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의 이재명'과 싸우는 오늘의 추미애 ◈
분노와 한탄, 거친 폭탄 선언으로 가득한 추미애 경기 지사의
‘전투형 도정(道政)’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렀어요
추 지사는 도대체 누구와 싸우는 건가.
누구에게 화가 났길래 저토록 독기를 뿜어내는가.
그는 선거 승리의 환호 대신 ‘격노’의 심경을 연출하며 임기를 시작했지요
6·3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 워크숍에서 마이크를 잡더니
“마음이 무겁고 캄캄하다”고 했어요
“큰일 났다” “머리가 띵하다”고 하고 “듣다 듣다 처음 듣는 얘기”를
들었다며 비관론을 쏟아냈지요
그가 경기도 보고를 받고는 “왜 재정 파탄을 못 막았냐”며
애꿎은 공무원들을 질타했다는 수원발(發) 보도도 나왔어요
당선자의 여유와는 거리가 멀었지요
추 지사가 “캄캄하다” 한 것은 재정 문제였어요
당선 후 확인해 보니 누적 부채 7조원에다 돈이 없어
구멍 난 사업 예산이 3100억원에 달하더라고 했지요
인수위는 “곳간을 열었더니 빚 문서만 가득했다”고 발표했어요
추 지사는 “학교 급식비조차 펑크 났다”며 재정 위기를 선언했지요
“사실상 부도”란 표현까지 썼어요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의 돌연한 ‘모라토리엄(지급 거부)’ 선언을
연상시키는 파격 행보였지요
‘정치 쇼’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분명해 보였지요
그러나 추 지사는 실명을 지칭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누구를 저격했는지는 명확했지요
경기도 부채의 상당 부분이 이재명 지사 시절이던
2020~21년경 늘었기 때문이지요
이 지사는 코로나 팬데믹 때 ‘재난 기본소득’이란 이름으로
두 차례에 걸쳐 현금 2조7000억원을 뿌렸어요
하위 85%에 한정했던 중앙 정부 지원금엔
자체 예산 3500억원을 더 얹어 전 도민에게 35만원씩 지급했지요
대부분 빚 낸 돈이었어요
이 부채의 거치(据置) 기간이 끝나고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면서
경기도 재정을 압박한 것이었지요
5년 전 이재명 지사는 “초과 세수만으로 재원이 충분하다”고 장담했어요
“걱정 붙들어 매시라”고까지 했지요
그러나 실상은 달랐어요
예산이 모자라 기금에서 빌려다 쓴 사실이 드러났지요
경기도가 쌓아놓은 지역개발기금·재정안정화기금 등에서
약 2조원을 전용해 현금 뿌리는 데 쓴 것이었어요
이 빚은 거치 기간이 2~3년으로 설정돼 이 지사는 재임 중
한 푼도 갚지 않고 임기를 마쳤지요
거액 부채를 넘겨받은 후임 김동연 지사도 씀씀이가 크긴 마찬가지였어요
추 지사가 격노한 경기도 재정 파탄은 두 민주당 전임자 탓이었지요
전임 지사들에게도 계획은 있었을 것이지요
돈 뿌려 경기를 살리면 세수 증가로 돌아온다는
승수(乘數) 효과를 노렸을 터였어요
그러나 기대했던 선순환은 나타나지 않았지요
세입은 주는데 고정 지출만 늘어나 적자가 급증했어요
결국 지난해 약 1조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구멍을 메워야 했지요
이재명 지사 때 빌려 쓴 기금 전용액 2조원의 원리금 상환도 시작됐어요
“도민 부담 증가는 전혀 없다”던 장담은 허언이 돼버렸지요
천하의 싸움꾼 추미애도 차마 이 대통령 이름은 입에 올리지 못했어요
그러면서도 과거의 방만 재정을 비판하는 발언은 멈추지 않았지요
경기도 상황을 “빌린 돈을 생활비로 다 쓴” 가계에 비유하며
‘가불 경제’의 책임자를 겨냥했어요
전임자들이 “전국 평균의 3배”로 불려 놓은
가파른 채무 증가 속도를 한탄했지요
이재명 지사 시절 간판 정책이던 ‘기본소득’과 현금성 복지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했어요
겉으로는 “불합리한 지방세 제도”를 탓했지만
결국 ‘이재명 도정’의 유산과 싸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지요
추 지사에게 저격당한 이재명식(式) 씀씀이는
나라 살림을 맡은 뒤에도 계속되고 있어요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31조원 추경을 편성해 소비 쿠폰부터 뿌렸지요
이란 전쟁이 터지자 고유가 지원금 명목으로 3500만명에게
27조원을 나눠 주었어요
경기도 시절을 연상케 하는 통 큰 지출로
작년 한 해에만 국가 채무를 130조원(11%) 늘려 놓았지요
나라 빚의 엄중함에 비해 이 대통령의 인식은 가볍기만 했어요
그는 국가 부채를 ‘현재와 미래 간 자산 배분’ 정도로 취급했지요
미래 세대 착취라는 빚의 본질은 보려 하지 않았어요
부채 문제를 우려하면 “무식한 소리”라 하고
“긴축 노래 부르는 이상한 분들”이라고 꾸짖었지요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늘자 대통령의 씀씀이는 더욱 커졌어요
초과 세수는 부채 상환에 쓰도록 법에 정해져 있지만,
그는 빚 갚는 것을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반도체 세수 풍년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어요
자기 임기 중엔 펑펑 써도 될지 모르나 부담은 다음 정부에 돌아가지요
이재명 정부는 “새로 빚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어요
그러나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때도 “추가 부담은 없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지요
추 지사가 “캄캄하다”고 한 것처럼,
몇 년 뒤 국정을 물려받을 후임 대통령들도
똑같은 한탄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내일의 추미애’ 들이 나라 곳간을 열어보고
‘어제의 이재명’에게 분노하는 사태가
또다시 반복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수도 있어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건 아닌지
큰일이 아닐수 없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재정상황에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