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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꽃이 피었습니다. / 지명이
해송산악회에서 연화산에 등산한다는 포스터가 범일동 등산용품 판매점 앞 유리창에 붙었다. 상호는 가던 길 멈추고 가게 앞 유리창에 붙은 포스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연화산에 가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누구와 함께 갈까 망상에 젖었다. 상호는 2017년의 봄이 익어가는 5월 15일 등산 장비 구매하려고 집에서 나왔다. 상호는 등산용품 가게에 들러 직원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연화산은 산림청에서 백대 명산 중에 68번째 선정한 아름다운 산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했다. 등산용품 판매점 직원은 그곳엔 좀 특별한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이야기로 귀가 솔기하게 말했다. 상호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여자 친구와 함께하려고 등산용품 판매점 구석진 자리에 앉아 등산에 취미를 가진 아가씨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가게주인과 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아가씨 두 명이 포스터를 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더니 가게 안으로 들렀다. 아가씨 두 명이 등산복을 고르면서 어떤 색깔로 할까 망설일 때 상호가 주인처럼 다가가 자상하게 설했다. 산에서 만약의 경우에 조난했을 때를 대비하여 산의 색깔과 반대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한 아가씨가 아저씨 그럼 내 체격에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선택해달라고 부탁했다. 상호가 바지는 약간 할랑하게 입고 윗도리는 양면 잠바를 입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아가씨는 왜 그래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등산객이 조난되었을 때 멀리서 옷을 보고 구조한다고 초보자들이 충분히 알아듣도록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아가씨가 미소를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요즘 계절에 어떤 옷이 좋은지 골라달라고 부탁한다. 상호는 등산복을 준비해야 하겠다는 아가씨에게 색과 몸에 맞는 옷의 모양은 이것이 좋겠다며 바지에 속은 희고 겉은 노란색깔의 잠바를 추천해 주었다. 옷은 조난에 대비하여 계절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오월의 푸른 산에서 눈에 잘 띄는 흰색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상호가 이 옷이 어떠한지 하면서 노란 색깔과 흰 색깔로 된 양면 잠바를 들고 색깔이 서로 다르니 계절에 맞게 뒤집어 입으면 된다고 했다. 아가씨는 아저씨가 골라준 옷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이 옷을 구매하겠다고 가게주인에게 말했다. 가게주인은 그 옷이 잘 어울린다고 하면서 생글생글 웃으며 포장해서 아가씨에게 전했다. 등산복을 구매한 아가씨가 언제라도 함께하면서 산행에 대한 상식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물었다. 상호는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아가씨는 등산복이 든 봉투를 받아 들고 친구와 가게 밖으로 나오면서 아저씨의 팔을 잡았다 놓으면서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상호는 아가씨의 마음을 충분히 읽고 못 이긴 듯이 가게 밖으로 나와 함께 걸었다.
상호가 등산복을 구매한 아가씨들에게 어느 산으로 가는지 물었다. 언제라도 등산하는 날 함께하자고 연락처를 전해주면서 좋은 산으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등산장비 판매점 앞 유리창에 포스터를 보았다며 등산하고 싶은 생각에서 등산복을 준비했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상호가 요번에 연화산 가는데 아가씨도 함께 가는지 물었다.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연화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하면서 옷을 골라준 대가로 어느 산이든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상호는 그 어느 산보다 연화산이 좋다며 그곳에 가면 놀랄만한 볼거리가 있다고 은근히 구미가 당기게 말하고는 아가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볼거리가 무엇인지 아주 궁금하다며 가고 싶다고 하면서 상호 곁에서 함께 걷는다. 아가씨는 상호가 마음에 들었는지 부끄러움도 없이 아저씨! 하면서 어깨를 툭 치면서 팔짱을 끼고 발을 맞춘다. 용기가 대단한 아가씨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슬그머니 돌려 상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생긋이 미소를 보이더니 또 다른 준비물은 없는지 하고 물었다. 상호는 배낭에 물과 사탕은 빠뜨리지 말라고 하고는 도시락과 맛난 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가씨가 도시락과 후식을 준비할 테니 아저씨는 그냥 등산할 옷만 입고 오면 된다고 했다. 상호가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예쁜 아가씨를 바라보면서 저 식당으로 맛 나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아가씨는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상호가 못 먹는 음식이 없다고 하면서 유머러스하게 아가씨의 혼도 빼먹는다고 하고는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황소 웃음으로 빙그레 웃었다. 아가씨가 함께 다니면서 어떤 음식을 즐겨먹는지 알아보고 그에 맞는 음식요리를 만들어 다음에 등산할 때 도시락 준비하겠다고 했다. 상호가 부부처럼 벽이 없이 털어놓고 대화하는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고 엷은 미소를 날렸다. 아가씨가 연화산으로 함께 가면서 서로의 심리를 알아보자고 한다. 그렇다면 연화산으로 함께 떠나는데 승낙한 것인지 물었다. 아가씨가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함께 행동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알렸는데 다시 물으면 더는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저으면서 구시렁거렸다. 상호가 아가씨에게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하자고 하면서 부산은행 건물 7층에 봉오리 카페로 가자고 하면서 함께 걸었다. 상호가 카페 문을 획 열고 두 아가씨가 함께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세 사람은 테이블을 앞에 놓고 의자에 둘러앉았다. 서로가 취미가 같으니 산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면서 요번 휴일에 연화산으로 함께 산행하자고 약속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이튿날 등산하려고 어저께 대화를 나누던 그 아가씨들과 다시 만났다. 상호가 연화산에 대한 지도를 펼쳐놓고 등산하는 상식을 충분히 전하려고 상세하게 알렸다. 연화산은 경남 고성군 개천면 좌연리에 있는 산으로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여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산이라고 했다. 산악회에서는 구체적인 안내에서 옥천사와 연대암, 백련암 등이 있으므로 암자로 자주 다니는 오솔길로 산행한다는 인쇄물을 만들어 개인마다 나눠준다는 안내문도 포스터의 일면에 적혔다. 상호가 등산 판매점 입구에서 서성거리다가 예쁜 아가씨 두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 중 한 명의 모습이 옛날 애인과 너무나 닮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당장 그림자를 밟으려고 따라 들었다. 상호가 안내장을 보고 있을 때 가게 주인은 옥녀봉, 선도봉, 망선봉의 세 봉우리로 이루어졌으며 연화산은 해발 528m라고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산악회 회원이 가게에 들러 함께하여 반갑다며 친절하게도 이야기를 덧붙여 늘어놓는다. 오솔길로 조금만 가다 보면 아주 독특한 꽃을 볼 수 있다는 문장을 가리키며 반드시 놀랄 만한 꽃의 군락지가 눈길을 잡을 거라고 강조한다. 이곳의 봄에는 아주 독특한 꽃을 볼 수 있다고 산악회 회원은 심중한 표정으로 말한다. 상호는 아주 궁금하여 그게 무슨 꽃인데 그토록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지가 의아하다고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그곳에서 실제로 보면서 이야기하자고 말을 자른다. 연화산(蓮華山)은 부산에서 먼 거리도 아니고 적당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천천히 가더라도 관광버스로 두 시간이면 산기슭에 도착한다고 여유가 있다는 듯이 말했다. 산악회 회원은 이번 기회에 가지 않으면 독특한 꽃을 볼 수 없어 후회한다며 함께 가자는 뜻으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상호가 그 이야기를 들을 때 갑자기 함께 등산하고 싶은 생각이 앞섰다. 건강을 생각하여 등산객과 함께하려고 망설이고 있을 때 눈여겨보고 마음에 둔 아가씨가 친구와 함께 등산하자는 말을 들었다. 상호도 망설임 없이 아가씨의 그림자를 밟으려고 산행에 합류하겠다고 산악회 임원에게 직접 정보를 주면서 신청했다. 상호는 싱글거리며 젊을 땐 등산을 자주 다녀야 건강하다는 말을 아가씨가 들으라고 되풀이했다. 속으로는 함께 등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고심하면서 그녀와 대화할 때까지 그들의 그림자를 밟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두 아가씨가 등산용품 점포에서 밖으로 나와 카페로 가자며 함께 걸어가면서 수다를 떤다. 상호는 약 23m의 거리를 두고 그녀들의 그림자를 놓치지 않고 따라다녔다. 아가씨들은 수다 떨며 걷다가 건널목을 지나 우측으로 10m쯤 가다가 파도 카페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카페 입구까지 미행해서 대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상호가 카페 안으로 들어설 때 획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아무도 입구 쪽으로 고개 돌려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상호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먼저 들린 아가씨들을 살폈다. 구석진 자리에 둘러앉은 그녀들을 보면서 눈치를 채지 못하게 살그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아가씨가 있는 쪽으로 등을 돌려 엉덩이를 의자에 내리고 털썩 앉았다. 상호는 그들 중 한 아가씨의 모습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기회를 만들어 대화하려고 그녀들이 앉은 옆자리까지 따라와 앞에 앉았다.
상호는 자신이 사내다운 사내라고 의젓하게 생각하지만, 여자들 앞에 생김새가 멋지게 보일 곳이라곤 한 곳도 없었다. 오랫동안 앉아 있을 때 상호가 눈독을 들인 아가씨가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 자리에서 떠났다. 상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녀가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는 얼른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계산대로 가서 카운트아가씨에게 메모지를 달라고 하여 연락처를 적었다. 반드시 통화하고 싶다고 간단하게 적어놓고 계산대 담당에게 화장실 간 아가씨가 돌아오면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아가씨는 방긋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상호의 얼굴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상호가 의자에 앉았을 때 화장실에 간 아가씨가 돌아오자 계산대담당 아가씨가 메모지를 전해주면서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는 빙긋이 웃으면서 저 아저씨의 부탁이라고 공개했다. 아가씨는 생긋이 미소를 보이고 메모지를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들이 모인 장소로 가면서 쪽지를 펼쳐보았다. 친구들 곁으로 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메모지에 적힌 주머니 전화기의 이름을 가방 전화기에 입력하고 가볍게 눌렀다. 상호가 반가움에 전화를 얼른 받자마자 음성을 들려주시어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가씨는 대담하고 여유로움을 보이면서 태연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저씨 거기에 혼자 앉아있지 말고 여기 와서 합석하자고 하면서 애교스럽게 대화를 이었다. 상호는 쑥스러움을 멀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예! 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늠름한 모습으로 엷은 미소를 보이고 그녀들이 앉은 자리로 갔다. 아가씨들은 물주가 나타났다고 모두가 반갑다는 뜻으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박수로 환영했다. 상호가 아가씨들이 앉은 자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메모지를 받은 아가씨가 등산은 언제 가시나요? 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상호는 등산구점 가게유리창에 붙어있더라고 했다. 한 아가씨가 응 맞아 등산용품 판매점 그곳에서 보았다고 했다. 메모를 받은 아가씨가 그들과 함께하지 말고 우리끼리 가자고 제의했다. 상호가 가기 싫다고 말하지 못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그러고 싶은데 승용차도 없고 가난하게 살기 때문에 몸으로 할 수 있는 일 이외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했다. 아가씨는 그 말에 호감을 느끼고 저 사내를 돈으로 매수해야 하겠다고 생각하여 용기를 냈다. 내게 차가 있으니 어느 산으로 간다고 안내만 하면 된다고 큰소리치며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산이야 전국 방방곡곡으로 다 돌아다녔으니 국내 백대명산을 낱낱이 안내하고 싶다고 은근히 함께하길 바라는 뜻으로 말했다. 아가씨들은 잘된 일이라며 요번에 연화산에 가면서 가이드 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상호는 좋아서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면서 아가씨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동행인으로 승낙하겠다는 말이라고 믿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상호가 눈길을 돌리다가 그중 한 아가씨 앞에서 멈추었다. 재치가 아주 빠른 아가씨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낀 총각에게 미소를 보이며 한쪽 눈으로 윙크하며 사내의 기분을 돋웠다. 상호가 느낌이 좋다며 스스로 이루어지면 무엇이든 성산이 있지만, 억지로 만들려면 결과는 반드시 깨어질 거라고 삶의 체험담을 털어놓는다. 게다가 아가씨들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웃으며 허심탄회하게 아가씨가 마음에 든다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아가씨는 오늘의 안내자로서 면접시험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상호는 오! 부처님이시여 하느님이시여 성모 마리아님이시여 오늘의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좋아했다. 아가씨들에게 이 고마움을 전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구십 도로 굽혀 인사했다. 아가씨들은 좋은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방긋이 웃으면서 마음의 일치가 되어 손바닥이 뜨겁도록 오래오래 박수로 답했다. 아가씨가 다음에 부르면 도시락은 우리가 가져갈 테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젓가락도 준비하지 말고 그냥 오라고 했다. 상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신 배낭은 제가 메고 가겠다고 양심 고백하듯 이야기 전하면서 황소 웃음보였을 때 아가씨들은 이심전심이라며 동시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상호는 아가씨들과 한 무리가 되었다고 좋아서 구름 위에 앉은 기분이라 압초리가 양 귀에 걸릴 듯 치올랐다. 아가씨들은 내일 차 안에서 보자고 하고는 헤어졌다.
등산하는 날 아침이 밝았다. 상호가 새벽부터 등산할 준비를 완전히 갖추고 출발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어 집에서 일찍 나왔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 전철 2호선으로 갈아타고 서면으로 가야만 하므로 바쁘게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서면에서 다시 전철 1호선으로 옮겨야 하는 딱한 처지라 일찍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바쁘게 서둘러 서면역에 도착했다. 상호는 전철 2호선에서 내려 1호선으로 바꾸어 타려고 자리를 옮겨 노포동행 전철이 멈추는 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상호는 1호선 전철이 도착하자 바로 탑승하고 빈자리에 앉았다. 등산복을 차려입고 배낭을 짊어진 아가씨가 막무가내로 따라 오더니 곁에 앉아 말을 붙인다.
“아저씨 어느 산악회와 함께 갑니까?”
“저는 해송산악회 따라가요.”
“같이 가면 안 되나요.”
“예약이 만료되어 좌석이 없어요.”
“여유분 자리가 있을 텐데요?”
“정해진 좌석이라 예약할 때도 경쟁이 심했어요.”
“인기 좋아서 그런가요?”
“워낙 안내를 잘하고 가격이 싸니까요.”
“다음에는 반드시 불러주세요?”
“미리 신청하고 선불로 접수하세요.”
“네 잘 알겠어요?”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가더니 다시 돌아와서 다음에 약속하려면 연락할 전화번호를 알아야 한다며 주머니 전화기의 이름을 묻는다. 상호는 아무런 생각 없이 010-5399-17**이라고 알려주었다. 아가씨는 돌아서서 가면서 주머니 전화기의 이름을 가방전화기에 입력하여 통화버튼을 눌렀다. 상호는 누구의 전화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액정을 보지도 않았다. 모인 곳에서 빨리 오라는 전화라고만 생각하여 무조건 통화버튼을 눌러 여보세요 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아가씨가 깔깔 웃으면서 좋은 정보를 주시어 고맙다며 이젠 고리가 연결되었으니 다음에 반드시 함께 가자고 했다. 상호는 한순간에 아가씨에게 말려들었다는 느낌에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다음엔 누구의 차로 가는지 아가씨에게 물었다. 아가씨는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고 저희가 승용차를 가지고 가겠다며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고는 통화를 끊으려고 했다. 상호가 말이 많은 아가씨에게 전화를 바꾸어달라고 부탁했다. 아가씨에게 기다리게 하지 말고 약속을 미리 하자고 권했다. 곁에 있던 아가씨가 전화를 바꾸어달라고 하다가 강제로 뺏어 스피커폰을 눌러놓고 말을 잇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등산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시간이 허락하면 차라도 마시면서 함께 대화도 나누고 극장에도 가자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상호가 그렇게만 한다면 앞으로 보디가드가 될 테니 친구처럼 늘 함께하자했다.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 이야기에 아가씨들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밝은 표정으로 상호의 말에 손바닥이 따갑도록 강한 박수로 화답하는 느낌을 받았다. 통화를 끝낸 상호가 전철 1호선 탑승구로 달려가서 서면역에 도착하는 1234호 객차에 탑승하고 자리에 앉았다. 상호는 시청 앞을 통과하여 연산로터리를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있어도 아는 이가 없어 입을 다문 채 교대역에 도착했다. 전철이 멈추자 객실 밖으로 나와 조금 걷다가 계단이 싫어 승강기를 타고 지상으로 올랐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찾았으나 관광버스는 보이지 않고 해송산악회 일행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모였다. 상호가 도착하니 모두가 반갑다며 생긋이 웃음으로 반기는 여자들과 활기 넘치는 사내들의 모습에서 오늘의 산행 기분은 아주 만족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하자는 아가씨들도 보였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을 때 아가씨들은 가까이 오지 않고 먼 산에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았다. 그때 관광버스가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관광버스의 이마에는 해송산악회라는 이름표를 두르고 나타났기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출입문이 열리자 줄지어 한 사람씩 천천히 차에 올라갈 때 상호도 끼었다. 차에 오른 대다수 산악인은 자기들이 원하는 장소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상호가 올라갈 때 앞쪽에 빈자리가 있어 엉덩이를 돌려 의자에 먼저 내리면서 몸을 돌려, 바로 앉았다. 옆자리에 아가씨가 왔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낫은 사내가 털썩 앉아버렸다. 젊은 새댁이 앉았더라면 세대 차이에서 겪는 재미나는 이야기로 이어졌을 것인데 모르는 사람끼리 만났으니 입을 다물고 묵언으로 시간을 녹일 수밖에 없었다. 달려가는 관광버스 차창밖에는 자연의 풍경이 활동사진처럼 스쳐 간다.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등산객을 태우고 안전하게 달려가다가 경남 고성군 영현면 연화리 느재 고개 언저리에 차를 멈추었다. 산행 대장은 목적지에 왔으니 모두 차에서 내리자고 명했다. 해송산악회 일행들은 가벼운 몸으로 연화산기슭으로 오솔길 따라 줄지어 걸어간다. 상호는 함께 하자는 아가씨들에게 등산하면서 혼자서 고립되어 혼이 났다는 이야기도 살며시 늘어놓고 미소 지었다. 아가씨는 우리가 함께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인데 그러고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 아주 좋았을 텐데 하고 웃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사람은 자기의 수준에서 이야기를 늘어놓고, 대화기를 바란다고 생각하고 그에 응하면서 오래도록 대화가 이어졌다.
상호가 아가씨의 입술은 활짝 핀 꽃잎 같아서 애무하고 싶다고 유머러스하게 말하면서 웃었다. 아가씨는 꽃잎 같은 입술을 가졌지만, 내 것이 아니다. 상호가 놀이기구로 생각하여도 보관은 아가씨가 한다면서 유머러스하게 말을 주고받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아가씨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상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상호가 한쪽 눈으로 윙크하면서 얼굴은 붉힌다. 아가씨가 인연이겠다는 느낌에서 상호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옆자리도 아니면서도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졌다. 상호가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연화산 양지바른 남쪽 기슭에 참꽃나무에서 피는 꽃잎은 다 떨어지고 파릇파릇한 이파리가 봄바람에 나풀거린다고 했다. 연두색에서 녹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봄이 익어간다고 했다. 산에는 산새들이 사랑 노래 부르며 재재거려야 하는데 오늘 따라 산새가 보이지 않는다. 아카시아가 꽃을 피워 온 산과 들에 진한 향기 풍길 때 봄은 익어간다. 상호가 푸른 색깔로 이파리가 넓어지니 공기가 맑아 등산하면서 피로를 덜 느낀다고 좋아했다. 도심지의 공기와 산속의 공기는 비교가 되지 않아 숲속으로 걸으면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등산로는 계곡 따라가다가 능선으로 오르는데 연화산마루로 가는 길은 그렇지 않다. 바로 깔딱 고개로 시작하여 등에 땀을 흐르게 하는 난코스로 이어져 아무나 쉽게 오르지 못하는 등산코스다. 인내심을 발휘하여 숨찬 순간을 끈질긴 지구력으로 극복하면서 호흡에 발걸음을 맞추면서 선두 그룹에서 쳐지지 않고 함께 걷는다. 거친 숨을 몰아쉬자 목구멍에서는 물을 달라고 드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물이 아닌 귀한 인삼차를 배낭 깊숙이 넣어놓았기 때문에 꺼내어 마실 시간이 없다. 쳐지지 않으려고 계속 앞사람의 엉덩이를 보면서 거리가 멀어지면 하체에 힘을 가하여 따라붙었다. 선두 그룹과 후미 그룹이 앞뒤의 팀으로 나누어질 때 중간에서 혼자 가다가 길 잃은 철새처럼 혼을 잃고 헤맸던 기억이 살아나서 절대로 쳐지지 않고 따라붙으려고 고난의 순간을 참고 묵묵히 걷는다. 연화산봉우리로 오르는 길목은 아주 독특한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화산마루로 오르는 산길은 다른 산의 오솔길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꽃이 피었다. 산비탈에 독특한 꽃이 피어 군락을 이루는 모습에 매료하기 때문에 걸음의 속도가 아주 느리다. 어느 산이라도 봄을 알리는 꽃은 피기 마련이지만, 이곳엔 좀 색다른 꽃이 피어 등산객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연화산봉우리로 오르다 보면 얼레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에서 찬탄이 절로 나왔다. 얼레지 꽃은 화원에서도 귀하게 보이는 꽃이므로 어떤 산악인은 무슨 꽃인지 의아해한다. 이런 꽃이 온 산에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으니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여러 가지 꽃 중에서 독특하게 생긴 꽃의 군락지를 볼 때 찬탄이 절로 나왔다. 이토록 아름다운 꽃을 가져오는 방법을 생각하다 아무리 가져도 무겁지 않은 디지털카메라에 담았다. 또한 주머니 전화기 속의 카메라에도 만개한 꽃의 모습을 담아놓고 주머니 전화기로 얼레지 꽃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배가 볼록할 정도로 많이 담았다. 얼레지 꽃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함께 온 일행들은 엄청스럽게 멀어져갔다. 거북이처럼 속도는 느려도 쉬지 않고 걸어서 먼저 간 팀과 시간을 두고 따라붙었다. 깔딱 고개를 오르는 길목에서 선두 그룹에서 쳐지지 않으려고 하체에 힘을 가해 앞사람의 그림자를 밟으며 산마루로 향해 멈추지 않고 발걸음 옮겼다. 얼레지 꽃의 군락지가 한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대가 높아져도 계속 비탈에 흩어져서 아름다운 자태를 들어낸다. 연자주색으로 여섯 개의 길쭉한 꽃송이는 아래를 보고 꽃잎 끝은 뒤짐을 쥐고 있다. 연화산에 흩어진 아주 특이한 식물 얼레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연화산을 처음 찾아오는 등산객들의 마음을 흥분시킨 희귀한 꽃은 얼레지다. 이 꽃을 친구들과 함께 보고 다시 찾아오도록 군락지의 꽃은 온 산비탈에 흩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꽃을 보니 고은의 시집에서 아주 짧은‘그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간단한 시를 생각하면서 꽃을 살핀다. 상호가 여기서는 정반대의 현상이라고 했다. 곁에서 함께 걷던 아주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산에서 보았네, 희귀한 얼레지 꽃을 하면서 중얼거렸다. 상호가 올라갈 때 보았다. 내려갈 때 보지 못할 얼레지 꽃을 이렇게 중얼거리며 꽃의 군락지를 벗어나 연화 제2봉을 향하여 꾸준히 걸었다. 덩치 좋은 젊은 새댁이 오백 고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쉽게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젊음이 건강이고 심폐기능이 좋아서 그럴 것으로 보였다. 연화산 제2 봉우리에서 내려와 다시 제1 연화산마루를 향해 걷는다.
상호가 등산하면서 오솔길로 가다 보면 많은 종류의 산새가 보이는데 오늘은 원지 눈앞에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오르막을 올라도 내리막으로 내려와도 눈에는 폴폴 거리며 날아다니는 산새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재재거리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귀에는 재재거리는 소리가 곧 들려올 것 같아서 귀를 쫑긋 세워서 걸었지만, 끝내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옥천사에 들러 법당에서 양손 모아 큰절을 세 번 하면서 무사한 산행을 바란다는 불자로서 불법에 예를 갖추었다. 옥천사를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백련암 쪽으로 가지 않고 청련암 쪽으로 등선을 타고 올랐다. 해송산악회 대원들의 틈에 끼어 경남 고성군 개천면 좌연리 해발 524m의 연화산봉우리를 향해 올랐다. 가다 보니 선유봉이라고 적은 이정표가 오솔길 언저리에 세로로 세워졌다. 연화산은 산의 형상이 연꽃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전설처럼 유래한 산의 이름이다. 주변의 암자로는 연대암, 청연암, 백련암 등 세 개의 암자가 보인다. 산악회 회원들은 사십 대를 전후한 젊은 세대들이라 걸음이 빨라 산행하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는 느낌이다. 다시 깔딱 고개를 올라갈 때 앞사람의 뒤꿈치만 바라보면서 발걸음에 호흡을 맞추며 꾸준히 걸었다. 주변의 응달에는 앙상한 나무들이 삐죽삐죽 새싹을 밀어내는 나무도 있지만, 양지바른 남쪽에는 홀랑 벗은 나무에 봄바람이 불어오니 눈치를 살피면서도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양지바른 곳에는 이파리만 핀 것이 아니고 꽃도 피워서 벌 나비를 부르며 봄을 알린다. 경사가 심한 산으로 오르다 더워서 외투를 벗어 배낭 속에 넣고 동료들과 수다를 피우면서 함께 깔딱 고개로 걸었다. 아주머니는 체온을 조절하여 땀을 흘리지 않으려고 수다를 떨면서도 쉬엄쉬엄 걸어가는 모습이 할머니 같아 보였다. 상호는 처음 만나 아주머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처지지 않고 즐겁게 잘도 따라간다. 지금까지 살면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버티어왔는데 등산하면서 땀 흘리고 갑자기 기온변화로 감기란 불청객이 찾아올까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체온 조절하면서 걷는다. 상호는 젊은 등산객의 틈에 끼어 더워도 옷을 벗지 않고 앞뒤의 거리도 멀리하지 않으려고 인내심을 발휘하여 씩씩거리면서도 아가씨와 함께 앞사람을 따라간다. 눈은 앞서가는 아가씨의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바짝 따라붙어서 걸어갈 때 숨차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잠시라도 앞사람이 멈춰 서서 기다리는 시간에 고개를 오른쪽으로 슬며시 돌려 먼 곳을 바라보면서 섬들의 멋진 풍경에 취하기도 했다. 연화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통영 앞바다와 사천 앞바다가 한눈에 들었다. 상호는 아가씨를 사랑한다는 말이 명언이라고 했다. 아가씨가 깔깔 웃으면서 명언이 아니고 초등학생이 다 아는 기초적인 말이라고 반문했다. 상호는 아가씨와 웃고 웃기면서 산세가 순탄하지 않아도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하자고 했다.
산마루를 찾아 오르던 등산객들은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산등선 넓은 곳에 둘러앉았다. 각자 가져온 먹거리를 꺼내놓으니 아주 푸짐하여 군침이 돌기도 한다. 입맛에 맞게 조리를 만들어온 찬을 가운데 놓고 산을 찾아온 등산객들은 둘러앉았다. 이름은 모르지만, 누군가가 가져온 엷은 천으로 바닥에 깔고 앉아 오찬을 나누었다. 모두가 산악인이라 먹을거리도 간단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찬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입맛이 더욱 당겼다. 주먹밥에 김을 덮어 겨자를 조금 넣은 밥도 있었다. 반찬은 시쿰한 맛을 내는 해묵은 김치를 배낭 속에서 꺼냈다. 식후에 내가 보여줄 솜씨는 먹기 좋게 껍질을 깐 오렌지를 내놓고 후식을 맛나게 먹어주길 바랐다. 모두가 오렌지를 맛보더니 싱그러움에 소화가 잘되겠다고 입맛을 다시면서 말한다. 여유로운 오찬 시간을 한순간 끝내버려도 주석은 끝나지 않았다. 동행한 친구는 아직도 깔딱 고개가 남은 줄도 모른다. 막걸리를 한두 잔 주고받으며 홀짝홀짝 마시더니 얼굴색이 가을 산의 단풍잎처럼 붉게 변했다. 걱정은 되었지만, 공수특전단에서 군대 생활을 함께한 친구라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나이가 환갑을 넘기고도 십 년이 넘었는데 성격이 아주 다혈질이라 항시 조심스럽다. 마음만 젊어서 건방지게 행동하다가는 젊은 사람과 부딪칠까 걱정했다. 마지막 깔딱 고개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은 선두그룹에서 밀려 후미에서 비실거리는 친구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술을 좋아하는 산악인은 각자 짊어진 배낭마다 한 병의 술이라도 넣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친구가 몸은 피곤해 보여도 정신력이 아주 강하므로 절대로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형제 같은 친구와 어디를 가드라도 늘 함께하면서 서로 믿고 의지한다. 연화산 제1봉에 올라 양손을 입에 대고 토끼가 놀라지 않게 ‘야호’하면서 허공에 소리쳤다. 2봉을 돌아 연화사로 내려가는 양지바른 길목에는 다양한 꽃들이 방긋이 웃으려고 봉오리가 맺혔다. 칼바람을 피하여 봄을 기다리는 야생화의 모진 모습을 보면서 민초처럼 살아야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민들레 꽃대 끝에는 곧 꽃을 피우려고 꽃봉오리가 볼록하게 부풀었다. 노란 꽃을 피울 때는 꽃대가 아주 짧아도 32개의 꽃잎을 펼쳐 향기 풍긴다. 민들레는 두 번의 꽃을 피우지만, 같은 높이에서 피우지 않는다. 다시 하얀 꽃을 피우기 위해 꽃대는 노란 꽃을 피울 때보다 열 배에서 열다섯 배가 넘도록 자란다. 꽃대가 높이 솟아 하얀 꽃을 피우고 꽃씨는 하나하나 펼쳐져 꼭지에는 낙하산처럼 벌어져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바람을 기다린다. 민들레는 자녀를 모두 멀리 시집․장가보내고 꽃대는 남아 안테나 역할 하면서 전국에 흩어진 자녀에게 소식을 주고받는 송신소 역할 한다. 민들레 꽃대를 보면서 후대를 위해 민들레처럼 살고 싶은 임금은 삼천궁녀를 거느리기도 했다. 벚나무는 삼천궁녀를 거느렸든 임금처럼 오래 살지 못한다고 했더니 아가씨는 깔깔거리며 웃는다. 은행나무는 천 년을 넘게 살아도 싱싱한 모습인데 벚나무는 지나친 종자번식을 하겠다고 꽃을 흐드러지게 많이 피우기 때문 이라고 했다. 아가씨가 그렇다면 상호도 자주 하자는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상호는 황소 웃음을 보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벚나무는 삼천궁녀를 거느렸든 임금처럼 오래 살지 못한다. 많은 꽃을 동시에 피우면서 에너지를 너무나 많이 소비하였으므로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채식하는 소처럼 육십 연을 산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천 년을 넘게 살아도 싱싱한 모습인데 벚나무는 지나친 종자번식을 하겠다고 꽃을 흐드러지게 많이 피우기 때문에 나무가 기본적으로 가지는 에너지를 소비하여 기가 다 빠진 모양이다. 정상을 돌아 운암고개에 이정표를 바라보았다. 좀 더 내려오면서 청련암 옥천사라고 가리키는 이정표가 다시 보여 위인들이 남긴 문화재를 다시 둘러보았다. 옥천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개울 아래에는 넓은 호수가 연화사의 풍경에 운치를 일조한다. 호수 언저리에 벚나무도 뒤질세라 물가에 축 처진 가지에 어울리게 하얀 꽃이 풍경에 조화를 이룬다. 오천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 쌍계사의 말사라고 적혔다. 불기 670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불기 1208년에 보조국사가 수선사의 법석을 물려주려 하자 그 뜻을 뿌리치고 이곳으로 들어와서 자취를 감추었던 혜심이 다시 돌아와서 낡은 건물을 허물고 재건축하였다. 연화산은 낮은 산이지만, 종교적으로 불교와 유교가 함께하는 유서 깊은 고찰에서는 국보급 보물을 가진 연화사의 법당이다. 상호와 함께 온 여인은 교인이라 불교에 대한 상식이 조금도 없어 사찰에 머물지 말고 바로 통과하자고 한다. 상호는 아가씨를 멀리하고 옥천사의 구석구석을 서둘러 돌아보고 대문 밖으로 나오면서 사천왕 앞에 두 손 모아 고개 숙였다. 사찰을 멀리하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아가씨는 대문 밖에서 개울을 내려다보면서 망상에 젖어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 개울 아래에는 넓은 호수가 연화사의 풍경에 운치를 일조한다. 호수 언저리에 벚나무도 뒤질세라 물가에 축 처진 가지에 어울리게 하얀 꽃이 풍경에 조화를 이룬다. 하산하면서 옥천사의 길목을 밟고 서서 안내 문고를 바라보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雙磎寺)의 말사라고 적혔다. 그 아래로 문무왕 670년에 의상이 창건하였다고 적었다. 종교적으로 불교를 알리는 유서 깊은 사찰이라 절의 이름이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연화산 오솔길로 가다 보면 많은 산새가 보였는데 오늘은 원지 눈앞에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는다. 오르막을 올라도 내리막으로 내려와도 눈에는 폴폴 거리며 날아다니는 산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재재거리는 소리마저 들려오지 않으니 죽은 산으로 느껴진다. 귀에는 재재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아서 귀를 쫑긋 세워서 걸었지만, 끝내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경남 고성군 개천면 좌연리 해발 531m의 연화산에 왔는데 산은 적막처럼 느껴진다. 다시 깔딱 고개를 올라갈 때 앞사람의 엉덩이만 바라보면서 발걸음에 호흡을 맞추며 꾸준히 걸었다. 봄바람이 불어오니 잡목이 우거진 산에는 연두색의 잎에서 녹색으로 변한다. 양지바른 곳에는 이파리만 핀 것이 아니고 꽃도 피워서 벌 나비를 부르며 봄을 알린다. 경사가 심한 산으로 오르다 더워서 외투를 벗어 배낭 속에 접어 넣고 동료들과 수다를 떨면서 함께 걸었다. 아주머니는 체온을 조절하여 땀을 흘리지 않으려고 쉬엄쉬엄 걸어가는 사이에 나도 끼었다. 상호는 젊은 등산객의 틈에 끼어 더워도 옷을 벗지 않고 앞뒤의 거리도 멀어지지 않으려고 인내심을 발휘하여 씩씩거리면서 따라간다. 눈은 앞사람의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바짝 따라붙어서 걸었다. 연화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통영 앞바다와 사천 앞바다가 한눈에 들었다. 산을 찾아 오르던 등산객들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산등선 넓은 곳에 자리 잡고 모두가 둘러앉았다. 이름 모른 사내가 가져온 엷은 천으로 바닥에 깔고 먹거리를 모두 한곳에 모았다. 각자 가져온 먹을거리를 꺼내놓으니 찬이 아주 다양한 모습에서 맛나게 보였다. 입맛에 맞게 조리를 만들어온 찬을 가운데 놓고 둘러앉았다. 오른손을 쭉 뻗어 눈길이 가는 찬으로 입맛에 맞게 오찬을 나누었다. 모두가 산악인이라 먹을거리도 간단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찬을 만들어 왔다. 주먹밥에 김을 덮어 겨자를 조금 넣은 밥도 있었고 반찬은 시쿰한 맛을 내는 해묵은 김치를 배낭 속에서 누군가가 꺼냈다. 식후에 내가 보여줄 솜씨는 먹기 좋게 껍질을 깐 오렌지를 내놓고 후식으로 맛나게 먹어주길 바랐다. 모두가 오렌지를 맛보더니 싱그러움에 소화가 잘되겠다고 입맛을 다시면서 말한다. 여유로운 오찬 시간을 한순간 끝내버려도 주석은 끝나지 않았다. 동행한 친구는 아직도 깔딱 고개가 남은 줄도 모른다. 나이가 반세기를 넘기고도 십 년이 지났는데 마음만 젊어서 건방지게 행동하다가는 젊은 사람과 부딪칠까 걱정했다. 마지막 깔딱 고개에서 결국은 선두그룹에서 밀려 후미에서 비실거리는 친구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술은 기분을 돋우고 망치게 하는 보약이 될 때도 있고 사약에 가깝도록 혼을 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상호가 몸은 피곤해도 정신력이 아주 강하므로 절대로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성격이다. 남매 같은 아가씨와 어디를 가더라도 늘 함께하면서 서로 믿고 의지한다. 연화산 1봉과 2봉을 돌아 연화사로 내려가는 양지바른 길목에는 다양한 꽃에 봉오리가 맺혔다. 칼바람을 이겨내고 봄을 기다리는 야생화의 모진 모습을 보여준다. 민들레 꽃대가 척박한 땅에서 짧게 자라도 꽃을 피웠고 다시 하얀 꽃을 피우려고 꽃대는 씨앗을 멀리 보내기 위해 열 배에서 스무 배로 더 자라서 꽃씨가 낙하산처럼 날개를 펼치려고 부풀었다. 나무 중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벚나무는 삼천궁녀를 거느렸던 왕처럼 오래 살지 못한다. 많은 꽃을 동시에 피우면서 에너지를 너무나 소비하였으므로 한 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한우처럼 육십 연을 산다는 전설 같은 말이 있다. 은행나무는 천 년을 넘게 살아도 싱싱한 모습인데 벚나무는 지나친 종자번식을 하겠다고 매년 꽃을 흐드러지게 많이 피워서 기가 다 빠졌기 때문이다. 옛날에 임금도 삼천궁녀를 거느리다 명대로 살지 못하고 단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사람이나 식물도 삶을 즐기다가 과하거나 지나치면 운명이 달라진다는 교훈을 남겼다. 상호는 아가씨와 함께 산마루를 돌아 내려오면서 연화사에서 주지 스님을 찾아 큰절로 세 번했더니 생활의 설법을 구체적으로 설해주었다. 아가씨는 종교가 달라도 상호를 위해 억지로 참으며 절의 내부까지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상호와 아가씨는 연화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사천왕이 있는 대문에서 손 모아 고개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개울 아래는 넓은 연못이 연화사의 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호수 언저리 물가에는 축 처진 벚나무 가지에 하얀 꽃이 피었다. 그림 같은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방불케 한다고 구시렁거리며 연화사에서 멀어졌다. 상호와 아가씨는 연화산마루를 돌아오면서 희귀한 꽃을 보았기에 오래도록 남을 흔적을 생각하면서 망상에 젖는다. 상호와 아가씨가 건강을 위해 함께 등산하면서 얼레지 꽃과 해안의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버스에 앉은 두 사람은 등산하면서 쌓인 피로를 가볍게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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