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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 기간이지만 특별히 할 일은 없는 그리즐리스의 반시즌을 몇몇 키워드를 중심으로 돌아보고자 합니다. 지난 시즌, 기적같은 컨파진출을 이뤘던것에 대비해보면 현재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면 꼭 그렇게 암담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프시즌
컨파에서 무너진 그리즐리스였지만 향후 전력보강 정도에 따라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시즌 후 그리즐리스의 제 1미션은 드래프트와 감독 재계약 문제였습니다. 드래프트라봤자 1라운드 픽은 진작에 휴스턴을 거쳐 울브스로 넘어가 있던 상태였고 (타빗 이놈....!!!!) 남은거라곤 2라운드 11번픽이 전부였죠. 이걸로 나름 스타성을 지니고 있던 자말 프랭클린을 뽑게 됩니다. 괜찮은 사이즈 (6-5)에 훌륭한 운동능력을 지닌 SG로 그 전 시즌 1라운드 픽으로 뽑아올린 토니 로우튼과도 좋은 단짝이 될 거란 희망을 가지게 했습니다. 게다가 드래프트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압권이었죠. "날 지나 친 팀들을 후회하게 하겠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일각에선 스틸픽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드래프트 픽 행사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날 지나친 팀들 후회할거다~
이 드래프트 날 그리즐리스는 회심의 트레이드를 성공시킵니다. 바로 더렐 아써를 덴버로 보내고 코스타 쿠포스를 받아온 트레이드였죠. 컨파에서 던컨과 스플리터 이 장신 골밑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마크 가솔로 인해 시리즈를 내줘야했던 그리즐리스로썬 정말 좋은 트레이드를 한 셈이었습니다. 최소한 가솔이 쉬는 동안 사이즈에서는 밀리지 않을 수 있게되었으니까요. 서부 3위를 기록했던 덴버의 주전 센터를 가솔 뒤를 봐주게 되었으니 그리즐리스로썬 단박에 약점보강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백업 PG문제를 유럽리그에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장신 PG인 닉 칼라테스를 영입하면서 말끔하게 보완하는 데에도 성공합니다. 여기에 또하나의 쾌거... 바로 예전 그리즐리스의 정신적 지주였던 제리 웨스트가 가장 아끼던 마이크 밀러와 FA계약을 하게 됩니다. 밀러는 이미 멤피스에서는 기부천사로 통할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최고의 평판을 받던 선수였습니다. 여기에 그리즐리스의 약점인 3점 슛을 완전하게 매꿔줄 수 있는 적임자였죠. 비록 계속된 부상으로 기량은 많이 떨어졌지만 그의 슛은 여전하다는 것을 이전 소속팀인 히트를 통해 보여줬기에 외곽슛 부재에 시달리던 그리즐리스로썬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He's Back!!
시즌을 치루는 동안 계속 불거져 나왔던 홀린스 감독과 프론트 진들 간의 결론도 갈라서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감독을 감독이 원해서가 아니라 프론트진이 알아서 내보냈다라 하면 누구도 납득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새 프론트진은 자신들만의 농구 철학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감독으로 홀린스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홀린스 감독이 떠나자 여기 저기서 새 감독 후보들 이름이 거론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죠지 칼도 포함이 되어있었지요. 그러나 결과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상했던대로 예이거 코치였습니다. 예이거는 홀린스 감독을 보좌하면서 60패를 밥먹듯 해 대던 그리즐리스를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하는데 많은 공을 세운 인물이었고 D리그에서도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던 젊은 감독후보였습니다. 홀린스 감독이 떠난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이런 능력있는 젊은 인물이 새 사령탑에 앉았다는 게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죠. 예이거 감독의 존재는 차기 시즌 그리즐리스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습니다.
오른쪽이 새 감독 예이거
드래프트와 간단한 트레이드로 전력보강을 했고 새 우두머리를 선임도 마친 그리즐리스의 남은 미션은 선수 재계약이었습니다. 토니 알렌, 오스틴 데이, 존 루어는 FA가 될 선수들이었고 퀸시 폰덱스터와 제리드 베일리스가 각각 QO와 선수 옵션이 걸려있는 상태였죠. 일단 게이 트레이드의 한 조각이었던 데이는 시즌 후반부터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철저히 배제되며 팀을 떠날게 예상되었습니다. 벤치의 핵이었던 제리드 베일리스는 더 좋은 계약을 찾아 FA로 나설거란 항간의 예상을 따돌리고 저렴한 선수옵션 가격에 재계약을 했습니다. 존 루어도 새 프론트진이 야심차게 데려온 첫 작품이고 비싸지 않은 선수라 연 1M에 2년 재계약을 채결합니다. 이제 남은 건 팀의 핵심 선수가 되어버린 토니 알렌과 가파른 성장곡선을 보여줬던 퀸시 폰덱스터와의 재계약이었습니다. 일단 토니 알렌의 경우 뛰어난 수비력과 에너지 넘치는 베테랑 플레이어로 여기저기서 FA영입의사가 타진되어 왔습니다. 이미 사치세 라인을 건드리고있는 그리즐리스로썬 큰 돈을 쥐어주기가 어렵기에 토니 알렌이 다음 시즌에는 다른 유니폼을 입을거란 예상이 많았었죠. 허나 사치세를 넘지 않는 최대한의 선에서 좋은 계약을 이끌어 냈습니다. (4년 20M) 토니가 이탈하면 전력에 큰 차질을 빚을수도 있던 그리즐리스로썬 큰 고민거리를 해결한 셈이었습니다. 루키계약 선수와의 재계약 마감일 하루 전에는 남은 폰덱스터와의 재계약도 좋은 조건에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오프시즌에 그리즐리스가 가장 잘 한건 바로 이 재계약이었던거죠.
서머리그와 프리시즌
서머리그에서 가장 관심을 불러모은 포인트는 바로 제2의 토니 알렌이 될 자질을 보여줬던 장신 PG 토니 로우튼과 폴 피어스 코스프레 멘트를 날리며 자신감을 보여줬던 자말 프랭클린의 백코트 조합이었습니다. 떠날지도 모르는 베일리스와 공석인 백업 PG를 감안하면 이 둘의 존재는 당장 다가오는 시즌은 물론 먼 미래의 그리즐리스 백코트를 책임져 줄 영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자말 프랭클린은 어깨부상으로 서머리그에 한 경기도 못나서게 되었고 기대를 모았던 토니 로우튼은 얼척없는 플레이를 경기마다 선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활약덕분에(?) 서머리그 후 곧바로 2라운드픽 한장에 필라델피아로 팔려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트레이드 소식을 접하고 길길이 날뛰었죠. 겨우 서머리그에서 삽푼거 가지고 그 전 시즌 사치세 때문에 루디 게이, 웨인 엘링턴, 모리 스페이츠 다 내보낸 뒤 휑해진 벤치를 훌륭하게 매꿔준 그런 선수를 어차피 받지도 못할 2라운드 픽 (55순위 보호죠 ㅡ.ㅡ)에 넘기다니... 결과론적이지만 지금 식서스에서 토니는 미래를 함께 할 그런 선수가 되어있습니다. 프론트진이 바뀌어도 이놈의 구단은 어린 선수 키울줄을 모르네요.
날 내친 곰팅이들 후회할것이여~
프리시즌의 초점은 예이거 감독이 어떤 농구를 장착시켰을까였습니다. 물론 프리시즌이 그 팀의 다가오는 시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순간에서는 시즌에서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나름 관심이 크게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프리시즌 8경기를 치루면서 그 훌륭한 수비력을 단 한순간도 선보이지 않더군요. 오히려 런앤건식 농구가 자주 선보여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실점이 많아졌고 턴오버도 많이났고 가솔과 랜돌프는 많이 뛰지도 않았죠. 설마 이게 예이거가 추구하는 농구?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보다 확실한 시즌 준비를 위한 연막작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연막작전은 아닌게 밝혀졌죠...
새로운 스타일의 그리즐리스
드디어 기대했던 13~14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필요한 선수를 모두 알차게 보강했고 잃은 선수라곤 팀에서 전혀 필요로 하지 않은 인물들 뿐이었습니다. 계약 만료로 잃을뻔한 핵심선수들은 모두 팀 재정에 부담이되지 않는 범위에서 훌륭하게 다 잡아뒀고요, 감독이 바뀌긴 했지만 어차피 홀린스 감독의 농구와 비슷한 농구를 추구하는, 아니 오히려 그 농구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던 감독이었기에 전혀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표면적으로보면 컨파진출팀에서 더 업그레이드 된 상태였죠. 허나 시즌 시작 후 치명적인 차이점이 발생합니다. 바로 농구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거죠.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최대한 공격시간을 다 써가는 등 템포조절을 통해 빠른 농구를 추구하는 현대 농구로 장착된 상대팀들의 리듬을 뺐는... 그런 농구는 완전히 실종되었고 얼토당토않는 얼리오펜스가 성행하기 시작한겁니다.
수비에 특화된 선수들에게 수비에 쓰는 에너지를 줄이고 다들 달리고 던지게 하도록 주문을 하니 그리즐리스 공격은 그야말로 동농 그 자체였습니다. 개인 득점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다보니 이리저리 슛 떠넘기기에 바빴고 가솔과 랜돌프는 픽서고 던져지는 공 바라보며 백코트 하기에만 바빴습니다. 가드들은 빅맨 픽받고 살짝돌파한 다음에 그대로 슛을 던지는 단순하다못해 지루한 패턴의 공격만을 반복했고요. 이러다보니 공격은 쉽게 막히고 오히려 실점이 늘어났습니다. 100점 넘게 실점하는게 다반사였고 그리즐리스 선수들은 턴오버를 양산하기 시작했죠. 랜돌프는 노쇄화된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스탯이 추락했고 가솔은 그 존재감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대체 왜? 라는 의문은 나중에 가서야 어느 정도 풀리게 되었죠. 바로 새 프론트진이 그런 농구를 주문했던 겁니다. 지루하게 보이는 수비농구를 버리고 화끈하게 눈이 즐거우면서도 승리를 챙겨가는 공격농구를 예이거 감독에게 지시했다는 사실이 기자들 분석을 통해 나왔습니다. 결국 홀린스 감독이 팀을 떠난 이유는 바로 이 공격농구로의 전환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얼척없는 공격농구로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홈패배도 툭툭 쌓아갔습니다. 참다못해 랜돌프가 한마디 했죠. 우리가 잘 할수 있는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이죠.
하던대로 하자. 쫌!!
부상
개막전 12연패 달성부터 시작한 이 미친 공격농구는 홈에서 루디 게이가 이끄는 토론토 랩터스에 대패를 당하고나서야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뒤이어지는 캘리포니아 원정에서 드디어 그토록 오매불망 기다렸던(?) 수비농구, 탬포뺐는 농구가 시작된거죠. 레이커스전을 시작으로 새크라멘토에 새감독과 함께 전력보강에 성공한 클리퍼스, 그리고 대대적인 전력보강으로 서부 톱을 노릴정도가 된 골든스테이트까지... 그리즐리스를 지난 시즌 컨파진출의 쾌거를 이루게 한 그 강력한 수비농구가 살아나며 4승을 쓸어담게 됩니다. 시즌 초는 잊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그리즐리스 본연의 모습을 기대하며 한껏 부풀어있을 그 시점... 애석하게도 그 때까지가 이번시즌 그리즐리스 풀전력을 보았던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4연전 원정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그리즐리스는 다음 경기를 홈에서 샌안토니오와 치루게 됩니다만 이 경기에서 마크 가솔이 상대 선수와의 자리다툼과정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고 맙니다. 얼핏 보기에 큰 부상이 아닌것 같았지만 놀랍게도 경기 후 내려진 진단에서 무릎인대부상으로 인한 6주 결장이 내려집니다. 이제사 돌아온 그리즐리스 수비 농구의 핵이었던 가솔이 빠지게 된거죠. 가솔을 필두로 거짓말처럼 한 두 선수씩 부상을 당하며 결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랜돌프는, 발가락 부상으로 에드 데이비스는 발목 부상으로, 토니 알렌은 손가락 부상으로, 콘리는 어깨 부상으로... 이들이 돌아가며 빠지는 동안 그리즐리스는 놀라운 속도로 홈경기 패배를 쌓기시작, 급기야 5할 이상 팀 중 가장먼저 홈 경기 두자리 수 패배를 기록하는 진기명기를 연출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에 그리즐리스 최고의 3점슈터인 폰덱스터의 시즌 아웃 판정까지 내려지면서 그리즐리스 부상 악령은 그 절정에 달하게 되지요. 현재까지 그리즐리스에서 전경기 출장을 달성하고 있는 선수는 마이크 밀러가 유일합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던 33세 노장이 팀내 유일한 전경기 출전자라니... 올 시즌 그리즐리스의 핵심 키워드는 부상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죠.
앜! 내 무릎....
모두들 건강했던 시즌 초에는 눈뜨고는 못봐줄 공격농구로 시망경기력을, 정신차리고 옛날 농구로 돌아간 후에는 선수들의 부상으로인한 전력이탈을 선보였던 그리즐리스는 10~11시즌 이후 처음으로 5할 미만 승률을 기록하는 촌극을 연출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대부분 경기를 홈에서 치뤘기에 타격이 너무나 컸죠. 저 멤버를 데리고도 채드 포드의 탱킹리스트에 올라갈 정도로 조롱과 수모를 당해야 했습니다.
멤피스? 시골 깡촌팀이 무슨... 너네도 탱킹이나 해라 ㅋㅋㅋ
새 곰돌이 식구 그리고 반전
이렇게 늘어가는 패배와 떨어지는 성적에 대책은 세워야 할 판이었습니다. 일단 시즌 아웃이 된 폰덱스터의 대체자를 찾는게 급선무였습니다. 벤치에서 3번 역할을 맡아줄 선수를 D리그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당당한 1라운드 출신이었으나 부실한 멘탈로 급기야 D리그까지 떨어져버린 제임스 존슨이었죠. 존슨은 09년 1라운드 16번픽으로 시카고에 뽑혔습니다. 튼실한 덩치와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대학 때 한끗발 날리던 선수였으나 동 포지션에 루올 뎅이라는 부동의 주전 SF가 있었기에 돌아오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3년차에 토론토로 트레이드 되었고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주전 SF로 뛰기 시작한 존슨은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 이듬해 트리아노 감독과의 불화로 쫒겨나다시피 킹스로 트레이드 됩니다. 킹스에서는 존슨을 따로 쓸 계획이 없던 관계로 그대로 FA로 푼 뒤 그 어느팀도 이 선수를 찾으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선수를 백업 SF를 잃은 그리즐리스가 냉큼 건져올린거였죠.
그리즐리스 상반기 MVP!!!
존슨이 뛰기 시작하면서부터 벤치 타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과감하게 혼자 들이대서 득점도 하고 공격활로를 찾아서 어시스트도 넣어주고 시원시원하게 상대팀 슛을 블락하는 팔방미인이 등장한 겁니다. 벤치타임만 되었다하면 서로 눈치보며 공돌리기 바쁜 답답한 상황에서 눈이 정화되는 장면을 보게 된 거죠. 실제로 존슨이 뛰기 시작하면서 주전과 벤치간의 간극보완이 어느 정도 되었고 이 결과로 5할 승률 달성까지 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존슨의 PER수치는 23을 찍었는데 이는 그리즐리스 선수 중 최고 수치였습니다. 그의 벤치에서의 활약은 결코 팀빨이 아니었다는 방증이었죠. 존슨은 이후로 점점 출전시간을 늘려가면서 팀의 식스맨 역할을 하게되었습니다. 경기마다 선보이는 그의 다이나믹함은 지루한 그리즐리스 농구에 재미를 불어넣는 큰 요인이었고 그 결과 '벤치타임의 르브론'이라는 별명을 현지에서 얻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리즐리스 선수 중 유일하게 큰 덩치와 뛰어난 돌파력을 갖췄기 때문이죠. 그의 활약의 정점은 올스타 브레이크 바로 전에 있던 캐벌리어스와의 경기였습니다. 경기는 연장접전에서 패했지만 사실 4쿼터 후반에 마무리가 되었을 경기였었죠. 3분전까지 10점 이상 뒤져있던 그리즐리스는 존슨이 투입되어 연속 10점을 기록하면서 경기를 역전하기에 이릅니다.
존슨외에도 트레이드로 영입된 코트니 리의 활약도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시즌 벤치 에이스역할을 해줬던 베일리스가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프론트 진은 보스턴의 코트니 리와의 트레이드를 감행합니다. 사실 1:1 트레이드가 아닌 각각 개별로 진행된 트레이드였죠. 먼저 멤피스가 루디 게이의 TE를 이용해서 코트니리를 데려오고 여기서 생겨난 셀러리 여유로 보스턴은 제리드 베일리스를 받은겁니다. 3년 계약이 남아서 처치곤란에 빠져있는 선수를 TE로 데려오면서 픽 하나 못뜯어내는 ㅄ같은 협상력에 치를 떨었지만 일단 코트니 리의 영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이 길어지던 토니 알렌의 주전 SG 자리를 매꾸면서 가드치고는 엄청난 슛 성공률(50%)을 자랑하던 코트니 리는 멤피스 이적 후 평득 14득점을 올리면서 답답한 그리즐리스 공격에 물꼬를 틔여줬습니다. 콘리 외에는 리딩 가드가 없는 그리즐리스에게 코트니 리의 보조리딩 능력은 또 다른 축복이었고요.
나도 껴줘. 상반기 MVP...
존슨과 리의 활약, 그리고 뒤이어진 마크 가솔의 복귀로 인해 그리즐리스는 드디어 지난 시즌 페이스를 되찾았습니다. 1월 총 성적 12승 3패로 주간 파워랭킹 4위까지 올랐고 멀기만해 보였던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8위에도 복귀했었습니다. 비록 그 뒤어 이어지는 연패로 다시 9위로 내려앉았지만 어찌되었던 플레이오프 사정권에는 들어있는 상태입니다. 사실 그 연패가 또 콘리의 부재로 인한 사태였음을 감안하면 모두들 건강하게 돌아올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후반기에 다시한 번 성적 상승을 노려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는 하죠.
후반기 전망
갑작스런 다른 스타일의 농구시도, 그렇게 잘 피해갔던 부상악령의 급습 등 우여곡절 끝에 올스타 브레이크를 보내고 있는 그리즐리스는 현재 29승 23패로 서부 9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일단 일정 측면에서 보면 현재까지 홈경기를 원정에 비해 4경기나 더 치룬 상태라는 점은 불리하긴 하지만 5할 이하팀과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는 점, 그리고 원정경기 성적이 좋다는 것을 감안하면 후반기 일정은 성적 상승에 큰 장애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 이상 부상으로 인한 주요 선수들 이탈이 없다는 가정하에). 다만 문제는 지금 현 로스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냐는 점인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리즐리스가 주전 SF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를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그리즐리스 포지션 중 최대 약점은 타이션 프린스가 있는 SF죠. 예의 뛰어난 수비력도 실종된데다 이번 시즌에는 보조 리딩마저도 잘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슛성공률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죠. 막말로 프린스가 일정정도의 득점만 보장해 줄 정도의 공격력을 갖췄다면 지금 그리즐리스의 위치는 더 높은 곳에 있었을겁니다. 일단 슛이 없는 프린스는 상대편에서 수비시 버려두고 주 공격루트인 골밑 헬핑수비를 강화합니다. 이러면 랜돌프의 공격 부담은 증가하게되죠. 그렇다고 딱히 2옵션이라 할 선수도 없고, 콘리도 돌파를 통한 수비붕괴후 오픈찬스 난 선수를 찾아서 패스하면 받는 선수가 프린스라 콘리도 무조건 슛을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부상중인데 공격 1옵션까지....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프린스가 이번 시즌 들어 두자리 득점한 경기가 모두 9회 입니다. 이 9번 경기 전적은 6승 3패였는데 이 중 2패가 가솔이 부상으로 아웃된 상황이었습니다. 즉 그리즐리스가 풀 전력이고 이와중에 프린스가 두자리 득점만 해 주면 팀 승리는 보장되는거나 다름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는거죠. 이래서 팀프론트가 어떻게 해서든 주전 SF를 보강하려고 하는걸로 보입니다. 트레이드에 성공할 지는 모르지만 혹시라도 성공해서 2자리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들어온다면 그리즐리스 성적은 급상승할걸로 예상합니다만 한 가지, 아마도 제임스 존슨의 단비같은 활약은 더 이상 못볼 수도 있을겁니다.
또 하나 착안해야 할 점은 그리즐리스의 두 기둥 빅맨입니다. 랜돌프와 가솔... 일단 랜돌프는 지난 시즌에 비해 스탯이 올라갔고 실제로도 그 활약이 팀 성적에도 잘 반영되고 있습니다. 헌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몹시 걸리는게 있는데, 바로 오펜리바 수치입니다. 랜돌프는 그리즐리스로 온 이후 계속해서 평균 4개 이상의 오펜리바를 기록했습니다. 헌데 이번 시즌에는 3개를 간신히 넘는 수치죠. 겨우 1개차이인데 뭘 그러냐...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단순히 평균 1개가 떨어졌다는거 외에도 저 3개를 간신히 넘는 오펜리바 수치 중 대부분이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오펜리바 잡은 뒤 스틸당하거나 블락당하거나 아니면 밖으로 빼주거나... 이런 경우가 많다는거죠. 이래서 채감상으로는 오펜리바 위력이 절반으로 줄어버린것 같습니다. 랜돌프의 가공할만한 오펜리바능력은 그리즐리스의 또다른 리셀웨폰인데, 지금 이 리셀웨폰의 성능이 심각할정도로 마모되어버린겁니다.
랜돌프도 그렇지만 마크 가솔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물론 부상여파가 있고 아직까지 몸상태가 100%는 아니기 때문에 이해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각종 수치를 보면 그 이해의 아량을 넘기게 됩니다. 일단 득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에서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야투율은 가드 수준으로 떨어졌고요, 리바운드는 7개를 못잡고 있습니다. 블락수치도 루키시즌 수준으로 하락했죠. 가장 눈에 띄는건 랜돌프와의 하이앤 로우 게임이 거의 없어졌다는 겁니다. 가솔에게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는 시간보다 오히려 콘리가 혼자 공들고 돌파해서 마무리하는 회수가 굉장히 늘었죠. 가뜩이나 위에서 지적한 오펜리바 문제로 인해 랜돌프가 골밑으로 들어오는 회수가 많이 줄은데다 가솔의 컨트롤 타워역할도 미미해지니 그리즐리스 최고 강점인 안정적인 골밑 득점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공격 1옵션이 콘리에게 가면서 그의 부상도 이젠 또하나의 불안요소가 되어버렸습니다. 백업 PG가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단순한 불안요소가 아닌 한 시즌의 운명을 결정지을 요소가 될 지도 모릅니다.
대충 반시즌 정리를 해 봤는데 낙관적인 면도 있는 반면 불안한 요소도 상당히 많습니다.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도 좋고 일정관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아무래도 숱하게 당했던 건강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솔이 또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올랜도 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했죠.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또 어떻게 될 지 모르기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어찌되었든 플옾싸움을 하고는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내서 4연속 플옾진출도 일구고 다음 시즌 재도약을 위한 전기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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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잘봤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후반기 기대합니다!
지보의 폼이 회복되고 있었다고 봤었는데 슈케르님의 지적대로 공리의 관점에서 경기를 복기해보니 예전의 주워먹기 위력이 많이 약해지긴 했네요. 그래도 지금의 지보 모습은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이런 모습까지 감안하여 내년에 싸게 재계약해주면 베리땡큐죠^^
맠가의 폼은 아직까지는 시간을 주고 싶네요. 팀이 플옵권에 간당간당할 정도로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8위 정도(갠적으로 6위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만)만 해서 플옵까지만 몸을 만들어 놓으면 되니까요. 콘리와 폭토는 그저 더이상 부상없이 백코트 수비의 진수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죠(물론 콘리는 올시즌 올스타급의 활약이라 더 보여줘야겠지만^^)
프린스는 저도 노답이네요. 4~5경기 삽질하다가 1~2 경기에서 반짝 활약하는 희망고문만 주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프린스로 업그레이드 된 선수를 받아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그냥 이번시즌까지는 어찌어찌 최대한 잘 활용하고 내년 만기계약때도 헤메면 그제서야 트레이드에 적극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괜히 지금 시기에 트레이드를 시도하면 프린스+@가 될텐데 그 @가 생각보다 치명적일 수도 있다라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네요.
멋진 분석글 잘 봤습니다!
깔끔하고 정성이 들어간 좋은 전반기 분석이네요. 더욱 발전한 모습의 콘리가 부상에 시달리는게 아쉽지만 코트니 리, 제임스 존슨 영입 이후의 기세를 보면 후반기 기대가 됩니다.
와아아 깔끔한 정리글 감사합니다 슈케르님~~
잘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