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9년차’ 김보경(27·요진건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에서 5년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2일 경기도 이천 휘닉스스프링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 김보경은 3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0언더파를 기록, ‘특급 루키’ 김효주(18·롯데)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8년 5월 열린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5년 1개월 만의 우승이다.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의 여정은 매우 험난했다. 김보경은 2009년부터 지난 해까지 준우승 3번, 3위 4번을 차지했지만 우승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연습 그린에서 해가 질 때까지 자리를 지켜 ‘우승없이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에서 그동안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리는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8번홀까지 김효주에 1타 차 공동 2위. 김보경은 9번홀(파4)에서 30cm짜리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10번홀(파4) 2m짜리 버디로 단독 선두. 김효주가 11번홀(파5) 버디로 추격전을 펼쳤지만 14번홀(파3) 버디로 다시 달아났다.
1타 차 단독 선두가 된 김보경은 16번홀(파5)에서는 전략적인 플레이로 버디를 추가했다. 홀까지 90야드를 남겨둔 지점으로 두 번째 샷을 보낸 뒤 웨지 풀스윙으로 세 번째 샷을 홀 70cm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김보경은 “그동안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오늘은 전혀 떨리지 않았고 상대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보경의 우승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캐디로 뒷바라지한 아버지 김정원(57)씨의 헌신이 어우러진 합작품이라 더 빛났다. 아버지 김씨는 2001년 심근경색 수술을 받고 몇 년 전부터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9년째 딸의 캐디백을 메왔다. 김보경은 "우승을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2년 전부터 샷이 안돼 힘들었다. 아빠와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올해부터는 '즐겁게 골프하라'고 말씀하시더라"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모두 푼 것 같다"며 기뻐했다.
우승 상금은 1억 2000만원. 김보경은 10%인 1200만원을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했고 컷을 통과한 선수들도 상금의 10%를 내놨다. 주최사인 E1도 '기부 문화의 확산'이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총상금의 10%인 6000만원을 따로 조성해 장애인 복지 시설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