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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책자 사회적 차별을 증언하는 이영부회장(인권운동연대 좋은모임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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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호 | 저는 신용불량자로써, 죽고 싶을 만큼 절박한 삶의 상황에서 죄짓는 마음으로 법원에 파산·면책을 신청했습니다. 파산·면책을 받은 후, 저는 희망에 부풀어 누구보다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신용불량자'라는 올무를 벗어나는 순간 '신용특수기록 1201'라는 또 다른 올무가 씌워지는 줄을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면책을 받은 후, 대한민국 법원의 파산·면책판결위에 군림하는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저는 비로써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법원의 면책판결을 받아 빚쟁이가 아닌 자연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핸드폰 전화·문자를 통한 불법추심 협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노후보장보험가입을 거절당했습니다. 취업보증보험가입을 거절당하고 제대로 된 직장의 취업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의 10등 국민입니다. 은행연합회의 '신용특수기록 1201'이라는 주홍낙인을 목에 걸고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10등 국민, 면책자의 사회적 차별을 고발한다
지난 4월 12일 민주화운동기념 사업회 교육장에서 '면책자 인권증언대회 및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주 발제자로 나선 허진씨(면책자클럽운영자)는 파산·면책자들의 모임인 '면책자클럽'에서 그동안 경험하고 수집한 회원들의 차별과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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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발표 하는 허진씨(면책자클럽운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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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호 | 신용카드 발급 거절, 보험가입 거절, 주택관련 금융 거절, 신용보증 거절 등. 허진씨는 각 은행 창구에서부터 보험회사, 정부투자기관인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까지 '신용특수기록 1201'의한 불법적 차별과 소외가 난무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들이 개인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등과 헌법 제2장 11조의 차별금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하여 허진씨 외 404인은 2006년 6월 29일 면책자클럽 6500명 회원을 대표하여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민원을 냈다. 이 민원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신용정보회사 및 보험회사 등 사기업을 제외한 공기업의 차별행위를 사건 조사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국가인권위원회마저도 민원을 취하해 줄 것을 계속해서 종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끝으로 허진씨는, 자신이 파산·면책당사자로서 '신용특수기록 1201'이 "이제 빚이 없다"는 증거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신용특수기록1201'은 파산·면책자들에 대한 온갖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낙인으로 작용한다고 증언했다.
파산·면책, 새로운 출발인가?
토론회 부발제자로 나선 서창호(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금융자본과 추심업체들이 끊임없이 면책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상황에서 정부기관들은 금융자본의 입장을 옹호하는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면책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책임에 대하여 무감각한 한국사회를 성토했다.
서창호 활동가는, 이러한 현실상황에서 "면책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그러면서 그는 파산·면책을 통한 채무탕감도 중요하지만 면책자들이 스스로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제기하고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서창호 활동가는 파산·면책 당사자들이 한국사회의 빈곤계층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전형으로 집단화됨으로써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들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부발제자인 김오영(파산지원연대) 활동가는, 2004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개인파산신청자가 작년에는 13만명을 넘어섰고 올해에는 약 2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개인파산 절차가 활성화되면서 누적 면책자의 숫자도 15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용특수기록 1201'로 대표되는 면책자의 금융소외는 빈곤계층에게 지원되는 '마이크로크레딧트'로부터 보증, 보험, 렌탈 등 모든 금융활동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더 나아가 면책자들은 노동시장과 일상적 사회활동 등에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면책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유형이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해지고 교묘해 져가는 이 시점에서 이 문제가 한국사회 당면하고 중요한 사회적의제로 제기되어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한국사회가 면책자의 사회적 차별을 외면한다면 면책은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새로운 절망의 시작일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빈곤의 또 다른 얼굴, 이제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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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하는 김관기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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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호 | 토론 패널로 나온 김관기 변호사는 "면책이 채무자의 신용을 상승 시킨다는 실례에 관한 경험적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120만원의 월급을 받는 금융채무불이행자보다 면책 받은 120만원 월급자의 신용이 훨씬 높은 것 아니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면책자에게 즉시 카드를 발급해 주는 이유는 면책자의 신용이 면책을 통하여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관기 변호사는 신용정보공유는 (미국에 있는) 평등거래법과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인데, 그러한 행태는 금융자본과 금융정책당국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금융자본의 입장에서 면책자와 다시 거래하는 이익보다 금융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짜먹기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점에서 "금융자본들이 파산·면책되면 왕따란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상환능력 있는 면책자를 일부러 금융거래에서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김관기 변호사는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관기 변호사는, 저소득층주택자금 및 학자금대출 등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자금인 만큼, 면책자를 비롯한 금융소외자들이 절대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사기업이 시장에서 가난한 자들을 거절하는 것은 자유지만,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국민이 정부로부터 차별받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런 자금마저도 은행을 통해 위장(은행이 선 집행하고 정부가 후 지불하는 방식이란 점에서)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관기 변호사는 대중들의 현실적 욕구를 조직화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부당한 차별은 소송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통하여 언론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행위의 일환으로, 김관기 변호사는 대중들도 시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들이 십시일반 참여해서 경제적 힘을 집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들이 직접 참여하는 상호저축은행형식의 일종의 사회적 금융기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나아가 그는 "대부업체면 어떠냐?"고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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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하는 옥세진사무국장(민노총사무금융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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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호 | 옥세진 사무국장(민노총사무금융연맹)도, 호주노총에서 종자돈 대고 직원 20명으로 출발해서 지금은 직원이 3천명이나 되는 업계 랭킹3위의 은행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사례는 프랑스에도 있는데, 이 은행들은 협동조합 중심의 지역 노동자가 만든 은행이란다. 이들 은행은 퍼주기식 대출보다는 이익을 조절을 통하여 공공성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대출이익이 10% 발생하면 이자를 깎아 주거나 출자한 이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옥세진 국장은 면책자들의 목소리와 주장이 대부분은 차별해소 측면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들은 당사자들이 나서야만 해결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고 이야기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만큼 확장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면책자문제도 계속적으로 주장되어야 사회적 관심을 끌어낼 수 있게 되고 사회적 의제로 공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세진 국장은 면책당사자들이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12월 대선 투쟁 국면에서 면책자, 빈곤층이 다함께 혜택 받을 수 있는 법안 통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패널로 참석한 손상열(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도 "금융피해자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것은 인권단체들이 다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특수기록 1201' 문제는 다른 집단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것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최근 의료급여 관련 시행령에서(1종 대상자에 대한 본인부담금 전면 확대) 병력 질환자에 대한 차별 등이 그러한 예라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사회에는 특정한 신분으로 낙인찍혀 차별받는 이들이 많은데 신분이라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사회적 신분과 그에 따른 차별을 정리해서 공동으로 문제제기해야 의미 있는 사회적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상열 활동가는 여담처럼 재미있는 '신용특수기록1201'의 의미를 해석했다. '1201'가 한국사회의 낙인에 있어 의미 있는 숫자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국가보안법이 12월 1일 탄생했고, 병역 거부한 이들을 기리는 날이 12월 1일이며, 에이즈 세계 행동의 날이 12월 1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아이디어 차원에서) 12월 1일에 사회적 낙인의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서 사회적 차별과 낙인 철폐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회를 마치면서,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연석회의'는 한국사회의 '빈곤과 양극화'와 관련하여 금융채무자문제가 빈곤의 구체적 고통의 한 지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현재로도 금융채무피해자들의 권익을 위하여 개인파산·면책·회생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실천들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석회의는 그 길에 많은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기대하며 호소하는 것으로 토론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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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연석회의' 토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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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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