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 즉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여행이라고 해서, 내부에선 '인사이트 트립(insight trip)'으로 부른다. 신사유람단처럼 집단적으로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는 관찰 여행인 것이다.
해외의 유명 마케팅 전문회사와 디자인 회사, 방금 지은 건물, 도시개발 현장, 박물관, 갤러리, 콘서트 홀은 물론, 성공한 식당이나 바, 가게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소문난 곳이라면 모두 방문 대상이 된다. 벤치마킹할 요소가 있는 기업도 업종을 불문하고 찾아간다. 정해진 여행 기간에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일정을 분 단위로 짠다. 강행군에 지쳐 몇 사람은 도중에 몸져눕는다고 한다.
작년 말에는 뉴욕 카네기 홀의 구조와 운영 철학을 보고, 요즘 가장 물이 좋다는 뉴욕 뒷골목의 20평짜리 선술집을 찾아갔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는 전시가 끝난 후, 대가들과 따로 만나 '어떻게 독일 바우하우스가 좁은 의미의 예술을 뛰어넘어 건축, 가구, 생활용품까지 아우르는 영향력을 발휘하며 모든 것들의 통합적 상관관계를 만들어 냈는가'를 공부했다. '살림의 여왕'으로 널리 알려진 마사 스튜어트의 뉴욕 사무실과 세계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 유명한 자가트(Zagat)를 방문했을 땐 그 자리에서 공동사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태영 사장은 "이런 방문들을 통해서 세계적으로 재능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방향을 알게 되고 미래의 트렌드를 읽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기업이나 분야의 성공 에센스를 이해하고 그 요소들을 사업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장은 회사 일과 무관해 보여도 평소 많은 것을 광범위하게 보고 알고 있는 회사와 그런 노력이 없는 회사는 매일 닥치는 사업 전개의 창의력의 수준이 다를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정 사장은 강조했다.
인사이트 트립이 주로 마케팅 부문에 치우쳐 있다면, 금융, 조직 운영 등에 관해서는 1년에 몇 건의 세계적인 베스트 케이스를 선정해서 배울 점을 도출한다. 가령, 미국 은행의 콜센터 운영을 파헤치거나 유럽의 카드사 데이터베이스 매니지먼트(DB management)를 케이스 스터디 하는 식이다.
정 사장은 "배워서 꼭 일에 접목하라는 의무감은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 "긴장감 없이 재미있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사이트 트립을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우리가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고,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일도 막을 수 있죠. 도입할 것은 도입하고, 장차 어느 분야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 참고 역할을 하게 됩니다." 현대카드·캐피탈이 '창조기업'으로 불리는 데에는 이런 노력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