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개인적으로는 한국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으로 볼 것 없는 화면과 아햏햏한 스토리(보통 두 가지 중 하나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둘이 합친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를 꼽곤 하죠. 강제규 감독이 '태극기 휘날리며'찍는다는 소리를 들은 후에도 그의 전작 '쉬리'를 보고 실망했고, 116억이나 쳐들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실패 소식을 익히 들었던 저로서는 솔직히 '그저 그러려니'했습니다.
더구나 주연들이 P순이들의 최고 인기 스타인 장동건과 원빈이라는 점에서는 더더욱 아햏햏했죠... 권상우나 홍경인 정도라면 또 모를까 ㅋ
그런데 이 영화가 저의 예상과는 달리 실미도의 '단위 시간당 관객동원기록'을 깨뜨리면서 선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영화의 스토리보드는 이미 영화 홈페이지나 많은 스포일러들에 의해 익히 소개되었을 테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지만, 그 구성에 있어서 과거 한국 영화들보다 훨씬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최소한 억지춘향격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더군요(물론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을 전제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성공비결을 꼽는다면, 한국적 가족주의(한국에서 그 어떤 주의주장보다도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념(?)이죠)에 기반해 625라는, 민족의 비극을 성찰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영화속의 두 주인공 진태와 진석은 자본주의, 공산주의 따위는 전혀 알지 못하는 청년들이었지만, 형은 동생을, 동생은 형을 살려 보내기 위해서 전쟁터 속에서 갖은 고초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 뿐 아니라 많은 전쟁에서 사람들이 기꺼이 전쟁에 참가하는 이유를 어찌보면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 것 같기도 합니다. 독일의 침략을 당한 프랑스나 소련에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에서보다는 '내것'을 지키겠다는 가장 원초적인 일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침략자들과 싸우지 않았었나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영화는 60~70년대에 쏟아져 나왔던 '배달의 기수'식 반공 625전쟁물들과는 확실히 차별점을 지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한국군의 포로 학살이나 보도연맹 학살사건 등 대한민국측의 잔혹행위에 대해서도 비교적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과거의 한국전쟁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감독의 새로운 시각이 느껴지는 부분이죠.
영화의 군사고증 또한 한국영화 치고는 대단히 세련된 편입니다. 세세한 부분에서 심히 아햏햏한 오류가 보이기도 하지만(기관총탄이 로켓마냥 배기가스를 뿜으며 날아간다던지) 이것보다 더 고증에 신경을 쓴 작품은 한국 영화 중에는 '블루'정도 밖에 없을듯 하네요(하지만 그 작품은 스토리가 개판이었죠).
사실 군대, 전쟁 영화의 고증은 매니아들이나 신경쓰지 일반인들은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고증이 부실해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많거든요. '실미도'나 '글루미 선데이'등이 그 좋은 예일 것입니다. 오히려 고증에만 지나치게 신경쓴 나머지 영화에서 진짜로 말하려고 하려는 점을 놓치는 병적인 고증 집착주의는 좀 버려야 하지 않을지도 생각해 봅니다.
영화를 보면 몇 가지 잔 재미를 더해주는 점이 눈에 띄는데, '해돌이'님이 지적하신 대로 과거의 명작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 기법 사용도 그런 점이라 할 수 있고, 인민군 장교 역을 맡은 최민식(장승업?)이 국군에 체포당할때 사용했던 권총은 특이하게도 구일본군의 '남부'권총입니다. 물론 태평양전 종전 후 일본군에게서 노획해 사용했을거라는 설정이 가능하니 고증상 옥의 티는 아니지만 뜻밖의 총을 보니 무척 흥미롭더군요.
나머지 부분은 직접 영화를 보고 체험을 해보시도록 하고, 혹시 더 궁금한 것이 있으신 분은 리플을 달아 주시길...
*참고로 좌익진영에서는 이 영화를 '반공영화'라 하고 극우진영에선 '용공영화'라고 우긴다죠....;;;;;; 역시 극우/극좌 빠돌이들은 이해할수 없어.
첫댓글 원빈이 요번에 의외로 연기는 잘했지...사실 권상우의 그 혀짧은 대사는;;;그리고 콜세어에서 궤적을 그리는부분은 콜세어에 장착되어있던 로켓탄 사격장면을 표현한듯...궤적이 그려지는 장면은 첫발사장면밖에 없어..로켓레일이 좀 이상하게 생겨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