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은 백미러를 통해서 뒷 자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힐끗 쳐다 보았다.
테디는 지친다는 듯이 의자에 몸을 푸욱 파 묻은채 자고있었고,
렉시는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음악을 들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있었다.
백경은 심심한 듯이 멀뚱 멀뚱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아마 렉시가 듣고 있는 음악이 궁금해서 귀를 귀울여 보고는
있는 것 같은데 상황 파악 못하는 렉시는 그냥 집중해서 음악만 듣고 있을 뿐이였다.
"저기.."
션이 조심스레 말을 건네어 보았다.
제일 먼저 션의 말에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나 다를까 백경이었다.
"예? 왜요? 다온거예요?"
"아...그런건 아니구요."
"무슨 일이예요?"
음악 듣고 있던 렉시도 그제서야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션을 쳐다 보았다.
".... 무섭지 않아요?"
"무섭 다뇨?"
렉시가 되 물었다.
"솔직히..아무것도 모르고... 이렇게 가는거...두렵지 않냐구요"
"두렵냐구요?"
백경이 갑자기 운전석으로 얼굴을 쑤욱 내밀면서 말했다.
션은 갑작스런 백경의 등장(?)에 조금 놀랬으나
곧..그의 밝은 표정을 보고는 마음이 놓였다.
"아뇨, 두려운것은 없어요... 더 두려운일도 겪었는데요 뭘.."
"더..두려운일..."
"자각을 말하는 거죠?"
렉시가 그 말을 받았다.
"그것말고 또 뭐가 있겠어요?"
백경이 웃으면서 답했다. 그러나... 말투는..조금 떨리고 있었다.
"자각이라..."
션이 말끝을 흐리자...렉시가 다시 그 말을 받았다.
"...더러웠죠..기분.."
"좋을리가 없잖아요"
션이 웃으면서 애써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했다.
그러나..착찹한 분위기....
아마..다들 그때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들을...날 이렇게 한 그들을 죽일 수 만 있담..두려운건 없어요"
렉시가 다시 이어폰의 볼륨을 키우면서..말했다.
백경은..렉시의 눈가에 눈물이 조금 고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모른척 할 뿐이었다.
건물이 점점 눈에 들어 왔다.
"자, 여기서 내려요"
션이 말했다.
"여기가 어디예요?"
대니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물었다.
"모르는게 좋아요"
션은 간단히 답하고 앞서서 걸어 갔다.
음산한듯한..어두분 분위기. 대니는 한참을 주변을 살폈으나, 다른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션을 따라 갔다.
굳게 닫힌 철문, 션은 굳게 닫힌 철문의 틈 사이로 열쇠를 넣어 잠깐 달그락 거리더니 문을 열었다.
끼이익...
녹슨 철 냄새와 함께 건물 안이 보였다.
낡은 외관과는 날리..말끔한 안.
다들 작은 탄성을 질렀다.
"멋지다. 이정도면..충분히 ..의욕도 넘치는 걸..?"
테디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 나무 장식이..꽤 고급인데..이건.."
"....성을 개조 한거예요..이곳에 있던.."
"...성?"
"몰라요. 언제부터 생겼던건지도 모르고... 언제부터 있었던건지 모르겠어요.
어느날..현석이 형이 이곳으로 절 불렀고..저도..그때부터 그렇게 알고.다니는 거예요"
션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다들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3차대전 이후..강한 핵폭팔로 인해서 공간이 뒤틀려 자기 자리를 잃고
전혀 엉뚱한 것으로 가버린 건물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이성도 그런 건물들중 하나인것 같았다.
"그런데...저 방은 뭐죠?"
렉시가 턱 끝으로 방 한구석에 있는 방을 가르켰다.
철문....
그 방이었다.
"아..저 방이요? 누군가를 위해서..비워 놓은 방이예요.."
"누군가를 위해서?"
"..t...j...."
테디가..작게 웅얼 거렸다.
"...누군지 알겠군..."
대니가 그 말을 받아서 약간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영은 아주 흥분한듯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며 부산스레 고함을 질렀다.
"햐아..진짜 긴장 되는데? 양현석....서태지......이건.....와....."
그런 백경을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이 대니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션을 보고 물었다.
"....그런데.. 지금 그 사람도 그럼 여기 있는거예요?"
"..아뇨. 지금은 없어요."
말이 떨어지는 순간 다들 션을 쳐다 보았다.
정적이 감돌았다.
"..그럼 저 방은 뭐죠?"
대니가 되묻자 션은 자신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언젠가... 일이 시작 되면 돌아 온다고 했대요. 그게 다예요...저도...본적 없어요.....클로닝 되고 난 이후론.."
정적..
알수 없는 긴장..그리고 정적이 한참을..그들 사이에 맴돌았다.
"뭐해? 거기서 계속 그러고 있을 건가?"
어디선가 약간은 낮은 듯한..그러나 결코 어둡지 않은..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실 한 가운데서 이층으로 뻗어 있는 계단..
그 위에서 나는 목소리였다.
이층엔 불이 켜져있지 않은지라..모두들 그 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서 두 눈을 게슴츠레 떠야만했다.
"...형, 다들 왔어요"
"....알아. 그래서..이렇게 마중 나온거잖아?"
"...양..현..석..."
온 거실을 제 세상인양 휘젓고 다니던 백경도 그자리에서 딱 멈춰선채
목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꿈이 아니라면...
...
클로닝 되고나서..처음으로 만나는..
형..
양현석..
아니..양군이었다.
".... 반가워...친구들....."
어둠을 헤치고 현석이 내려 왔다.
모두들..
가슴 깊히 단 하나의 단어가 박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
"그 단어..기억하고 있었던건가요?"
긴장된 분위기를 깨고 대디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계단밑으로 내려온 현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능력으로 기억한건 아니지만.. 그녀석이 일깨워 놓고 갔지"
"그..녀석?"
" 저녀석 말야."
현석이 턱짓으로 t.j의 방을 가르켰다.
" 오랫 ...만이네요"
렉시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현석은 씨익 웃으면서 그 손을 잡아 주었다.
"느끼고 싶었던 건가..?"
"....그렇죠..... 아무래도...당신이..살아 있는지..... 무엇보다 두려웠으니까.."
렉시의 말끝이 눈물로 젖어 있다.
"살아 있었어..아니..살아야만했을지도.."
"...형...."
백경이 나즈막히 현석을 불렀다.
".... 믿어지지 않았는데..정말...이네..."
현석은 그런 백경을 꼭 안아 주었다.
"느껴봐.... 살아 있으니.."
백경은 현석의 온기를 느끼며, 살아 있다는 것을..확인했다.
어느덧 백경의 눈 가에도 눈물이 고였다.
"그나저나.. 형..언제부터 일을 시작하는 거죠?"
션이 그런 분위기를 조금 바꾸어 보려는 듯이 말을 꺼냈다.
"글쎄... 오늘은 일단.. 푹 쉬고.. 모두를 위한 작은 파티라도 열도록 하자.
내일부터는...바쁠테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밝은 웃음이 집안 가득 퍼졌다.
"골치아픈 녀석들이군..."
검은 장갑을 낀 손이 책상 한쪽 끝을 툭툭 치면서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녀석..때문이야."
다른 검은 장갑을 낀 손이 양손을 깍지 낀채 책상에 기대어 있었다.
"..좀 더 일찍 없애야 했는데.."
서 있던 검은 정장의 누군가가 말했다.
"하지만...아직... 때가 아닌 걸..."
약간은 허스키한..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렸다.
"기다려..그놈을 잡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선이야"
어둠속에서 빛나는 두 눈동자가 한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 그놈은..절대.... 그들을 죽이지 못할테니까.... 결국....
..그가 죽는거지.."
그리고..모두들 어둠 속으로 사라져 들어 갔다.
"맛있는데요?"
렉시가 간만에 웃으면서 말했다.
지누가 차린 저녁식사는 꽤 맛있었다.
밤늦게 합류한 진환도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많이 서두른 듯한 분위기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원래 요리는 잘했어요. 다른건 못해도.."
"다른건 뭐?"
지누가 못마땅한듯 투덜거리자 진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화약 배합 잘못해서 집 다 날려버린게 한두번이냐? 매번 도와 준다면서..
사고나 치고."
"푸하하하"
모두들의 웃음이 흥겹게 식당안을 맴돌았다.
" 그나 저나...저희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어 지는거죠?"
"역할이라면..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더 잘알텐데..?"
현석의 말에 다들 서로를 쳐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현석이 가볍게 션을 가르키며 눈짓을 하자
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 난 프로그램 담당... 각종 자료 수집.. 해킹..등에 능해. 후훗.. 그녀석들이
클로닝을 시키면서 이런 기술을 줬더라구? 덕분에 잘 쓰고 있지"
그리고 션은 렉시를 쳐다 보았다.
"아..난..... 침투 전문.. 뭐..생각 하는 것 처럼 미인계..그런건 아니고"
렉시의 말에 다들 장난스런 야유를 보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렉시가 다시 말문을 열자 조용해 졋다.
"적진 내부로 침투하는 능력...그래. 능력이람 능력인데..그 기술이 좀 뛰어난 편이야. 그래서..아마 이렇게 찾아 지게 된 것 같구. ... 그들이..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니..우리가..찾아 가야지...그럴려면.. 내 능력이... 많이 필요 할꺼야"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렉시 옆에 있는 지누를 쳐다 보았다.
"난....정보망쪽에 강한 편이야.. 발이 넓다면 넓은 거고......음.....
뭐..특별한 능력이란 건 못될 것 같은데.. 각종 정보 빼돌리기..사람 뺴돌리기가 내 전문이야..후훗"
"난..."
진환이 스테이크를 입안에 넣다 말고 , 모두를 휙 둘러 보면서 말했다.
"폭탄 전문... 요즘 주변에서 유통되는 폭탄 중에..불량품 빼고 나면 다 내가 만든거라고 생각하면 될껄? 덕분에 돈도 꽤 많이 벌었는데..영락없이 여기에 다 쓰게 생겼어?"
진환의 장난기 어린 말에 방안은 또한번 웃음으로 가득 찼다.
"나랑 좀 비슷하네. 난 화약 전문이야. 총알... 을 주로 만들어. 아, 나도 불량품은 안만들어."
"그 총알을 쏠 수 있는 총알은 내가 만들고"
백경과 대니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말없이 먹기만 하던 테디가.. 특유의 낮은 저음으로...
마지막으로 자신의 역할을 말했다.
"난.... 그 총을가지고.. 그 놈들을 다 죽여 줄 수 있어"
다들 테디를 쳐다 보았다.
"..... 기대해도 좋을거야"
다들..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각각의 사연은 다 달랐지만,
그들이 미워하고 증오하는 대상은 단 하나..
".... 생명을..자신의 맘대로 뜻대로 움직이는 그들...용서 할수가 없는거야.."
현석의 말에..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계획이.. 타오르는 촛불처럼...
빛을 내며... 시작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 갔다.
오늘 하루 일어난 여러가지 일들에 다들 피곤했던지
모두들 서로의 방으로 별 다른일 없이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백경은 발길을 돌려 일층 철문을 향했다.
t..j...백경은 문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차가운 기운이..뺨에 스며 들었다.
"...형....."
백경의 말이.나즈막히 철문에 울렸다.
"....용서..해 줄 수 있지..."
백경의 말은.. 차가운 철문에 작은 떨림으로 스며들었다.
흘러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을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여기서 뭐해? 들어가서 쉬지 않고?"
"...아....현석이 형.."
"피곤할텐데..들어가서 쉬어"
"어 알았어"
백경은 조금 당황스러워 하면서 급히 뒤돌아서서 계단위를 올라 갔다.
현석은 그런 백경의 뒷모습을 가만히.그리고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용서라..."
다음날.
모두들 각자가 준비해야 될 것들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특별히 준비할게 없던 렉시는 자신에게 맞는 총을 주기로 한 대니의 방을 찾아 갔다.
"이렇게..여기를 장전해서..쏘면...한번에 12발이 나가게 되어 있어"
대니가 총을 장전해서 렉시 앞으로 가져다 대었다.
"좀..무겁네... 난 이런 장총 말고..작은 숨길 수 있는 총이 필요해.."
"...총맞아 본 적 있어?"
대니의 질문에 렉시는 상관 없다는 듯이 총을 뺏들어서 이번엔 대니를 겨누어 보았다.
"좋은데?"
"...총알을 맞으면..어떤 기분인줄 알아?"
"....... 어떤..기분인데?"
렉시는 총의 장전을 풀어서 탁자위에 조심스레 올려 놓았다.
"..살이 타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야..."
"살이 타 들어가??"
"..화약이..터지면서..살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지.그리고 총알의 강한 회전력으로 인해서..느껴지는 마찰력때문에도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구...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죽음이 다가온다고 느끼기 때문에.그렇게 아픈거야.."
"...... 웃기지 마"
렉시가 대니의 어깨를 밀쳐 내며 말했다.
그리고 대니의 방을 나갈려는 렉시를 향해 대니가 말했다.
" 명심해 둬, 총을 쏠려면...그 아픔은 미리 각오 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대니의 말에 문을 열고 나갈려던 렉시가 잠깐 멈춰 섰다.
"..... 그 아픔이란게..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죽이는 아픔보다 클까?"
렉시는 그 말을 짧게 남기고 곧 방문을 열고 나갔다.
대니는 렉시가 나간 문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알고 있지..너무나도.."
현석의 아지트 안은 간만에 사람들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분주함과는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한 사람이
아지트 문 밖에 서 있었다.
가만히..
주변의 세상과도 이질 된 듯한 분위기..
마치..주변에 차원이 전혀 다른 듯한 느낌의 사람이..
그들의 아지트를 보고... 가만히 서 있었다.
한번의 거친 바람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사람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 안을 들여다 보고 있을 뿐이였다.
"....다 모였네...... ... 이제...슬슬..나두...준비 해 볼까?"
그리곤 발길을 돌려 아지트와 반대쪽으로 타박 타박 걸어 갔다.
또한번 바람이 세게 불자 바람은 그 사람의 얼굴을 덥고 있던 머리결을 뒤로 넘기며..그 얼굴을 확연히 드러내게 만들었다.
하얀 얼굴..
마치.찬 기운을..모두 모아서..얼려서 만든.
얼음 조각 같은 얼굴..
그리고 그와는 반대되는...불타는 듯한.. 앙다문 입술..
...
그 앙다문 입술의 의지를 말해 주듯..두 눈엔...
차가우면서도...
밝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
"자..이제 시작해 볼까..? tj....본격적으로 말야"
그는 그 자신에게 중얼 거리면서..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걸어 나갔다.
아지트 안은..
아무도...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카페 게시글
태지소설&
소설 y.g family -제 7화 - 음모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