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찬성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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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목사는 이날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4대 전략전술을 설명하며, “땅굴 굴착도 하나의 전략”이라면서 “북한은 홍콩을 통해 우리 군복을 30만 벌이나 구입해 갔다는 첩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땅굴 관련 민간 탐사팀을 운영하며 보고서까지 작성한 바 있는 북핵저지시민연대 박찬성 사무총장은 “이 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 2월부터 7개월 동안 경기도 연천 구미리 땅굴 굴착에 착수, 전문가로부터 ‘인공 땅굴’이라는 인정을 받아냈으며, 합참의장을 통해 ‘북한이 땅굴을 통해 남침계획이 있다’는 보고가 부시 미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기도 했다.
김 목사의 ‘남한 군복 30만벌’발언을 두고 시민들도 “어찌된 영문이냐”며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wonsh123’란 필명을 사용한 네티즌은 “도처에 미확인 대남 땅굴 굴착의 제보가 있다는데, 북한이 인민군복으로 대신 사용할 리 없고, 결국 남침용이 아닐까”라며 “인민군을 국군으로 위장시켜 일시에 침투하여 교란시키려는 게 아닌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말 믿기 어려운 소리지만 지금 시국이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 불안한 상황”이라며 “땅굴 얘기도 신빙성 있게 들리고, 휴전선 일대에 이미 8차선 도로를 깔아 놓은 것도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안보 불감증에 걸렸다"
다음은 땅굴과 관련, 박찬성 사무총장과 나눈 인터뷰다.
-몇 해 전 땅굴과 관련된 일을 도맡아 한 걸로 알고 있다. 언제 땅굴 작업을 실시했으며,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가?
"2000년 2월부터 7개월 동안 경기도 연천 구미리 땅굴 굴착에 들어가 전문가들로부터 ‘인공 땅굴’이라는 인정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에 보고됐으며, 주요 외신 기자들에게도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땅굴 탐사에 들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연천 구미리 지역 주민들로부터 땅굴을 파는 소음·발파음이 들린다는 등 땅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땅굴 진상규명 시민연대’를 구성해서 땅굴 시추작업에 들어갔다.
잠수부가 600m의 관을 관통시켰고, 60여 차례 조사한 끝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를 가지고 한 방송사가 ‘북한군이 만든 인공 땅굴’이라는 식의 보도를 한 것에 대해 당시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며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연천 구미리 땅굴이 북한에 의한 인공 땅굴이라는 인정을 받은 반면 국방부는 그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패한 사건이 있었다."
-1월 19일 김홍도 목사가 “우리 군복 30만벌이 북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가?
"이 얘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이 얘기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국방부 장관 출신들에게서도 흘러 나왔으며, 북한군에 몸담았던 탈북자들이나 군복을 만드는 관련 업계로부터 '북한에 우리 군복 원단이 유입됐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우리 군복이 북한군에 유입됐다는 것과 땅굴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북한 인민군이 땅굴을 통해 침입한다면 인민군복을 입지 않고, 군복을 입고 침입할 가능성이 있다. 땅굴의 폭이 2.5m라면 4명 정도가 한 줄로 설 수 있고, 이럴 경우 1개 연대(3,000명 정도)가 1시간만에 땅굴을 통해 나올 수 있다.
북한 인민군이 군복을 입고 침투해 우리나라 작전세력처럼 행동한다면 그 다음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니냐.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땅굴이 없다', '설마 인민군이 들어오겠는가' 식으로 안보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고, 땅굴에 대한 신고를 해도 국방부 관련 부서에서는 이를 엎고 있다는 것이다. "
-현재 땅굴 탐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있는가?
"기독교계로부터 지원을 받고 경기도 화성에서도 땅굴 시추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민간 탐사팀이 작업에 들어가기란 너무도 힘들다. 연천 구미리 땅굴처럼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땅굴을 증명하기 위해선 땅굴을 절개해 복잡한 지질층을 증명해야 하는데 지하 20m∼50m에 땅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깊게는 100m 지하까지 있을 수 있어 어려움이 있고, 땅굴 증후가 있고, 시추를 한다해도 작업하는 소리가 커서 북한이 이를 간파하고 은폐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철수할 수 있어 작업이 난해하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자금난 때문에 민간인의 힘으로는 하기가 힘들다."
-민간인들도 나서고 있는데 정부는 땅굴 관련 문제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함구하는 것인가?
"햇볕정책을 외치는 정권이 북한에 불리한 상황을 보고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의혹이 있어도 말 못하게 하지 않겠는가. 북핵 문제, 탈북자 문제가 거론되면 정부는 말로는 ‘안 된다. 안 된다’하고 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실질적인 비판이 없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가 국가안보다. 남침 땅굴, 북핵문제 등 국가안보가 위기상황에 있지만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으로 안보가 아닌 혼란이 왔다. 남남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친북세력이 북한을 미화하는 일들이 저변확산 돼 젊은층들로부터 북한에 대한 동경심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소파(SOFA)개정’을 외치고, ‘국안보안법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안보가치관이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핵반대 시위를 두고 일부에선 비판을 하기도 하는데...
"편향된 보도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언론 때문이다. 급진세력이 집회를 열거나 행사를 하면 특집으로 내보내거나 시간마다 방송할 것이다. 그러나 이쪽(우익세력)의 행사는 취지를 격하시키고, 결과를 격하시키는 경향이 있다.
또 외신의 주요 방송을 보면 이라크 전쟁 다음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해 매시간 매일 심각하게 보도하는데 한국 언론 방송들은 잠잠하다. 북한측에 유리한 보도만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경우 북한 인권에 대한 취재를 많이 보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접근조차 안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혜원 기자 hwlee@independent.co.kr">hwlee@independ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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