냥 갈래요.
성현은 경희를 붙잡고
성현 : 보여주려고. 내 꿈.
의아한 경희를 이끌고 버스로 가는 성현
두 사람이 탄 논산행 버스가 출발해.
어디엔가 도착한 경희와 성현
성현 : 여기야.
이 동네 학교들 폐교되면서 문 닫은 덴데, 전엔 잘 됐었대.
당장이라도 인수할 수 있다는데, 반년만 더 월급쟁이 하면 얻을 수 있을 것 같애.
다른 사람 안 쓰고 너랑 나랑 둘이서만 하면.. 그럭저럭 해 나갈만 할 거야.
그게... 아저씨 꿈이에요...?
우리 밤샘 같은 건 하지 말자.
한 달에 두번은 가게 문 닫고 극장도 가고 창경원도 가고..
싫어요.
성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는 경희
안 할래요, 그런 거.
그런 거 하면서 살고 싶다며...
..아니야?
그럼 또 뭐할까. 뭐 하고 살고 싶은데?
경희의 반응이 낯설고 당황스러운 성현
평생 바느질하는 건, 아니에요.
앞서 나왔던 경희의 말들 기억하지?
그냥 잠깐 하는 것 뿐이라서, 평생 할 일도 아니라서 미싱도 안 배웠던 경희는
엄마 아빠처럼은 절대 살고 싶지 않은 경희는
성현의 꿈처럼 살고 싶지 않은 거야.
성현은 경희의 말에 마음이 무너지고
아저씨 이런 데 안 와도 되잖아요. 왜 굴러들어온 복을 차요.
나중에 나 원망하려구?
경희의 손을 잡는 성현
성현 : 경희야.
어.. 우리 만난 지 얼마 안 됐잖아..
경희는 그런 성현의 손을 뿌리쳐.
경희 : 우리가 뭘 만나요?
성현은 그 말에 굳어버려.
경희는 부러 아무렇지 않은 어투로 말을 돌려.
경희 : 여긴 서울보다 춥다.. 이제 가요.
성현 : 정말 싫어?
멈춰 서는 경희
난 너랑 하면 다 웃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넌 아니야?
차가운 척 돌아섰지만 눈물이 맺힌 경희
경희 : 얼른 가요. 가서 사장님한테 빌어요.
경희 : 다신 도망 안 간다 해놓구 이게 뭐예요.
성현 : 경희야..
경희 : 아저씨 안 가면, 나 먼저 가요.
눈물을 떨구면서 걸음을 옮기는 경희
돌아선 경희의 표정도 무너지고
남은 성현도 얼어붙어.
옆에 있던 돌을 던져 창문을 깨뜨려버리는 성현
경희는 그 소리에 놀라 멈춰섰다 다시 걸음을 옮기고
성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가만히 서 있어.
마음이 무거운 경희와
잔뜩 반가운 얼굴로 경희를 맞는 엄마
엄마 : 일찍 왔네? 잘 됐다!
경희 : 아직 일 안 나갔어?
엄마 : 지금 일이 문제니? 쉿!
경희의 손을 잡아 끄는 엄마
집에 들어서자 재민이 경수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어.
대문 앞에서 경희의 사정을 알게 된 재민이
경수의 과외를 맡아주기로 한 것 같아.
엄마 : 낮에 빚쟁이들 왔을 때도 한 마디도 안 지고 여기 와서 이러는 거 불법이라구!
엄마 : 법대생이라며?
경희 : 어
엄마 : 왜 말 안 했어. 저런 애인 있는 거.
경희 : 애인 아니야... 선생님이야.
방에 들어와 옷을 거는 경희
마이 안 쪽을 보고 울컥, 울음이 터져.
김 경 희
손수 새겨넣은 경희의 이름 세 글자
그리고 아까 그 교복점 앞에 여전히 서 있는 성현
유일양복점 2층은 전과 같지만
경희의 자리는 비어 있어.
새로 취직한 곳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경희
야학도 계속 다니고 있어.
학교에 들어서는데 문득 뒤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리고
그 언젠가 자신을 기다렸던 성현과
성현과 함께 탔던 자전거를 떠올리는 경희
재민은 경희의 집에 계속 드나들고
경희의 엄마는 그런 재민을 굉장히 반겨줘.
그리고 경희는 그냥 그렇게 맘없이 생각없이 끌려가는 것처럼 보여.
초췌한 얼굴로 경희가 들어간 문을 보는 성현
사장의 동생 소란은 그런 성현을 계속 좋아하고 살뜰히 챙겨주고.
유일양복점에도 겨울이 찾아오고, 내리는 눈을 맞는 손
많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혹은 아무런 마음도 없는 사람처럼
눈을 맞는 성현
그때 소란이 양손에 도시락을 싸들고 걸어오고
성현은 편안하게 웃어보여.
양복점 안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
두 사람은 결국 좋은 관계가 됐나봐.
그리고 성현의 하얀 마이를 문 앞에 조용히 두고 가는 경희
소공동의 겨울 밤에 눈이 나리고...
훌쩍 세월을 뛰어넘어 중년의 여인이 된 경희가
양복점을 둘러보고 있어.
소란 : 아직도 바느질 잘 하죠?
경희 : 절.. 기억하세요?
소란 : 그럼요. 그때 얼마나 예뻤는데..
쑥스러운듯 웃는 경희
경희 : 이제 돋보기 안 끼면 바느질도 못해요.
참 많은 세월이 흘렀지
장사는 전 같지 않죠?
그쵸.
그래도 잘 살고 있어요.
잘 살았어요, 우리..
많은 말들이 담긴 소란의 한 마디
네.
은행 간다고 나갔는데 늦네요.
전화 할까요?
아니에요. 사위 예복 한 벌 해주려고 온 건데.. 애들한테 물어보고 다시 올게요.
소란 : 그럴래요?
경희 : 네
자신이 일하던 2층을 쳐다보는 경희
소란 : 지금은 2층은 안 써요.
올라가 볼래요?
경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1978년 처음 이곳에 들어서던 그때처럼 2층에 올라온 경희
경희가 일하던 책상에는 이제 먼지가 뽀얗게 묻어 있고
사물함을 보고 다가가보는 경희
사물함을 손으로 한 번 쓸어보고 문을 여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건
오래 전 경희가 두고 갔던 하얀 마이.
경희는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옷을 바라봐...
그리고 조심스레 옷을 꺼내 보면
마이 안쪽에 붙어 있는 주문전표
성명 : 첫 작품 (김경희)
그리고 그 밑에 적힌
손님 불만 (떠블→싱글)
떠블은 키 작아보여서 싫다고, 자기는 싱글이 좋다고
괜히 틱틱거렸던 경희의 말을 흘려들은 줄 알았던 성현은
그 말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나봐.
더블에서 싱글로 바뀐 하얀 마이를 눈물 맺힌 얼굴로 한참 들여다보는 경희
그때, 밖에서 익숙한 자전거 방울 소리가 들려와.
창문을 열어 밖을 내어보는 경희
역시 익숙한 모습의 자전거를 탄 성현이 보여.
눈물이 맺힌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손을 들어보이는 두 사람, 경희와 성현.
은행잎이 노란 유일양복점 앞,
젊은 날의 경희와 성현은
오랫동안 한참동안을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서로를 바라봐.
꼭 그때 그 시절처럼.
스물 한 살 경희의 아련하고 가슴 저릿한 첫사랑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사실 이 이야기는 극본을 쓴 작가님의 부모님이 겪은 실제 경험이라고 해.
그래서일까, 보는 사람까지 가슴이 미어지게 만드는 것 같아.
많은 단막극들을 봤지만 이렇게까지 여운이 남았던 작품도 없었어.
(개인적으론 ‘제주도 푸른 밤’과 더불어 가장 여운이 긴 단막극이야.)
영상도 너무 너무 예쁘고 대사 하나하나도 주옥같고
그 시대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 낸 장면 하나하나며
서예지 허정도 두 배우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까지...
<가봉>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작품이었어.
기회가 된다면 꼭 영상을 찾아보기를 추천해.
이렇게 캡쳐본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예쁘고 아릿하고 맘 아프고 그리고 여운이 남을 거야.
아무쪼록 여러 편에 걸쳐서 봐준 여시들 고마워
여시에 소개 되지 않은 좋은 단막극 또 찾아보고 가져올게!
첫댓글 아.. 왜 첫사랑은 안이루어지는걸까ㅠㅠㅠ
실화라니.. 진짜 오만생각이 다들겠다
하ㅜㅠㅠㅠㅠㅠ진ㅁ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뭐지 이 아련함 ㅠㅠㅠ하....ㅠㅠㅠㅠ
ㅠㅠㅠ눈물났음...
나부르는줄알고 머리채잡혀왔다가 울고갑니다...ㅠㅠㅠㅠ
여시고마워 ㅠㅠㅠ우연히 들어왔다가 1편부터 다보고왔어ㅠㅠㅠㅠㅠㅠ아너무 여운이 ㅠㅠㅠㅠㅠ
눈물난다ㅠㅠㅠㅠㅠㅠㅠ
언니덕분에 너무 잘봤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나ㅠㅠㅠㅠㅠ
아 진짜 최고야 너무좋아 이런작품 알게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이거 내 인생드라마ㅠㅠㅠ
진짜 엄청 울면서 봤다능ㅠㅠ
여시 고마워 잘봤어♡.♡
아...눈물이....ㅜㅜㅠ....가슴이 참...아린다...등장인물 모두모두 너무 좋은사람들같아...참 아름답다..요시 좋은거올려줘서 너무 고마워!♥
버스에서 소리없이 우냐고 힘들었당ㅠ 따뜻하게 스며드는 정말 재밌는 소설을 영상으로 본 느낌이야!
ㅠㅠㅠ 나이든 성현씨는 안나온거야??
젊은 성현씨와 경희 재회도 뭔가 아리고 막ㅠㅠㅠ
진짜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워 여운도 남구ㅠㅠ 여시야 고생했어!!!ㅋ
이래서 첫사랑이 아련하다고 하는구나...
가봉 진짜 너무 좋아.. 여시들 꼭 봤으면 좋겠다
서예지 연기하는거 너무 좋아 ㅠㅠㅠㅠ
가봉] 진짜 이 드라마 너무 예쁘다ㅠㅠ
으엉ㅠㅠㅠㅠ 슬퍼ㅠㅠㅠㅠㅠㅠㅠㅠ 여시야 너무 잘봤어 ㅠㅠㅠ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좋은 드라마다 ㅠㅠ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구 ㅠㅠ 영상도 꼭 찾아볼게룽...
버스에서 보고 엄청 울었어 좋은 작품 알려줘서 고마워
아...ㅠㅠㅠㅠㅠㅠㅍ찌통....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예뻐.....드라마....진짜 최고다...
방금 영상보고 여시글도 봤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너무 아련하고 좋다...
다시보고싶은데 엑바규ㅠㅠㅠ여운쩔었는데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