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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헛의 자기심리학과 목회상담
정 석환
I. 들어가는 말
새로 오는 천년의 시대를 내다보며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오는 시대에 대한 예측과 전망들을 내어놓고 있다. 그러면 목회 상담학의 입장에서는 새로 오는 21세기의 시대를 어떠한 시대로 예측하는가? 새롭게 펼쳐질 시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시대, 인간상들의 모습이 목회의 상황으로서 대두될 것인가? 서구의 많은 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새로 오는 시대의 인간상은 전통적인 인간의 모습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자기정체성을 지닌 인간들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새 시대의 인간들은 보다 자기 표현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강한 개성을 지닌 인간성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새 시대의 인간들은 보다 상황 중심적이고 따라서 전통적 인간들의 모습보다 덜 안정적인 모습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인간상의 출현은 새로운 인간의 문제들을 낳을 것이다. 즉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인간의 문제들이 출현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일찍이 미국의 역사학자인 크리스토퍼 래쉬가 예견한데로 20세기말과 오는 21세기의 인간의 문제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새로운 문제들은 새로운 치료적 접근을 요청한다. 이러한 요청에 창의적으로 응답하는 새로운 심리학의 하나로서 코헛의 자기 심리학을 들 수 있겠다. 필자는 이 글에서 코헛의 자기 심리학을 간단히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목회상담의 영역에서 그의 치료적 통찰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논하고자 한다.
II 코헛의 자기 심리학
1. 코헛의 생애
현대 정신분석학에 끼친 영향에 비해서 코헛의 생애에 관해서는 그리 많은 기록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코헛은 1913년 비엔나에서 휄릭스(Felix)와 엘스 램플 코헛(Else Lampl Kohut)의 독자로 탄생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드와 마찬가지로 그는 문화의 도시 비엔나에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며 대부분의 교육을 받았는데 후에 그의 학문적 저술활동에 기초가 될 수 있는 많은 전통적 철학자들, 문학가들 그리고 서구 지성사의 여러 고전들과 폭넓게 접할 수 있던 중요한 시기였다. 당연히 이 시기의 코헛에게 프로이드는 깊은 영향을 주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비엔나 대학에서의 의학 수업은 코헛으로 하여금 더욱더 프로이드에 대한 존경과 역동적 인간이해의 통찰에 깊은 영향을 받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1940년 코헛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시카고 대학에서 신경의학과 정신분석학을 전공하게 되는데 이것도 역시 프로이드의 영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정신분석가로서의 훈련을 시카고 정신분석 연구소(Chicago Institute for Psychoanalysis)에서 받았고 평생을 그곳에서 임상과 교육으로 연관을 맺게 된다. 임상가로서 그리고 교육가로서 활동하던 초기의 코헛은 아직 자신의 독특한 정신분석의 이론인 자기 심리학을 주장하기보다는 프로이드의 충실한 제자였다. 이 시기의 코헛은 Mr. Psychoanalysis 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전통적 프로이드 정신분석의 이론에 기반을 둔 임상과 교육의 활동을 하였다. 1964년 코헛은 51세의 나이로 미국 정신분석학회의 회장직(American psychoanalytic Association)과 국제 정신분석학회(International Psychoanalytic Association)의 부회장직을 맡게된다. 그러나 그는 1968년 프로이드의 패러다임과 결별함으로써 정신분석학회로부터 소외되고 자신만의 자기심리학의 주장과 임상훈련에 몰두하게 된다. 1981년 California의 Berkely에서 있었던 자기 심리학 회에서 “Reflections on Empathy"란 논문을 마지막으로 발표한 후 사흘후인 1981년 10월 8일 서거했다.
2. 코헛 사상의 발달과정
코헛의 자기 심리학은 시기적으로 4단계의 변천과정을 겪으며 하나의 체계로 자리를 잡는다. 첫째의 시기는, 1950년부터 1959년까지로 이 시기의 특징은 코헛의 독특한 방법론을 계발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코헛은 시카고 정신분석학회의 교수로서 그리고 분석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자신의 독창적 이론 성립을 위한 준비기로서 보낸다. 코헛은 자신의 환자들로부터 임상적 자료들을 채집할 때 전통적 프로이드적 방법론인 과학적, 합리적, 객관적 방법론인 외부로부터의 방법론(Extrospection)만을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내부세계의 입장에서 그의 감정과 사고 경험의 체계를 이해하려는 내부로부터의 관찰의 방법(Introspection)을 자신의 임상적 자료 수집과 환자치료의 중심적 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이미 프로이드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해 좋을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 발표한 논문가운데 하나인 “내성적(內省的) 방법, 공감(共感), 그리고 정신분석”이란 글에서 코헛은 정신분석의 방법론을 새롭게 재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통적 방법론의 핵심으로 활용되며 시행되고 있던 자유연상과 저항 중심의 해석에서 내성적 방법과 공감의 방법론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론적 전환의 촉구는 단순히 정신분석학의 테크닉만을 바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속에는 코헛의 인간이해와 그에 따른 정신분석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을 내포하는 전통 정신분석이론과의 중요한 차이점이요 동시에 코헛만의 독자적 방법론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즉 코헛의 인간이해는 보다 따뜻한 주관과 감정의 교류가 내포된 관계 적 틀 안에서의 인간이해이며 이러한 인간이해를 기초로 한 내성적-공감적 치료의 방법론으로만 비로소 한 인간의 삶의 중심에서 들려오는 삶의 진정한 문제의 근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1960-1966년까지의 시기로서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대한 이론을 나르시시즘적 성격장애의 치료에서 나타나는 전이의 현상을 중심으로 분석해 감으로써 구체화시키는 단계이다. 이 시기에 코헛은 특히 전통적 정신분석의 방법론으로는 치료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없었던 환자들의 출현에 주목하며 그들에게 내성적-공감적 방법론을 통한 치료적 효과를 논술하고 있다.이 시기의 특징은 코헛이 전통적 정신분석의 한계를 그의 임상적 경험에서 만나는 새로운 환자의 집단들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며 그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그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론과 치료적 기술 및 이론을 계발하고 있다는데 있다. 특히 이 시기에 코헛은 중요한 논문 두 편을 발표하는데 그는 이 논문들을 통해 프로이드의 한계점을 예리하게 분석하며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서 임상적 경험 안에서 유용한 내성적-공감적 방법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코헛의 내성적-공감적 방법론을 통한 자기애적 성격장애 환자들에 대한 치료법의 제시는 이때까지 거의 불가능하게 보아왔던 나르시시즘적 장애를 지닌 환자들의 이해와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코헛에 의하면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지닌 환자들은 특히 임상의 상황에서 특수한 자기애적 전이를 많이 일으키게 되는데 치료자는 이러한 전이가 발생할 때 당황하지 말고 이 전이를 활성화하여 치료적 목적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지닌 환자들은 자신들의 발달과정에서 성취하지 못한 발달의 결핍적 요소들을 치료의 상황에서 치료자와의 관계를 통하여 전이를 활성화하며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치료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치료의 방법은 이러한 발달 결핍(Developmental Deficit)에 기인한 자기애적 전이의 퇴행과정과 증상들을 명확히 구별하여 공감해 주는 분석가의 분석과 동시에 그 분석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를 통해 경험하는 새로운 경험들이 내담자의 인격의 체계 안에서 어떻게 다시금 재구성되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즉 코헛이 발견한 새로운 환자군들(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의 치료에는 전통적 정신분석의 방법론을 가지고 접근하는 통찰적 접근과 그에 따른 자기 갈등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치료 목표보다 어린 시절의 발달과업의 미숙으로 인한 정서적 자기결함을 치료자와의 새로운 관계의 경험을 통해 다시금 재급유 받아 보강시키는 자기의 재 결집에 치료적 목표가 집중되게 되는 것이다. 즉 프로이드적 전통적 신경증의 환자들은 억압된 본능의 해방과 그를 통한 만족감(satisfaction)을 추구하지만, 코헛적인 자기애적 환자들은 상처 입은 자기애적 자아(Narcissistic ego)가 재 인정(reassurance)을 추구한다는 점이 전통적 정신분석과의 현격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두 번째 단계에서 코헛이 말하는 상처 입은 자기애적 자아(Narcissistic ego)의 개념이 후에 코헛의 자기 심리학의 근간이 되는 자기애적 자기(Narcissistic Self)의 개념을 형성하게 되고 나아가 과시적 자기(grandiose self)의 개념으로 발달하게 된다.
세 번째 시기는 1966년부터 1977년까지의 기간으로 이 때의 특징은 Narcissism의 연구로 특징 되는 시기이다. 이시기의 중요한 저술로서 코헛은 3편의 논문과 1권의 책을 발표하게 된다. 첫 번째 논문으로 “Forms and Transformations of Narcissism"을 1965년 12월 5일 미국 정신분석 협회에서 발표하는데 이 논문에서 그는 이상화된 부모의 이미지가 어떻게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인격구조 안에 편입되는가를 논하고 있다. 코헛에 의하면 아이들은 발달과정에서 힘, 아름다움, 선함, 완전함 등을 부모의 모습에 투사하며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투사된 덕목들을 성장과정에서 내면화와 변형화의 과정을 통해 이상화된 부모의 이미지를 자신의 인격 구조 안에 간직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자기애적 자기(Narcissistic Self)는 한 개인의 인격 구조 안에서 세상을 향한 야망과 자신에 대한 과대적 환상의 기초를 형성하게 된다.
두 번째 논문인 ”The Psychoanalytic Treatment of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s: Outline of a Systematic Approach"에서 코헛은 그의 자기 심리학 이론의 가장 기초 개념들인 자기애적 전이의 현상들-이상화 전이(Idealizing Transference)와 거울 전이(Mirroring Transference)-을 임상적 경험의 환경 안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상화 전이란 이상화된 부모의 이미지와 관련된 전이의 현상을 말함이고 거울 전이란 유아기 시절의 과대적 자기와 관련된 전이의 현상을 말한다. 이 논문에서 코헛은 자신의 임상사례인 Miss F의 임상적 증상과 전이 현상들을 분석하며 전통적 프로이드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의한 전이로 설명하지 않고 발달 초기(즉 전 오이디푸스 시기)의 발달 결핍에 의한 거울전이로 설명하고 있다.
이 시기의 세 번째 작품이며 코헛의 첫 번째 저술인 The Analysis of the Self에서 코헛은 자신의 발표된 논문들을 종합하며 자기 심리학의 중요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코헛은 임상의 사례들에서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이상화 전이와 거울 전이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의 자기 심리학의 기초 개념들인 자기(Self), 자기 대상(Selfobject) 등의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코헛은 자신의 일관된 방법론인 내성적 공감의 방법론을 통하여 임상의 현장에서 발견되는 내담자들의 전이 현상들을 분석하며 내담자의 자기 구조 안에 깃들인 발달 결핍과 그에 따른 전이 현상들을 치료에 활용할 것과 이때 분석가는 전통적 프로이드 방식의 중립적이며 객관적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결핍된 자기애 적 상처에서 나오는 대상을 찾는 욕구를 심리적 산소로서 공급해 주는 내담자의 자기 대상(Selfobject)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코헛의 강조점은 전통적 정신분석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관계 중심적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이라 말해 좋을 것이다.
이 시기의 마지막 작품인 "Thoughts on Narcissism and Narcissistic Rage"란 논문은 1971년 뉴욕 정신분석 학회에서 발표한 것으로 여기에서 코헛은 나르시시즘과 공격성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 논문에서 코헛은 자기애적 성격 장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애적 분노의 기전, 형태, 경험의 내용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코헛에 의하면 자기애적 분노는 응집력 있는 건강한 자기(Cohesive Self)의 구축에 실패한 인격 구조의 산물이며 이는 근원적으로 유아기적 발달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핵심에는 유아기의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된 자기의 출현에 적절히 응답하지 못했던 중요한 타인들(부모들)의 자기대상(Selfobject)의 실패에서 기인됨을 밝히고 있다.
네 번째 시기는 1978년부터 1981년까지의 기간으로, 이 마지막 시기에 코헛은 그의 주요 저작인 The Restoration of the Self와 그의 유고 작이 된 How Does Analysis Cure?를 발표한다. 이 시기의 코헛은 자신만의 독특한 자기 심리학을 완성함으로써 프로이드의 전통적 정신분석으로부터 독립된 독자적 패러다임의 정신분석의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전통적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체계에서 주목하는 신경증의 원인은 4-6세 사이의 심리-성적 발달 과제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실패로 인한 만족되지 못한 내적 욕구의 불충분에 기인된 심리적 갈등의 구조이다. 그러나 코헛의 임상 경험에 의한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는 이러한 프로이드적 신경증으로는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원인과 치료에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코헛의 주장이다. 즉 자기애적 성격 구조를 지닌 사람들은 발달의 초기에(전 오이디푸스 기간인 4세 이전) 자기를 구축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기 대상(부모)이 아이의 발달적 욕구(이상화 대상과 거울 대상)에 공감을 주며 응답하는데 실패함으로써 건강한 응집적 자기를 구축하는데 실패하고 그 취약한 자기의 구조가 상처 입은 자기애적 자기(Narcissistic Self)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아이들은 출생이후 건강한 자기 구조를 지니기 위해서 끊임없이 심리적 산소(Psychological Oxygen)로써의 자기대상의 적절한 사랑과 공감적 응답을 요구하는데 부모의 무관심이나 공감의 실패로 인하여 이러한 아이들의 대상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함으로써 아이는 건강한 응집적 자기를 구축하는데 실패하게 되고 그 결과 파편화된 자기의 취약한 자기 구조로써 일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코헛의 견해는 프로이드의 정신병리의 원인론과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즉 프로이드는 아이들의 심리-성적 발달의 단계에서 해결하지 못한 리비도의 갈등의 잔재로써 신경증의 원인을 말하는데 반하여 코헛은 관계의 실패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심리적 성장의 기초로서 태어나서부터 자기대상(Selfobject)인 부모로부터 충분한 공감적 사랑과 양육을 제공 받아야 하는데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 사랑과 양육의 과정에 결핍을 빚게 되면 소위 심리적 산소의 결핍으로 인한 발달 결핍이 발생하게 되고 따라서 아이들의 자기구조(Self Structure)는 취약하고 파편화된 자기구조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 코헛의 설명이다. 코헛의 임상경험에 의하면 부모들의 어린아이들에 대한 공감의 결여와 충분한 사랑의 결여는 결국 한 인간이 성숙의 과정에 필요한 충분한 심리적 자원을 박탈하게 되는 것이며 그 결과 그 인간은 이러한 발달결핍을 충족시키고자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자기대상을 찾아 방황하게 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환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코헛의 관계 중심적 정신병리의 원인에 대한 이해는 고전적 정신분석의 갈등이론과는 대조적인 이론이라 하겠다.
나아가 코헛은 정신치료에 관해서도 고전적 정신분석이론과는 다른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고전적 치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통찰과 해석의 강조를 최소화시키고 대신 분석가와 내담자 사이의 치료적 상황 안에서의 새로운 관계의 경험을 강조한다. 이 새로운 관계는 전이를 통해서 활성화되기 때문에 코헛은 치료적 상황 안에서의 전이를 치료적 수단으로서 매우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코헛과 프로이드의 차이점은 양자사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인간이해에 기인하는 것이다. 프로이드의 인간이해는 인간에 대한 결정론적, 부정적, 양면적 인간이해에 기인한다. 따라서 프로이드의 인간은 언제나 과거의 사슬에 메여 갈등하며 고통받는 인간, 즉 죄된 인간(Guilt man)이다. 반면에 코헛의 인간 이해는 프로이드의 인간보다는 통전성을 지닌 인간이다. 코헛의 인간은 통일된 자기를 지니고 자기를 힘있게 주장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합일을 이룰 줄 아는 인간, 즉 독립적이고 응집적이며 관계 안에 있는 인간인 것이다. 코헛의 인간은 관계의 그물 망 안에서 태어나고 관계 안에서 자라다가 관계 속에서 죽는 관계적 인간인 것이다. 이러한 관계적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랑과 관심이라는 심리적 산소를 필요로 한다. 충분한 심리적 산소를 공급받는 인간은 충분히 성숙하며 자신과 타인과 세계 안에서 자신을 표현할 줄 알고 타인을 긍정하며 공감할 줄 알고 세계 안에서 자신의 창의력과 유머를 계발하고 건강한 관계 속에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건강한 인간의 심리 구조를 코헛은 응집적 자기(Cohesive Self)의 구조를 가진 사람이라 말하며 이러한 응집적 자기는 “자기대상과의 관계 안에서 충분한 공감과 사랑의 응답을 받으며 충분한 심리적 산소를 공급받음으로써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기의 회복(The Restoration of the Self)이라는 책에서 코헛은 특히 그의 자기 심리학의 이론과 치료의 기술로써 내성적-공감적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프로이드의 전통 정신분석학이 분석가의 중립적 합리적 과학적 객관적 내담자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데 반해 코헛은 내담자의 경험 중심적 공감의 방법론을 일관되게 자기 심리학의 방법론과 이론의 뼈대로써 강조하고 있다. 특히 코헛은 이 책에서 자신의 이중적 자기 구조(Bipolar Self)의 개념을 다시금 강조하는데 과대적 자기의 축과 이상화된 자기의 축이 건강하게 구축되기 위하여 자기대상과의 건강한 관계의 경험이 필수적 요인이 됨을 강조하고 있다.
코헛의 마지막 작품이 된 어떻게 분석이 치료하는가?(How Does Analysis Cure?)에서는 다시 한번 정신치료의 과정에 있어서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 코헛은 공감의 3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기한다. 첫째, 공감은 정신치료의 과정에 있어서 내담자의 주관적 경험의 세계에 이를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가 되며 공감의 방법론을 통해서 분석가는 내담자의 내면 세계의 진실에 도달하여 치료적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다. 둘째, 공감을 통하여 분석가와 내담자는 심리적 결속을 강화하며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발달의 결핍을 보강해 주는 심리적 산소로서의 자기대상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다. 셋째, 따라서 공감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심리적 건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산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코헛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에는 낮은 수준의 공감으로서의 이해와 높은 수준의 공감으로서의 해석이 있음을 말한다. 더 나아가 코헛은 이 마지막 책에서 쌍둥이 전이(Alter Ego Transference or Twinship Transference)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즉 인간에게는 공감하며 수용해 주는 자기대상을 통해 자신의 과대적 자기를 확인 받고 싶은 욕구와 이상화된 자기대상을 통해 따르고 싶고 되고 싶은 자기를 실현하고 싶은 이상화의 욕구뿐만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동료로서의 자기대상에 대한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분석 및 치료의 과정에서 이러한 쌍둥이 전이는 분석가를 자신과 비슷한 제 2자아로서 생각하고 분석가가 자신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해주도록 갈망하는 욕구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발전되어 온 자기 심리학은 1981년 코헛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그의 동료들과 제자들에 의해서 더욱 다듬어 지고 보강되며 최근의 정신분석학의 새로운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은 코헛의 독창적 아이디어들을 많은 임상의 사례들과 결부시키며 자기 심리학의 이론을 더욱 정교화 시키고 현대의 자기 실현의 시대를 살며 자기애적 정신장애에 시달리는 많은 인간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치료적 심리학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III. 자기 심리학의 중심 개념들
자기 심리학에서 가장 중심개념은 역시 “자기”(Self)에 대한 코헛의 독특한 이해에 있다. 코헛에 의하면 자기는 “시간과 공간 안에 존재하는 자극을 주고받는 주체로서 하나의 응집된 단위이며 객체로서 단독으로 존재하기 보다 자기대상과의 관계의 틀 안에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코헛의 자기 개념은 건축물과 같은 구조물로서 장시간 주변환경과의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응집적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이 “응집적 자기”(Cohesive Self)는 한 개인에게 건강한 자기 인식을 주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감의 능력을 주며 동시에 그가 속한 세계 안에서 창의력을 계발하며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해 준다. 코헛의 이러한 자기 개념은 자아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트만(Hartmann)의 자아 개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트만은 자아란 한 개인의 마음의 중심으로서 이 자아는 프로이드가 생각했던 것과 같이 본능과 현실과의 갈등의 해소와 방어 기전의 역할이 주 과제가 아니라 주변환경과의 창의적 적응이 주된 임무라는 것이다. 즉 하트만은 프로이드의 자아에 대한 소극적 방어적 해석에서 나아가 자아의 환경 적응적, 창의적 측면을 강조하며 환경이 자아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데 실패하게 되면 자아에 심각한 손상을 불러온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헛은 이러한 자아의 관계적 상황 안에서의 창의적이며 적응적 측면을 자신의 자기 개념 속에 적극 수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코헛이 특히 강조하는 점은 자기의 구축은 한 개인 안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대상”(Selfobject)과의 관계의 모체(Selfobject Matrix)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적 산물이라는 점이다. 코헛이 강조하는 자기대상이란 단순히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물과도 관련된 인간의 대상 경험을 말한다. 즉 기능적 측면을 지닌 “자기와 연관되어 경험되는 대상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자기 구조를 강화하거나 자기 느낌을 계속하게 해주는 모든 자기대상과의 관계경험”을 말한다.그럼으로 자기와 자기대상과의 관계는 단지 나기와 대상과의 대인관계만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과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경험하는 심리 내적 역동의 관계경험인 것이다. 즉 자기대상과 내적 이미지와의 관계를 주체인 자기가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코헛에 의하면 건강한 자기의 구축은 건강한 자기대상과의 관계경험들을 통해서 구축되며 연속적인 자기대상 경험의 실패는 “심리적 산소”(Psychological Oxygen)의 결핍을 초래하여 개인으로 하여금 “텅빈 자기”(Empty Self)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인간의 발달과정에서 자기는 자기대상과의 관계망 속에서 자기의 유용성의 경험을 원한다. 그 유용성의 경험의 질을 통해 개인은 자기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 자기는 처음에 자기대상과의 관계 경험을 통하여 “자기의 두 축”(Bipolar Self)을 구축한다고 코헛은 말한다.
첫째의 자기의 축은 거울 자기대상과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과대적 자기의 “야망의 기둥”(the pole of ambitions)의 축이라 말한다. 한 인간이 탄생하게 되면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심리적 에너지(Narcissistic Energy)를 가지고 관계의 망 속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때 관계의 망이란 처음 아이가 경험하는 타인이며 세상이고 자신을 그 관계의 틀 안에서 인식하게 되는 자기대상인 것이다. 이 처음 자기 대상과의 관계의 질이 어떠했느냐가 그 아이에게는 평생을 살아가는 심리적 구조물인 자기의 구축에 결정적 원인이 된다. 즉 이때의 아이는 자신과 자기대상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나르시시즘적 에너지로 가득 찬 영아가 자기대상의 따뜻하게 비추어주고 인정해 주고 수용해 주며 찬사 해주는 응답을 경험할 때 그는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긍정적 경험의 틀을 몸 안의 이미지로서 간직하게 되며 자기의 중요한 한 축인 “과대적 자기”(grandiose self)를 건강하게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개인은 성숙한 형태의 긍정적인 자존감과 타인에 대한 성숙한 형태의 찬양과 공감 등을 보일 수 있는 건강한 응집적 자기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 자기대상과의 관계의 경험의 질이 오염된 사랑으로 심각하게 파손되었을 경우 아이는 자기의 기초적 한 축인 과대적 자기의 축을 형성하지 못하고 파편화된 자기가 되며 일생을 살아가며 관심에 대한 유아적 욕구들과 자신에 대한 찬사의 욕구 충족을 찾아 헤매는 과대적 자기의 빈곤증에 걸린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의 자기 축을 코헛은 “가치와 이상들의 축”(the pole of values and ideals)이라 불렀다. 아이가 조금 더 성장을 하면서 그는 자기 보다 크고 위대하다고 느껴지는 자기대상을 이상화시키며 그 대상 안에서 자신의 극대화된 모습을 발견하려 한다. 따라서 아이는 자기대상을 경외하고 흠모하며 추종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아이는 자신의 불안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자기대상이 이러한 아이의 욕구에 자상한 인도(guidance)와 모델의 역할로서 응답해 줌으로서 아이는 자기 안에 이상화된 가치와 삶의 목표들을 내면화하여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발달과정에 이 이상화 과정의 자기대상 경험에 실패하면 그 개인은 파편화된 이상들의 축으로 인하여 평생을 이상화된 대상의 발견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이 두 축은 건강한 자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자기의 기본적 요소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하게 작용되는 것은 자기와 자기대상과의 관계의 경험이다. 건강하고 응답적인 자기대상과의 오염되지 않은 관계의 경험만이 한 개인으로 하여금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와 관계 맺는 모든 경험의 중심 주체로서의 건강한 “응집적 자기”(Cohesive Self)를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코헛이 말하는 심리적 건강성이란 프로이드나 자아 심리학에서 강조하는 단순히 한 개인 안에 구축되는 심리 내적 자아의 강조가 아니라 건강한 자기대상들과의 건강한 관계 경험으로부터 구축된 응집력 있는 자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코헛이 말하는 인간은 관계의 인간이며 이 관계의 인간은 단지 출생 후 중요한 몇 년간의 기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심리적 산소로서 반드시 존재해야 되는 것이다. 이러한 코헛의 자기와 자기대상의 관계적 이해는 서구의 개인중심주의적 인간이해의 패러다임에 혁명적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개념이다.
코헛은 그의 마지막 책에서 세 번째의 자기 축으로서 “쌍둥이 자기대상”(Alter-ego or Twinship)에 대한 욕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요구는 아이가 현실 안에서 부모나 자기대상을 자신과 똑같은 현실적 존재로 인식하고 확인하려는 욕구를 말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들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은 이러한 욕구를 모여주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는 자신의 자기가 보다 강화되어짐을 느낄 수가 있다. 이 발달의 과정을 통하여 아이들은 세상에 적응하는 자신의 재능과 기술들을 계발해 나간다. 코헛은 이 욕구는 대개 프로이드가 말하는 외디프스기 이후에 중점적으로 발현된다고 말한다. 분석의 과정에서는 흔히 내담자가 상담자를 자기의 일부로 경험하며 그렇게 행동하기를 상담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요청하는 전이의 과정을 통해 흔히 드러난다고 코헛은 말한다. 이때 내담자는 상담자에 대한 투사적 통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상담자는 내담자의 무의식적 통제와 투사에 저항하게 되는 반응을 흔히 나타내게 된다고 코헛은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거울대상의 욕구, 이상화 대상의 욕구, 쌍둥이 대상의 욕구는 모두 인간의 원초적 욕구이며 동시에 오직 자기대상과의 관계 경험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는 욕구인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3세 미만)에 자기대상으로부터 적절한 욕구 충족을 경험하지 못하면 그 아이는 자신의 응집적 자기를 구축하는데 심각한 발달 결핍을 갖게 되며 이 발달 결핍이 후에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때 자기대상은 어느 정도의 응답을 해야되는 것일까? 아이의 건강한 자기를 구축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기대상은 대부분 부모인데 그 부모는 완벽한 대상으로서 작용해야만 그 아이에게 충분한 심리적 산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코헛의 답변은 다행하게도 “아니오”이다. 즉 완벽한 부모, 완벽한 자기대상은 이상적 개념일 뿐 실제의 인간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단지 “충분히 좋은(Good-enough)” 자기대상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대상과의 관계를 통해서 완벽하지 않은 부모의 모습을 발견할 때 물론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충분히 좋은 자기대상의 반응의 실패는 오히려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내부 안에 그 실망과 좌절감을 극복하게 하려는 본능적 요구를 불러 일으키게 되고, 그 결과 오히려 아이의 자율성을 키워주게 되는 응집적 자기의 출현에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코헛은 이러한 아이에 대한 자기대상의 반응의 결함을 “최적의 좌절”(Optimal Frustration)이라 불렀고 이 적절한 좌절을 통해 아이의 내면에 형성되는 건강한 자율성, 응집적 자기의 출현과정을 “변형적 내면화”의 과정(Transmuting Internalization)이라 부르며 이 “변형적 내면화”의 과정은 한 인간의 성숙을 위해서 필수적 발달의 과정임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코헛은 건강한 자기대상과의 건강한 관계성을 통해 변형된 내면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건강한 응집적 자기는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성을 가지는 자 이며 동시에 타인의 자기대상의 욕구에도 민감하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람은 창의성을 계발하며 사는 사람이며, 유머 감각을 가지고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자신과 타인의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며 용납할 수 있는 지혜를 지닌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대상의 계속되는 아이에 대한 좌절과 반응 및 공감의 실패는 아이의 응집적 자기의 구축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와 결국 파편화 되고 혼돈된 자기의 출현을 낳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의 구축에 있어 자기대상과의 관계경험은 코헛의 자기 심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를 잡는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경험의 부산물인 자기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방법론도 역시 주관적 관계의 접근법인 “내성적-공감”(Introspection-Empathy)의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내성적-공감의 방법론은 프로이드가 그의 방법론으로 활용했던 객관적, 과학적 접근법과는 확연히 다른 코헛의 접근법으로 이는 내담자의 주관의 세계를 탐구하는 방법론이며 동시에 상담자가 단지 중립적 관찰자와 해석자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이며 참여적인 내담자의 자기대상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을 말한다.
IV. 자기 심리학과 정신치료과정
이러한 코헛의 자기 구축과정과 인간의 “관계에의 욕구”에 대한 이해는 그의 정신병리에 대한 이해와도 밀접하게 연관되고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코헛은 건강하고 응집력 있는 자기를 구축하지 못한 인간들에게서 발견되는 파편화된 자기(Fragmented Self) 개념, 혹은 자기의 혼돈들(Disorders of the Self), 취약한 자기(Weakness of the Self), 부조화된 자기(Disharmony of the Self)등의 증상에 대해 임상적 관심을 가지며 그의 자기 심리학의 실제적 적용과 치료적 효율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 개인의 성장 발달과정에서 특히 어린 시절의 발달의 경험에서 건강한 자기대상으로 부터의 심리적 산소의 결핍이 발달 결핍이 되어 모든 인간의 정신병리의 원인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달의 결핍은 한 두 번의 반응의 실패로 인해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오랜 시간 지속적인 자기대상의 반응 실패에 기인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한 개인과 가정이 겪을 수 있는 상황적 어려움과 위기 때문에 한 개인의 정신 체계 속에 병리적 자기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대상의 지속적인 공감 및 건강한 관계맺음의 실패가 아이의 거울자기, 이상화 자기, 쌍둥이 자기의 구축에 실패를 가져오게 되고 이러한 발달결핍이 한 개인에게 있어 정신장애의 주 요인이 된다고 그의 임상 경험을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히 1971년의 작품인 자기의 분석에서 응집적 자기를 구축하지 못한 한 개인, 특히 나르시즘적 성격장애를 가진 내담자의 병리적 행동의 이해와 공감에 그리고 치료과정에 그의 자기 심리학의 개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를 논하고 있다. 어린 시절 지속적 거울욕구의 발달 결핍으로 인한 거울 자기의 구축에 실패한 개인은 대체로 두가지 측면의 병리적 증상들을 드러내게 되는데 하나는 정신신체 건강 염려증(Hypochondriacal)과 자기몰입(Self-consciousness), 수치심(Shame)과 대인관계의 당혹감(Embarrassment)등으로 나타나고, 다른 하나는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과대적 자기에 대한 환상으로 표출된다. 이 과대적 자기에 대한 환상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개인에게 현실의 삶 속에서 자신의 활동에 대한 불만족의 느낌, 허무감의 느낌, 기쁨 없음, 성공에 대한 끝없는 동경, 건강한 자존감의 결여 등으로 표출되어 나타난다. 코헛은 이러한 거울욕구의 좌절에서 파생되는 자기의 파편화 현상을 수직분리(Vertical Split)와 수평분리(Horizontal Split)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수직분리란 과대적 자기가 현실영역에서는 차단되지만 의식 속에 현존하는 것으로 그 증세는 허풍을 떨거나 내적 허무감등을 경험하는 증상을 말하며, 수평분리란 과대적 자기가 현실자아가 억압되고 부정되는 증상을 말함인데 그 증세는 의욕상실, 자신감 결여, 막연한 우울증, 삶에 대한 피동적 자세 등이다.
계속되는 이상화 자기대상의 욕구에 대한 발달 결핍은 자기애적 균형감의 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와 자기애적 취약성을 노출하게 되며 이는 한 개인에게 자기 내부 안의 욕동과 현실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능력의 결핍과 자기 이상의 결핍으로 인한 삶의 목표와 방향감의 상실 등으로 인하여 끊임없이 외부의 대상을 자기 이상의 현실로 이용하려 하는 이상화 대상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헌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상화욕구의 실패는 자기의 이상화 축의 구축 실패로 인해 성격발달의 저해를 가져와 무언가 대체물로서의 대상에 고착되는 중독증의 증상을 가지게된다고 코헛은 말한다. 그의 임상 경험에 의하면 어머니에 대해 실망한 아이는 자신을 잘 달래주고 진정시켜주는 자기대상을 찾게되고 나아가 그 대상을 자신이 손쉽게 통제하려는 동기에서 마약과 같은 대상을 찾게 된다. 따라서 코헛에 의하면 마약중독증은 심리구조 안의 발달결핍의 대체물이며 이는 마약뿐 아니라 분석과정에 있어 분석가도 마약처럼 자신에게 평안함을 주는 대상으로 여겨져 분석가에게 심리적 의존감으로 고착되는 유아적 퇴행의 원초적 이상화 전이를 노출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계속되는 쌍둥이 자기대상의 결여는 한 개인에게 지속되는 자기 상실감이나 심각한 외로움의 느낌 등을 갖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개인은 병리적 자기 환상에의 도취나 백일몽에의 몰입 등의 증상 등을 보이며 현실의 대인관계에서는 점차 소극적이거나 도피적인 모습을 보이고 환상 속의 친구나 대상을 추구하며 만족감을 찾는 자폐적 증상들을 보인다.
이러한 자기의 결함에 코헛의 자기 심리학은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가? 먼저 코헛의 자기 심리학은 전통적 정신분석이 지향하는 통찰요법, 즉 의식의 확대를 치료의 궁극적 목표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코헛에게 있어서 정신장애의 치료는 단지 자아의 확대와 강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한 개인이 자신의 현실세계 속에서 관계를 새롭게 재 규정하고 재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의 획득에 궁극적 치료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치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코헛은 세 가지 과정의 치료적 단계를 밝히고 있다.
첫째, 내담자의 어린 시절, 옛 관계에서 형성된 오염된 관계의 전이들을 치료적 관계 구조 안에서 활성화하는 것으로 이 단계에서 치료자와 내담자는 공감과 신뢰의 관계를 재 구축함으로써 내담자의 취약한 자기 구조 안에 깃들인 거울자기의 상처와 이상화자기의 상처, 그리고 쌍둥이 자기의 상처 등을 재 체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관계 맺음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담자의 역할이다. 즉 상담자는 내담자의 주관적 경험의 세계에 민감한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내담자로 하여금 충분히 안전하고 이해되는 환경 안에서 자신이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관계맺음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 때의 상담가의 기법은 섣부른 해석보다는 공감적 이해와 수용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담자는 이러한 안전하고 이해되는 환경 안에서 자신의 옛 관계의 상처들을 노출하며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관계 경험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코헛은 이러한 관계의 경험을 정신치료의 필수적 단계로서의 관계 경험이라 강조하며, “성숙한 성인의 입장에서 내담자의 자기와 상담자의 자기(내담자에겐 자기대상으로 작용하게 되는)가 서로 공감적 내부 조율(Empathic in-tuneness)안에 새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임을 말한다. 둘째, 이러한 공감적 관계를 통한 내담자의 옛 관계의 치료적 활성화의 단계를 형성하면, 내담자와 상담자는 보다 깊은 자기와 자기대상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 내담자는 아직 취약한 자기 구조를 지닌 상태이기 때문에 상담자에 대한 신뢰가 깊어 갈수록 상담자에 대한 유아적 욕구의 발현에 의한 과도한 기대를 표출하게 된다. 이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유아적 욕구의 발현에 성인의 관계맺음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두 번째 치료적 단계의 핵심이 된다. 상담자는 충분히 공감적이면서 내담자의 유아적 요구들에 적절한 좌절감을 심어 줄 때 내담자는 “최적의 좌절감(Optimal Frustration)"을 체험하게 되며 이 최적의 좌절감이야말로 내담자의 건강한 응집적 자기의 구축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심리 내적 경험이 되는 것이다. 즉 내담자는 ”최적의 좌절감” 경험을 통해 상담자에 기대했던 유아적-환상적 기대감에서 벗어나 현실을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이 경험한 상담자에 대한 실망을 자신의 심리 내부 안의 요소로서 극복해 가려는 건강한 자기의 구축과정이 시작되게 되는 것이다. 코헛은 이 과정을 “변형적 내면화(Transmuting Internalization)"라 불렀고 정신치료의 과정에 핵심적 단계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 단계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강한 저항과 직면케 되는데 내담자는 자신의 유아적 욕구들이 상담가로부터 거부되어지고 좌절되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기애적 분노를 나타내는 시기이며 동시에 상담가는 역전이의 하나로서 내담자를 더 이상 공감하며 수용하지 못하고 훈계나 교훈 등의 저항으로 맞서거나 혹은 내담자의 요구에 끌려 다니며 내담자를 자신의 새로운 심리적 가족의 일원으로 편입하려 하는 유혹에 마주서게 되는 것이다. 이점에서 이 단계는 자기 심리학적 치료의 핵심적 단계를 이룬다 말해 좋을 것이다. 코헛은 이 과정을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정신치료의 성패가 달린다고 믿었다. 동시에 그는 이과정의 성공요인의 핵심을 상담자와 내담자가 이미 형성한 공감적 결속(Empathic Bond)의 질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즉, 둘 사이의 공감적 결속이 충분히 건강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면 ”최적의 좌절감“은 실망의 재현이 아니라 내담자의 심리 내부 안에 자율성과 창의성을 획득하게 되는 창의적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변형적 내면화과정을 통한 응집적 자기의 형성단계가 자기 심리학이 지향하는 정신치료의 최종 단계가 된다. 즉 이 단계에서는 한 개인이 타인의 경험에 공감적으로 응답할 줄 알고 타인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며 자신의 내부 안에서 끊임없이 괴롭혔던 삶의 건조함과 무의미함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적절한 기쁨과 좌절 희망과 분노 등을 상황과 관계의 틀 안에서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코헛은 이러한 자기의 모습을 응집적 자기라 불렀다. 이 응집적 자기는 정상적 발달의 단계를 통해서는 부모라는 처음 자기대상과의 관계 안에서 건강한 심리적 산소를 제공받음으로서 형성될 수 있는 정상적 발달의 모습이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러한 정상의 발달을 실패한 파편화된 자기애적 자기가 정신치료의 과정을 통하여 상담가로부터 발달에 필요한 새로운 관계의 자양분을 공급받아 발달시킨 자기구축의 모습인 것이다.
코헛은 이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할로서 상담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상담가는 자기애적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에게 끊임없는 공감으로 자기대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되는 것이다. 이 공감의 치료과정에서 상담가 에게는 많은 함정과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즉 상담의 초기와 과정중에는 내담자가 상담가를 이상화하는데 따른 불편한 감정과 방어에의 유혹이 있고, 상담의 종결부분에서는 이상화 전이가 해소되면서 실망한 내담자가 상담가에게 향하는 분노의 표출이다. 이러한 상담과정의 전이는 훈련받지 않은 상담가에겐 견디기 힘든 인간 관계적 경험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이의 활성화는 한 개인의 정신치료와 그 과정을 통한 건강한 응집적 자기의 구축이라는 목표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코헛은 정신치료에 있어서 이러한 모든 과정을 이해하며 극복할 수 있는 상담가의 엄격한 훈련을 강조했다. 상담가는 끈질기게 반복되는 내담자의 거울 반영의 욕구와 이상화의 대상이 되어 주길 원하는 욕구 앞에 지루함과 짜증을 느끼지 않는 공감적 자기대상이 되어야하며 끈기 있게 거울로서 “현존(Presence)"하며 내담자의 파편화된 자기에서 분출되는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켜줄 수 있는 통제력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담자의 역할은 결코 완벽한 자기대상으로서의 역할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위니캇의 말처럼 “충분히 좋은(Good-enough)” 자기대상이면 족한 것이다. 이 말의 뜻은 상담가는 정신치료의 과정에서 진정한 자기자신이 된다면 족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이 되어 내담자를 진정한 자기대상으로 맞을 때 그 과정에 때론 실수와 실패도 있으나 그러한 모든 과정들이 곧 치료적 자원이 되어 내담자로 하여금 변형적 내면화 과정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응집적 자기를 구축하게 촉발시키는 촉매자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V. 목회 상담에의 적용
그렇다면 코헛의 자기심리학을 목회 상담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먼저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모든 목회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심리적 도구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현대의 다원 사회 속에서 목회라는 인간관계의 영역에 종사하는 목회자들은 먼저 양떼를 목양하는데 앞서 자신을 바로 알고 자신을 바르게 사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목양의 사역이 돌봄을 베푸는 사역이 아니라 돌봄을 받는 (혹은 받고자 하는) 사역이 될 수가 있다. 이 점에서 코헛의 자기 심리학은 목회자로 부름 받은 이들에게 자신의 숨겨진 발달의 결핍이 영역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뒤돌아 보게 하는 좋은 심리적 자기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나아가 필자는 목회 상담에 적용할 수 있는 코헛의 자기심리학적 통찰을 세 가지로 요약해 보고자한다.
첫째, 코헛의 자기심리학에서 제기하는 자기대상의 중요성을 목회 상담가는 인식해야 한다. 이 점에서 목회 상담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함께함(Presence)”의 덕목일 것이다. 목회 심리치료의 과정에서 가장 본질적 요소는 상담가의 현존이다. 기독교 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성령의 현존”일 것이다. 목회 상담가는 이러한 하나님의 현존의 역사를 상담의 상황 속에서 구체화시키는 하나님의 인간 돌봄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 점에서 목회 상담가인 옥스버거는 “목회 상담가의 현존이란 목회적 돌봄과 목회 상담의 가장 필수적 요인이다. 따라서 상담가가 삶의 고통과 불행가운에 있는 내담자의 자리에 함께 하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현장을 목회적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상담과 정신치료에 있어서 함께함의 요소는 필수적 요인이다. 그러나 목회 상담에 있어서 옥스버거의 현존 대한 강조점은 오늘의 목회 상담가 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하겠다. 오늘날 많은 목회 상담가 들에게 있어서 현존의 의미는 단지 자신의 상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현존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전통적 심리학의 의미에 있어서의 소극적인 내담자 인식이라 하겠다. 이점은 다른 목회 상담가인 죠단의 지적에 의하면 목회 상담가가 지닌 중요한 목회적 돌봄의 자산을 일부만 활용하는 소극적인 돌봄의 자세인 것이다. 죠단은 오늘의 목회 상담가들이 너무 심리학적 지식, 기술, 그리고 전문성에만 의지한 나머지 기독교적 전통의 적극적 의미의 돌봄의 개념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독교 신학과 세속 심리학의 중요한 전통들을 이어 받아 인간의 고통에 응답해야하는 인간 경험의 해석가로서의 상담가들은 보다 기독교의 전통에 들어있는 적극적 의미의 돌봄의 개념인 심방과 찾아가서 함께 있음의 돌봄의 현존의 의미를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을 그는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코헛의 상담가의 현존과 자기대상의 중요성의 개념은 목회 상담의 상황가운데 다시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겠다.
둘째, 현존의 중요성과 함께 강조되어야 할 점은 현존의 질적 요소인 공감의 중요성이다. 코헛의 자기 심리학이 강조하는 심리치료의 중요성은 파편화된 자기구조를 지닌 내담자가 상담의 과정에서 경험해야되는 새로운 관계경험이다. 이 관계경험은 과거의 오염된 관계에 의해 형성된 취약한 자기구조를 새롭게 강화시켜 건강한 응집적 자기의 구조로 변화시키는 필수적 요인인 것이다. 이러한 관계경험에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현존의 질적 요소를 코헛은 공감적 이해라 불렀다. 코헛의 정의에 의하면 공감적 이해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중립적 이해로서의 내담자 이해가 아니라, “내 앞에 앉아 있는 또 다른 나를 바라보듯 내담자의 삶의 내면의 세계에 함께 들어가서 그가 느끼고, 체험하고, 생각하고 있는 방식과 감정으로 그를 이해하는 능력”인 것이다. 이러한 공감적 이해만이 내담자로 하여금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의 부르짖음에 응답의 메아리로 참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며 이러한 느낌의 경험만이 내담자의 깊은 자기이해로 이끌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담자는 굶주린 거울 욕구와 이상화 욕구를 충족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의 능력은 진공 속에서 일어나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인간과 인간의 만남 안에서 전개되어지는 관계성의 사건인 것이다. 이는 상담가가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높은 위치에 서서 일방적으로 내담자를 이해하고 도와준다는 의미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만남의 차원을 말한다. 이 점에서 코헛의 인간이해는 기독교가 말하는 수평적이고 관계적 자기 이해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세 번째로 코헛의 관계적 자기이해는 목회 상담가로 하여금 상담가의 한 개인만을 강조하는 개인 중심적 치료에서 보다 폭 넓은 돌봄에 대한 자원의 이용에 대해 눈뜨게 한다. 즉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목회적 관점에서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인간은 결코 심리적 단독자로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은 관계 속에 태어나서 관계 안에서 자라고 관계 속에서 죽는 존재인 것이다. 이 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자기대상의 경험이며 이 경험의 질이 한 인간의 심리구조의 건강성을 결정한다는 것이 코헛 이론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코헛의 관계론적 인간이해는 전통적 서구 심리학이 가지고 있던 인간의 건강성과 성숙성에 많은 도전을 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인간이해임이 분명하다. 즉 서구 심리학이 지닌 전통적 인간이해와 건강성은 타인에 대한 의존적 상태에서 점점 성장하며 성숙해 가며 육체적, 심리적인 독립(Independence)을 이루는 독자적이고 자율적인(Autonomy) 개체로서의 개인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코헛의 인간이해는 결코 인간은 홀로 독자적인 독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유지시키고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하여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즉 건강한 인간이란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관계성은 단지 피상적 인간관계의 사교적 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헛이 말하는 관계 안의 인간과 그에 필요한 공동체는 심리적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자기대상으로서의 공동체 경험을 말한다. 즉 충분히 서로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고받는 심리적 자기대상으로서의 공동체인 것이다. 이 점은 기독교의 인간이해와 공동체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에 상응한다고 하겠다. 또한 목회 상담가는 이 점에서 귀중한 치료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 위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목회 상담가는 상담가이며 동시에 교회 공동체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종교적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는 그 구성원으로 하여금 참여를 통해 자신의 거울 욕구와 이상화 욕구, 그리고 쌍둥이 욕구를 채움 받게 하며 동시에 타인들의 욕구에 응답케 함으로서 치유와 성장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게 한다. 이 점에서 교회 공동체는 위니컷이 이야기하는 “안아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을 제공하는 돌봄의 공동체 치유와 성장의 공동체라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목회 상담가는 이러한 공동체의 치유적 성장적 요소에 민감하며 이러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겠다.
VI. 나가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최근의 정신분석학의 조류중의 하나인 코헛의 자기심리학에 대해서 개괄해 보고 그의 통찰과 지혜를 목회 상담에 적용해 보았다. 코헛의 이론은 우리들의 인간이해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우리들은 결코 타인과 분리된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독립체가 아니라는 점과 인간의 정서적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자기대상이라는 관계의 경험을 필요로 한다는 것, 또한 이 자기대상의 관계경험에는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고 인정하며 수용해 주는 공감적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배웠다. 특히 후기 현대 사회로 치달으면서 우리 주위에 많이 발견되는 자기애적 성격 장애를 지닌 자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수 있을 것인가의 과제에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많은 도움과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즉 우리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심리적 산소가 된다는 점과 이 산소가 오염되거나 결핍될 때는 심각한 심리적 장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코헛의 심리학은 급변하는 한국교회의 토양 속에 더욱 연구되어지고 활용되어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