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나들이
1. 직성이 풀리다
옛날 사람들은 사람의 나이에 따라 그때그때 운명을 맡아보는 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별을 ‘직성(直星)’이라고 한다. 직성에는 제웅직성, 토직성, 수직성, 금직성, 일직성, 화직성, 계도직성, 월직성, 목직성이 있다. 이 아홉 개의 직성이 한 해에 하나씩 번갈아 들면서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 짓게 되는데, 흉한 직성도 있고 길한 직성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제웅직성은 흉한 직성으로 남자는 10세에, 여자는 11세에, 토직성은 반은 흉하고 반은 길한 직성으로 남자는 11세에, 여자는 12세에 처음 들게 된다. 이런 식으로 나이에 따라 직성이 하나씩 들고, 아홉 직성이 다 들고 나면 다시 제웅직성부터 차례로 드는 것이다.
무속에서는 그 해에 어느 직성이 드는 가에 따라 그에 맞는 ‘직성풀이’라는 것을 한다. 길한 직성은 맞이하고, 흉한 직성은 쫓아내는 것이다. 대보름 풍습 중에 ‘제웅치기’라는 것이 있는데, 제웅직성이 든 사람의 직성풀이를 하는 것을 말한다. 직성풀이를 하면 나쁜 운세를 풀어내서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믿는 것이다.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 바로 ‘직성이 풀리다’로, 바라는 바가 뜻대로 이루어져 마음이 흡족하고 편한 상태를 의미한다. ‘만족하다’ ‘성에 차다’와도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2. 개밥에 도토리
요즘은 반려견에게 사료를 먹이고 반려견을 위해 따로 만들어진 간식도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이 먹다가 남은 밥을 주는 게 다반사였다. 개에게 따로 밥을 챙겨줄 만큼 넉넉하지도 않았고, 개는 어디까지나 가축일 뿐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래서 개밥이라고 하면 음식 찌꺼기나 형편없는 음식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쩌다 개 밥그릇에 도토리가 굴러 들어가게 되면, 개는 딱딱한 도토리를 먹지 않고 남기게 된다. 그 변변치 않은 개밥에조차 끼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데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개밥에 도토리’라고 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왕따’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아주 심하다는 뜻의 ‘왕’과 밉거나 싫은 사람을 멀리한다는 ‘따돌림’이 합쳐진 말인데, 일상에서 쓰일 때 ‘왕따’는 심한 따돌림보다는 집단 따돌림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3. 쌍심지를 켜다
전기가 없던 옛날에는 ‘등잔’으로 불을 밝혔다. 등잔(燈盞)은 종지처럼 생긴 그릇에 기름을 담고 심지를 담가서 불을 붙이는 것이다. ‘심지’는 등잔이나 초에 불을 붙이기 위해 꽂아 놓은 실을 뜻한다. ‘쌍심지’는 말 그대로 등잔 하나에 심지를 두 개 꽂아 놓은 것인데, 쌍심지를 켜면 등잔을 두 개 밝힌 것처럼 불빛이 더 환해질 것이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무엇인가를 몹시 찾거나 더 나아가 매우 화가 난 모습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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