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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열린 4월 A매치 경기에서 다크호스 그리스에게 4-0의 완승을 거둔 네덜란드 대표팀의 디크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술적인 시험이 성공한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리스 전을 통해 드러난 아드보카트 구상의 핵심은 4-3-3에서 4-4-2로의 회귀이다. 본래 클럽에서 좌측 윙/윙포워드로 기용되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좌측 풀백으로 기용되며 때때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던 바우데베인 젠덴을 좌측 윙에 포진시키고 이번시즌 세리에 A의 명문 AC 밀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 클라렌세 세도르프를 우측 윙에 배치한 네덜란드는 공격적인 4-3-3 사용시 부족했던 공수의 균형을 되찾으며 유로 2004 지역예선 6조에서 강호 스페인을 제치고 조 1위를 차지한 그리스에 완승을 거두며 본선에서의 선전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라이스 반할 감독(현 아약스 기술고문)의 후임으로 부임한 아드보카트는 취약점인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기존의 공격적인 4-3-3 전술 대신 미드필드에 전문 윙을 두지 않고 공수를 겸비한 멀티 플레이어를 배치한 4-4-2 전술을 사용하여 1년이 넘는 기간동안 무패 행진을 지속한다. 네덜란드는 이기간 동안 상대에게 2골 이상 허용한 경기가 없을 정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유로 2000 당시의 화끈한 공격 축구를 기억하고 있는 네덜란드 국내 팬들은 아드보카트의 전술에 대해 수비지향적이라는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압박에 굴복한 그는 2003년 9월 6일 있었던 오스트리아와의 유로 2004 지역예선 경기부터 양 측면에 공격적인 미드필더를 배치하여 과거의 4-3-3과 유사한 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게 3-1의 승리를 거두며 일단 순항하는 듯 했던 네덜란드는 유로 2004 본선 직행 여부가 걸린 체코와의 9월 10일 원정경기에서 경기 초반부터 드러난 수비 문제와 이로 인해 다비즈가 경기 시작 14분만에 퇴장당하면서 빚어진 수적 열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3-1의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98년 월드컵에 절정에 달했던 네덜란드의 수비력은 이후 유로 2000, 한일 월드컵을 거치면서 서서히 내리막을 걷고 있었고 현 시점에서는 미드필드의 보좌 없이 강팀들을 상대하기엔 다소 버거운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임 초기 전술은 분명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것이지만 오스트리아전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한 후 네덜란드는 체코에게 일격을 당하며 유로 2004 본선 직행에 실패한데 이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한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된 스코틀랜드에게 1패를 당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건곤일척의 자세로 임한 플레이오프에서 2차전에서 공격적인 3-4-3 전술을 꺼내들어 6-0의 대승을 거두며 본선 진출에 성공, 한일 월드컵에 이은 메이저대회 2연속 본선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지만 경기 후 "오늘의 승리는 운이 많이 따랐다"라고 스스로 인정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대로 본선에 임하기 전까지 네덜란드는 분명 수비 불안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아드보카트가 초기의 4-4-2를 그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은 물론 공격 축구에 대한 안팎의 압력도 있었지만 선수 구성상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98년 월드컵에서 축구황제 펠레에게 극찬을 받으며 세계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의 반열에 올랐던 에드하르 다비즈를 좌측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있었던 아드보카트는 소속팀 유벤투스(현재는 바르셀로나 임대 중)와의 불화와 적잖은 나이로 인해 감퇴한 역동성, 중앙 미드필더이자 PSV 에인트호벤의 주장인 마르크 반봄멜과의 대표팀 경기에서의 영역 다툼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다비즈를 더 이상 측면에 기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체코와 스코틀랜드전을 통해 드러났듯이 네덜란드 대표팀은 수비력이 부족한 공격 전문 선수를 측면에 배치할 경우 생기는 허점을 수비진 자체의 능력으로만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아드보카트는 우선 수비진의 역량을 증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스코틀랜드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해 이제 클럽 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공헌할 역량이 있음을 증명한 에인트호벤의 다용도 수비수 빌프레드 바우마와 유로 2000 이후 한때 네덜란드 수비진의 미래로 각광받았으나 부상으로 몇 년간을 허송세월했던 아약스의 수비수 욘 헤이팅하를 대표팀에 불러들여 몇차례 강호들과의 대진을 통해 국가대표팀에 주축 멤버로 그 위치를 격상시켰다.
바우마는 프랑크 데보어를 대신하여 스위퍼/리베로 성향의 중앙 수비수로서 거한 야프 스탐과 중앙 수비를 형성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며 헤이팅하 역시 유사시 중앙 수비와 우측 풀백으로 언제든지 투입될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좌측/중앙 수비수 바우마와 우측/중앙 수비수 헤이팅하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양적으로 빈약한 네덜란드 수비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과거 윙/윙포워드로 뛸 정도로 공격력까지 겸비한 바우마와 중앙 수비수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헤이팅하의 대조적인 성향은 상황에 따른 수비진의 다양한 조합을 가능하게 한다.
바우마와 헤이팅하를 통해 수비진 보강에 어느정도 성공한 아드보카트의 후속작이 바로 그리스전을 통해 다시 들고 나온 4-4-2 전술이다. 고령으로 인한 노쇠화와 바르셀로나 임대 이후 수비와 미드필더를 이어지는 가교 역할에 충실해진 다비즈를 대신하여 그동안 좌측 풀백으로 기용되며 유로 2000 당시 보여줬던 막강한 공격력을 사장당해야 했던 젠덴을 약 4년만에 좌측 윙에 기용하면서 오히려 부임 초기보다 공수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된 4-4-2 전술을 완성시켰다. 본래 미드필더인 젠덴과 릭센을 측면 수비에 기용하는 방법으로 공격의 약점을 보완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수비의 불안이 내재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달리 측면 수비에 재능을 갖춘 브롱코스트와 헤이팅하(레이지허)를 배치하고 만만치 않은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춘 젠덴과 세도르프를 좌우 미드필더에 기용하면서 전 포지션에 걸쳐 공격과 수비가 조화를 이루게 됐다.
주력 선수라 할 수 있는 공격수 뤼트 반니스텔로이, 미드필더 코쿠 등이 부상으로 제외됐음에도 그리스에게 완승을 거둔 네덜란드 대표팀은 본선 D조에서 만나게 될 독일과 체코가 최근 동반 부진을 보이고 있으며 베일에 쌓여있는 라트비아 역시 팀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라트비아의 오웬' 파하르스가 부상으로 인해 본선 참가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8강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물론 아직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A매치를 통해 맹활약했으나 현재 부상 중인 에인트호벤의 미드필더 아르옌 롭벤을 본선에 데려갈 것인지 여부가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될 사안이다. 현재 예상되고 있는 부상회복 일정에 의하면 에레디비지 잔여 리그 경기 출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일단 부상 회복을 전제로 남아있는 벨기에, 파로군도, 아일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롭벤을 시험해볼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예선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우측 미드필더 안디 반더메이데의 거취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반기 이후 클럽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경기 감각 저하를 무시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 미드필더 마르크 오베르마르스에 대한 아드보카트의 신뢰가 여전히 깊은 것이 그의 본선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한동안 대표팀을 떠나있었던 전 페예노르트 주장 파울 보스펠트가 중앙과 우측, 미드필더와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유로 2000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본선 출장을 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것도 반더메이데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다만 유로 2000에서도 드러났지만 우측에서 오베르마르스의 활약은 좌측에 비해 확실히 부족하다는 점, 현재 대표팀 풀(Pool) 중 오른발 잡이 측면 공격수는 반더메이데가 거의 유일하다는 점에서 본선에서 반더메이데의 필요성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유로 2000에서 맹활약했던 베르캄프의 은퇴 이후 여전히 많은 논란을 제공하고 있는 투톱의 구성은 지금까지 보여준 결과물은 신통치 않지만 여전히 반니스텔로이와 클라위베르트 두 선수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의치 않을 경우 98년 월드컵때부터 베르캄프의 백업으로 국대에서 활약했으며 제공권, 득점력, 직접 프리킥 등 다양한 재능을 겸비한 피에르 반호이동크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 물론 클라위베르트의 부재시 주전으로 활약했던 아약스의 간판스타 반더바르트의 주전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타이틀에 빛나는 로이 마카이는 여전히 대표팀에서는 No.3 정도의 입지에 그칠 것이다. 물론 클라위베르트를 공격형 미드필더/세컨드 어태커로 기용하는 4-3-1-2의 사용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반니스텔로이, 클라위베르트, 마카이 세 선수의 동시 투입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미드필드에서는 개인기량이 아닌 선수들간의 유기적인 호흡면에서 아약스의 신예 스네이더가 에인트호벤 주장 반봄멜에게 최근 우위를 점하면서 주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리스전에서도 후반 시작과 함께 봄멜을 대신하여 투입된 스네이더는 같은 아약스 출신인 반더바르트, 세도르프와 함께 좋은 플레이를 엮어가며 후반 팀이 네골을 득점하는데 기여했다. 다만 이날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던 주전 미드필더인 코쿠가 봄멜과 좀 더 코드가 맞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비력과 제공권에서 우위에 있는 봄멜에게 다소 무게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바우마와 헤이팅하의 가세로 한숨을 돌리게 된 수비진에서는 바우마와 프랑크 데보어의 주전 경쟁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임대 중인 바르셀로나에서 유로 2000 당시의 포지션인 좌측 풀백으로 기용 중인 반브롱코스트가 다시금 주전에 가까워진 가운데 각각 공격력과 수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레이지허와 헤이팅하가 우측 풀백의 주전을 놓고 다투는 양상이다.
본선 진출을 놓고 다소간의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현재까지 주축 선수들의 큰 부상 없이 무난하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네덜란드가 유로 2004의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94/95시즌 아약스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의 사실상 마지막 메이저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유로 88 우승 이후 준결승에만 세차례(유로 92, 98년 월드컵, 유로 2000)진출하며 우승에 실패한 네덜란드가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네덜란드 대표팀 유로 2004 본선 예상 명단
- 골키퍼: 에드빈 반더사르(풀햄, 잉글랜드), 로날트 바테로이스(PSV 에인트호벤), 산더 베스터벨트(레알 소시에다드, 스페인)
- 수비수: 미하엘 레이지허(FC 바르셀로나, 스페인), 욘 헤이팅하(아약스), 야프 스탐(라치오, 이탈리아), 빌프레드 바우마(PSV 에인트호벤), 지오반니 반브롱코스트(FC 바르셀로나, 스페인), 프랑크 데보어(글래스고 레인저스, 스코틀랜드)
- 미드필더: 에드하르 다비즈(FC 바르셀로나, 스페인), 클라렌세 세도르프(AC 밀란, 이탈리아), 라파엘 반더바르트, 베슬레이 스네이더(이상 아약스), 마르크 반봄멜(PSV 에인트호벤), 파울 보스펠트(맨체스터 시티, 잉글랜드), 바우데베인 젠덴(미들스브로, 잉글랜드), 마르크 오베르마르스(FC 바르셀로나, 스페인)
- 공격수: 뤼트 반니스텔로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잉글랜드), 파트리크 클라위베르트(FC 바르셀로나, 스페인), 로이 마카이(바이에른 뮌헨, 독일), 피에르 반호이동크(페네르바체, 터키), 아르옌 롭벤(PSV 에인트호벤) or 안디 반더메이데(인테르 밀란, 이탈리아)
- 예상 베스트 11 (4-4-1-1): 반더사르 - 레이지허(헤이팅하), 스탐, 바우마(데보어), 반브롱코스트 - 세도로프, 반봄멜, 코쿠(다비즈), 젠덴 - 클라위베르트(반호이동크 or 반더바르트) - 반니스텔로이
Written by 신준성(starage84@hotmail.com)
피파코리아
첫댓글 헐~~ 공격진은 정말 부럽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