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패션 시장은 경기 침체 속에 극도의 매출 부진을 겪었다.
아웃도어와 수입브릿지 등 일부 복종을 제외하곤 대부분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으며, 경영난으로 브랜드 중단과 기업인수합병(M&A) 등이 이어졌다.
지난해 ‘갭’에 이어 올해 ‘자라’가 진출, 글로벌 브랜드의 영향력이 확대되기도 했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 위축 패션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들은 올 상반기 내내 고유가와 미국 발 경제 위기에 의한 소비 심리 위축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말 1배럴에 100달러 아래였던 국제 유가는 현재 140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잠그고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들었으며, 의류 구매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특히 경기에 가장 민감한 남성복은 올 들어 백화점 매출이 전년대비 10% 이상 역신장했으며, 여성복 역시 해외 브랜드만 선전했을 뿐 내셔널 브랜드는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1분기 상장 업체 실적을 보면 제일모직과 LG패션, FnC코오롱 등 대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업체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 외형보다 수익성 악화로 더욱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 같은 현상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명언 구미인터내셔날 전무는 “정권 교체 이후 소비 기대 심리는 컸지만 패션 업체들은 유가 인상을 비롯한 대내외적인 악재로 체감 경기가 급락, 대부분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특히 패션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계층, 즉 중상위층 이상의 백화점 소비 고객들이 지갑을 닫아버린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연이은 M&A에 브랜드 중단 기업인수합병과 브랜드 매각 및 중단이 올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지엔코는 지난 4월 교통 시스템 개발업체인 큐로컴에 인수됐다.
지난해 2월 대현에서 분리된 지엔코는 독자 경영 6개월 만인 8월 투자회사인 더블류지에프코리아에 매각된 데 이어 또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 것.
이 회사는 최근 전문경영인에 베비라 대표를 역임한 이현철씨를 영입,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좋은사람들 주병진 회장이 이스트스타어패럴에 경영권을 매각, 화제를 몰고 왔다.
이스트스타어패럴은 이번 인수를 위해 지난달 말 급조된 회사로 알려져 있을 뿐 인수 자금이나 목적 등이 뚜렷하지 않아 좋은사람들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태.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이랜드가 홈에버를 홈플러스에 매각하는 등 크고 작은 M&A가 올 상반기에도 패션 시장을 달구었다.
브랜드 중단도 이어졌다.
여성복 ‘잇셀프바이톰보이’ ‘허스트’, 남성복 ‘버디옴므’, 캐주얼 ‘오앤지’ ‘유씨엘에이’ ‘헌트’ ‘데얼스’ ‘팻독’, 골프웨어 ‘애시워스’, 아웃도어 ‘반도스포츠’, 스포츠 ‘론즈데일’, 아동복 ‘정글루’ ‘발렌’ ‘엔투모’ 등 약 20여개 브랜드가 영업 부진과 부도, 라이센스 계약 종료 등으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한다.
해외 브랜드 영향력 지속 확대 글로벌 브랜드 진출과 해외 브랜드 도입 열풍은 올 상반기 내셔널 브랜드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자라코리아가 롯데 영플라자점과 코엑스몰에 오픈한 ‘자라’ 매장은 지난달 각각 15억원과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초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
특히 롯데 본점 2층에서 영업중인 여성 영캐주얼과 영캐릭터 브랜드들은 ‘자라’ 영업 이후 집객력이 떨어지면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라’는 기 진출한 ‘유니클로’ ‘갭’ 등과 함께 앞으로 본격적인 유통망 확대에 나설 계획으로 있어 전체 패션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대기업과 백화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던 해외 브랜드 도입이 리얼컴퍼니, 인디에프, 성창인터패션 등 패션 전문업체로 확대되고 있고 수입브릿지 브랜드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내셔널 브랜드들의 설자리가 좁아진 것도 올 상반기 패션 시장의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김완수 제일모직 상무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한국 진출은 캐주얼뿐만 아니라 남, 여성복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내 패션 업체의 경우 중가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