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은 꽃이 가득한 섬이 아니라 섬이 꽃이다.
사방에 펼쳐진 푸른 바다는 꽃잎이 되고, 섬은 꽃망울이 된다.
꽃섬에 가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섬들과 출렁이는 꽃잎들 볼 수 있다.
꽃섬에 가면 모두가 꽃이 된다
우리는 하화도에 들어가서 서른 아홉 송이의 꽃이 되었다.
하화도는 행정 구역상 전남 여수시 화정면에 소속된 부속 도서다.
여수시에서 약 21km 정도 떨어진 구두처럼 생긴 섬이다.
39명의 회원들이 새벽 6시에 전주를 출발하였다.
낭도항에서 09:40에 출항하는 태평양해운에 몸을 실었다.
오늘도 '섬섬옥수'는 나와 동행하였다.
꽃섬에 들어가서 꽃처럼 화사하게 웃어보리라.
낭도항을 떠난지 20여분 만에 하화도의 꽃섬다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듯 그 경관이 실로 장관이다.
2017년 3월, 이 다리가 개통되면서부터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화도를 한 바퀴 도는 꽃섬길은 5.7㎞ 거리에 3시간 정도 걸린다.
선착장→낭끝전망대→시짓골전망대→큰산전망대→꽃섬다리→막산전망대→야생화공원→선착장
낭도선착장에서 30분이면 하화도에 도착한다.
쉼 없이 꽃이 만발한다는 의미로 '꽃화(花)'자가 섬 이름에 들어가 있다.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주황색 지붕은 사철 지지 않는 꽃이다.
선착장 앞에는 '아름다운 꽃섬 하화도'라고 새긴 표지석이 서 있었다.
섬 의 규모에 맞게 좀 더 소박하게 세웠으면 좋았을걸...^^
선착장을 지나 식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낭끝을 향해 올라갔다.
산의 높이라야 118m밖에 되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올랐다.
그다지 높지 않은 구릉지대 아래쪽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지의 섬으로 구두 모양을 하고 있다.
남쪽 해안에는 높은 해식애가 발달되어 있다.
낭끝전망대 직전에 있는 언덕은 유채꽃이 흐드러져 있었다.
섬에 들어와서 인연을 맺은 두 남녀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ㅎㅎ
신부님께서 낭도주조장에서 젖샘막걸리 1박스를 사셨다.
유채꽃밭 앞에서 낭도젖샘막걸리를 마셨다.
안주는 없어도 유채꽃 향기 하나로 충분하였다.
가파른 계단을 한참 내려가면 낭끝전망대가 나타난다.
'낭끝'이란 '벼랑 끝'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7명의 청춘남녀들이 바다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그리운 님을 부르는 것인가?
부질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불러 세우고 있음인가?
유채꽃이 피어있는 절벽 위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도로테아 부회장님이 준비해온 찰밥을 풍성하게 나누어 먹었다,
유채밭 앞에 세워진 빨간색 푯말은 정말 생뚱맞다.
그냥 자연스럽게 놓아두면 될걸...이런 걸 왜 세우는지 모르겠다.
바닷가 언덕에 '화정호'라는 전통배가 복원되어 있었다
그런데 배를 만든 장인이 김용배라는 분이다.
김용배 안토니오 형제님이 이런 기술을 가지고 계신지 미처 몰랐다 ㅋㅋ
식사를 마치고 시짓골전망대로 내려갔다.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급한 경사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야 한다
지도에는 '시짓골'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시집골'이 맞다고 한다
"이쁜 과부가 여그서 갯것을 잡는디, 홀아비 어부가 날을 잡아 보쌈을 해가부렀소."
마을 할머니들은 과부가 시집간 곳이니 시집골이라고 한다
이 구간은 봄철에는 온통 유채꽃 천국이다.
여행객들은 유채꽃밭에 들어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섬, 바다, 그리고 유채꽃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경관을 보여준다.
서해의 작은 섬에서 울었다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는 섬의 마음을 보고 울었다
그 외로움이 바로
그대가 오고 있는 길이라는 걸
그대가 저기 파도로 밀려오고 있는 작은 길이라는 걸
알고 눈이 시리도록 울었다
밀려와 그대 이제 이 섬의 작은 바위가 되어라
떠나지 않는 섬이 되어라 ........................................................................................원재훈 <섬에서 울다> 부분
주말이면 “섬이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몰려와 북적거린다
꽃섬을 접수한 이뿐 꽃들의 몸짓이 아름답다
이 여인들의 마음과 눈빛과 사랑은 이미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동백은 이제 끝물이다
아직도 사랑의 온기는 식지 않았다
그러나 유채꽃의 노란 질투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
큰산전망대는 하화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118m)다.
이곳에 서면 하화도 남쪽 바다와 섬들, 제도, 개도 등이 지척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해안절벽에는 거대한 기암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꽃섬다리 직전에 깻넘전망대에서 쉬어간다.
하화도에는 재미있는 지명이 많다.
깻넘전망대의 ‘깻넘’은 깨를 심었던 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작은 고개다.
이곳에선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꽃섬다리는 막산과 큰산을 이어주는 거대한 출렁다리.
길이 100m, 높이 65m, 폭 1.5m로 하화도의 명물이며 2017년에 개통되었다.
이곳에서는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는 큰굴이 눈에 들어온다
큰굴의 인상은 강렬하고 압도적이다.
높이 수십 미터의 두 수직 절벽 아래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다.
왼편 절벽 아래에는 깊이가 가늠이 안 되는 시커먼 동굴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다.
옛날에 밀수꾼들의 비밀장소로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막산전망대로 가는 길은 폐쇄되었지만 조심조심 다가가 보았다.
‘막산’은 섬 끝부분에 자리한 마지막 산이라는 뜻이다.
막산전망대 서쪽에 거북이 등처럼 납작하게 보이는 작은 바위섬이 ‘장구섬’이다
오래전에 한 가구가 살았다고 하지만 현재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다.
꽃섬은 하나가 아니다.
1km의 거리를 두고 상화, 하화 두 섬이 나란한 형제섬이다.
상화도는 위꽃섬, 하화도는 아래꽃섬이다.
위꽃섬인 상화도가 손에 잡힐듯이 다가온다.
산에서 내려와 마을로 가는 해변길로 들어선다
야생화공원인데 꽃은 없고 오색의 텐트들이 들어섰다.
하화도교회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교회로 올라가는 계단은 노란색과 파란색이 칠해져 있다
교회 안에는 불이 밝혀져 있었는데...누구나 들어오라는 뜻으로 보인다.
마을 가까이에 '꽃섬연구소'란 간판을 단 건물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연구하는지 모르겠다.
선착장 앞에는 <와쏘식당>과 <부녀회식당>이 성업중이었다.
해풍 맞은 부추로 만든 부추전과 서대회 무침이 인기다
우리처럼 많은 인원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그냥 나왔다.
마을 안쪽에 있는 식당에서 서대회무침과 개도막걸리를 샀다.
부녀회식당 바로 뒤에 있는 정자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서대회무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개도막걸리는 너무 달아서 별로였다.
먹걸리를 마시지 않는 팀은 이곳 카페에서 노닥거렸다.
뱃시간이 두 시간 정도 남아서 느긋하게 쉬었다.
오후 4시에 출항하는 백야도행 태평양3호에 탔다.
여객선은 개도와 제도를 거쳐서 약 40분 만에 백야도에 닿았다.
전주로 돌아와서 <우미송>에서 버섯전골을 먹으며 마무리하였다.
첫댓글 파란빛과 노란빛에 취하고 달작지근한 막걸리에 취한 하루였습니다.
하느적 하느적 이렇게 여유있게 걸어본때가 있었나요?~ㅎ
산행기 읽으며 또 한달을 기다려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