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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핍을 알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세상에 나만큼 똑똑하고 잘난 사람 없다는 듯이 살아오던 나를 돌아보게도 되고, 헛점투성이의 나를 발견하게도 된다.
그동안 집에서 얼마나 편하게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가지려고만 했던 내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감사할 줄 아는 나로 변하게도 한다.
길거리에 자라나는 들풀 하나까지 세상에 사소한 것이란 없다는 생각을 하게도 하고, 주변의 모든 것이 고마워지기도 한다.
여행에서 방심하는 사이 '나는 헛점많은 평범한 인간임'을 알게 해주기도 한다.
'이것이 맞는걸거야' 하며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당연한 일이란 없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하기도 한다. 꼭 한번은 와보고 싶었던 시칠리아의 일정이다.
발레타 항구에서 출발한 크루즈는 시칠리아의 카타니아에 오전 7시에 도착한다.
시칠리아의 카타니아에서 당일에 다녀올 인근도시로 타오르미나와 시라쿠사의 정보를 수집해 두었으나 카타니아 기차역에 가서 걸리는 시간을 물어보니 '시라쿠사보다 타오르미나가 더 짧게 걸린다'고 역무원이 말을 해준다.
게다가 크루즈에서 판매하는 옵션투어도 한결같이 타오르미나 지역의 것들만 있던 기억이 난다.
타오르미나를 다녀와야겠다고 기차역에서 결정을 한다.
타오르미나는 그리스에 의해 기원전 8세기 이 지역에 첫 번째 식민지를 건설하고 이어 시라쿠사, 메시나, 아그리젠토등 다른 식민도시를 세우게 된다.
이 식민지 중에서 시칠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도시국가로 떠오른 시라쿠사는 기원전 403년 낙소스를 점령했다.
이 때 이곳 주민들은 타우로산으로 쫓겨 가는데, 이들이 세운 터전이 바로 타오르미나이다.
카타니아 기차 철로가 항구까지 연결되어 있는 끝에 타고온 크루즈가 정박해 있다.
카타니아역에 도착하여 타오르미나까지 걸리는 시간을 물어보니 40분 걸린단다.
시라쿠사까지 걸리는 시간을 물어보니 1시간 20분이 걸린단다.
당일여행으로 시라쿠사를 다녀오려다가 계획을 바꿔 타오르미나를 다녀오기로 했다.
기차 요금은 편도 4.3유로(5,600원)다.
아무래도 인근도시를 다녀온후 기항지 도시인 카타니아까지 돌아보려면 시간이 적게 걸리는 도시를 다녀오는 것이 나을 듯 싶어서다.
어차피 둘 다 가본적이 없으니 어떤 도시를 선택해도 큰 문제는 없다.
안보면 큰일 날 것 같은 것이 있다면 모를까 두 도시 볼거리가 비슷했던 기억이 있다.
카타니아역에서 7시 35분에 기차를 탔는데 타오르미나까지 11개의 정거장을 거쳐 8시 32분에 도착을 한다.
거의 한 시간 걸린 거다.
타오르미나에 내려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언덕을 바라보니 절벽같이 가파른 경사가 까마득하다.
기차역 앞에서 버스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버스를 타야하는지, 자주는 있는지 세부적으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걷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만약 타오르미나를 가게 되면 역에서 도시까지 걸어가자'라고 여행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마침 여행자인듯한 사람이 앞서서 씩씩하게 방향을 잡고 걷다가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여행자의 감각이랄까 '저 사람을 따라가면 되겠다'는 느낌이 온다.
굳이 물어보지도 않고 뒤따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올라가는 언덕길이 등산로보다 경사가 급하다.
길도 명확하지도 않다.
아마도 이 길은 직선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인 모양이다.
등산을 많이 다니다 보니 등산로를 보면 제대로된 등산로인지 아닌지 감으로 알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길은 정상적인 길이 아닌것 처럼 보인다.
걸어서 올라가더라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카타니아의 9월 초 날씨가 한낮 기온은 30도를 넘는 날씨이니 오전 기온이라고 해도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올라 가려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런데 울라가면서 기차역쪽과 해안가를 내려다 보니 경치가 환상이다.
언덕에 세워져 있는 집들을 보니 이 동네 예사롭지가 않다.
언덕위 마을 앞쪽으로는 잘 닦여진 도로가 나 있는 것을 보니 기차역 앞에서 버스가 자주 있을것 같은 분위기다.
언덕위로 거의 20분 이상 걸어 올라가니 주택가가 나온다.
중심 도로 쪽으로 나가보니 제법 큰 성당도 있고, 근데 어떻게 이런 절벽같은 언덕위에 이렇게 도시가 발전했을까 싶다.
타오르미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머리화분 이다.
여기에는 전설이 있는데 자신의 발코니에 화분 가꾸기를 좋아했던 여자는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 남자는 이미 아이까지 딸린 유뷰남 이었단다.
분개한 여자가 그 남자의 목을 잘라 화분으로 썼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이다. 화분에 사람 얼굴을 그려넣은 모습이 전설과 함께 재미있다.
도시로 들어오는 문을 보니 도시의 역사가 가늠이 된다. 이 문은 카나니아 문인데 반대편에 메시나 문으로 연결되는 중심 도로가 있는데 움베르토 거리입니다.
타오르미나는 도시가 해발 250미터 언덕에 있다.
인터넷 정보마다 해발 200미터, 해발 206미터, 해발 250미터등등 다양한 정보가 있던데 직접 걸어서 올라가 보니 은근히 힘이 들었던 것으로 미루어 가장 높은 해발인 '250미터가 맞을 것이다'에 한표를 던진다.
물론 언덕쪽으로 계속 주택가들이 있으니 가장 낮은 곳은 해발 200미터일거고 도시의 가장 높은 곳은 해발 250미터이지 않을까 싶다.
시칠리아 원주민들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그리스 식민지가 되었다가, 이후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로마의 식민지가 되어 로마제국 통치를 받은 도시다.
북쪽 성문 포르타 멧시나 안으로 들어서면 타오르미나 중심지가 나오는데 이 도시는 그리스, 로마, 사라센, 노르만, 스페인등 여러 이질적인 문화의 흔적이 서로 묘하게 얽혀 있는 도시다.
중심 거리인 움베르토 프리모로 들어 선다.
길 양쪽으로 시칠리아의 특산품, 명품점, 화랑, 카페 등이 늘어서 있는 중심거리다.
도시의 중심 도로에서 좌우 좁은 골목길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어떤 골목길들은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빠듯하게 좁다.
중심 거리인 움베르토 거리에는 시청 건물도 있다.
타오르미나 바닷가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의 레스토랑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멀리 에트나 화산도 바라다 보이고, 그림같은 해안가 절경들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있는 위치에 있다.
멋진 전망을 가진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타오르미나의 성 요셉 (St. Joseph, San Giuseppe)성당에 들러본다.
4월 9일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1600년대 말에 시작하여 1700년대 초 완성한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다.
성 요셉에게 봉헌된 성당으로 성당입구에 시라쿠사의 돌로 만든 두 층의 돌계단과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특히 오른쪽에 서 있는 종탑이 아름답다.
성 요셉 성당은 결혼식 성당으로 인기가 높다.
타오르미나의 성녀 캐서린(St. Catherine, Santa Caterina) 성당도 가본다.
움베르토 거리의 시작점에 위치한 개터린에게 봉헌한 성당이다.
이런 성당들 앞에서는 그룹투어로 온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서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성녀 캐서린 성당은 17세기 고대 로마극장 터위에 세워졌다.
로마 극장은 그 전 고대 그리스 아프로디테 신전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었다.
이 성당은 그리스와 로마의 두 건축물 터위에 세워진 셈이다.
교회 뒤편 로마극장의 유적이 남아 있다.
성녀 캐서린(St. Catherine, Santa Caterina) 성당으로 들어가 내부모습도 돌아본다.
성 니콜라스(St. Nicolas, Cattedrale di San Nicola) 성당도 가본다.
시라쿠사에서 가져온 석재로 지었단다.
타오르미나의 두오모 성당이다. 두오모성당이란 영어로 Cathedral 즉 대성당 또는 주교좌 성당이다.
이 성당은 13세기에 작은 중세 교회 터 위에 세워진 성당이다.
건물은 성당의 전통적인 양식이라기 보다 요새처럼 보인다는 점이 색다르다.
성 니콜라스(St. Nicolas, Cattedrale di San Nicola) 성당 내부 모습은 외부 모양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페인트 칠을 하고 단장되어 있다.
타오르미나의 그리스 극장은 타오르미나 여행의 백미이다.
기원전 3세기에 건립되었다는 극장이다.
보존 상태가 좋아서 오늘날도 음악회나 발레 연극, 콘서트를 여는데 사용된다니 놀랍다.
또한 무대에 스크린이 세워져 매년 타오르미나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극장의 모습이 지금처럼 규모가 커지고 으리으리해진 것은 로마시대이다.
그리스 극장 시대에는 관객석 제일 꼭대기 층에 작은 신전이 있었다는데 로마인들이 극장을 크게 확장하면서 신전을 없앴다.
대신 지하에 검투사의 대기실과 해전 공연을 위해 수조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로마의 건축기술은 정말 대단했던것 같다.
이런 언덕위에 물을 끌어다 지하 수조까지 만들었다니 로마인들의 창의적 건축술은 혀를 내두를 일이다.
타오르미나를 방문했던 독일의 문호 괴테는 37세가 되던 해 20개월간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이탈리아 기행]이란 책을 썼다.
로마에서 출발하여 이탈리아 남부지방과 시칠리아까지 모두 돌아보는 여행이었는데 시칠리아에 대한 평을 이렇게 썼더랬다. "시칠리아를 뺀 이탈리아는 진짜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시칠리아에 비로소 모든 것의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세월이 흐르면서 극장은 지진과 약탈로 무너져 내리고 결국에는 채석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타오르미나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데 이곳에서 돌을 뜯어갔던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무대 뒤에 세운 벽도 허물어져서 이를테면 극장의 무대는 부분적으로나마 초기 그리스식 극장의 모습을 되찾기도 했다.
이 모든것이 어울어진 곳들을 돌아보던 괴테도 한마디 했다한다. "시칠리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거든 타오르미나를 보라"고.
타오르미나의 원형 극장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대 뒤로 내려다 보이는 이오니아해와 멀리 에트나 화산 그리고 가까이 타우로산이 극장과 어우러져 자연과 인공의 건축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타오르미나의 두오모 광장이다.
광장 바로 앞에 있는 대성당은 시라쿠사에서 가져온 단단한 석재로 지어져 성처럼 견고해 보인다.
타오르미나의 관광안내소가 있는 건물에 들러본다.
멋진 건물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관광안내소에 들러서 타오르미나 지도를 받고 몇가지 궁금한 사항을 물어본다.
움베르토 거리를 중심으로 늘어서 있는 성당도 구경하고 좁은 골목길들도 들어가 돌아보고 카타니아로 돌아가려 다시 기차역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바라보는 해안가 모습이 휴양도시로 명성이 자자할만한 모습이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 바닷가쪽으로 집 밑으로 비치로 내려가는 입구가 특이하게 나 있다. 여
기까지 와서 비치를 가보지 않을 수가 없다.
타오르미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19세기 후반에는 그리스,로마식 극장 유적 아래에 그랜드 포텔 티메오 같은 고급 관광인프라 구조가 갖춰지면서 고급 휴양지로 각광받게 되었다.
그러면서 유럽의 왕족들을 비롯하여 저명인사들이 하나둘씩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오래전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주인공 톰이 타오르미나를 동경했던 것은 이렇게 유럽인들에게 인기 있고 격조높은 휴양지로 부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덕길에서 내려오면 기차역으로 가기전 이렇게 한가롭고 멋진 비치가 있다.
타오르미나 도시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중심거리 움베르토 거리에 에르메네질도 제냐 매장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은 마을처럼 보이는 곳에 이런 명품 매장이 있다니 생각했던 곳보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워낙 유명한 휴양지인 타오르미나지만 크루즈로 카타니아에 도착해 한나절 일정으로 방문한 여행자에게 비치에서의 해수욕까지 욕심을 낼 수는 없는 일이다.
기항지인 카타니아도 둘러봐야 하니 서둘러 기차역으로 이동을 한다.
여행 Tip 1
카타니아에서 타오르미나까지 가는 기차소요시간은 1시간 걸린다.
기차 요금은 편도 4.3유로(5,600원)다.
여행 Tip 2
타오르미나에 도착하면 기차역 앞에서도 언덕위 타오르미나 시내중심까지 올라가는 버스가 운행되니 버스를 타고 언덕위로 올라가자.
등산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도 걸어서 올라간다는 것은 시간도 적지않게 걸리지만 가파른데다 길 자체도 험해서 전혀 권할만 하지 않으니 2유로에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자.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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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멋지십니다
책한권이 인생처럼 펼쳐지네요 잘보고갑니다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좋은 여행이었답니다.
까이꺼 인생 뭐 있나요. 가장 행복감을 주는 일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라구요,.
멋져요
감사합니다.
여행은 정말 멋진 일 입니다.
시간이 없어 떠나지 못하고 있을 때는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지는,,,,,,,
요즘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