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액션배우다 (2008) - 다큐멘터리, 액션, 코미디 / 2008.08.28 / 110분 - 정병길 감독 - 권귀덕, 곽진석, 신성일, 전세진, 권문철...
내가 지금껏 만난 독립영화들은 대부분 사전정보 없이 타이틀을 보고 끌려서 보게 된 경우가 많았다. 독립영화를 가장 많이 만나는 인디포럼의 경우에도 선택 기준은 타이틀, 상영 시간, 장르(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플러스 알파) 정도.
하지만 <우린 액션배우다> 소식은 정식 개봉하기 근 반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심심찮게 귀에 들려왔다. 다큐멘터리인데 코미디보다 더 웃기다는 둥, 몸이 가질 못 해 마음만 보내고 귀만 쫑긋 세우고 있던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는 둥. 기대감이 한없이 하늘을 찌르고 올라가 주체할 길이 없었다. - 무엇보다 올해 <쇼킹 패밀리>를 보면서 다큐멘터리에 대한 생각이 좀 변하게 되어 더 기대한 것도 있었다. 올해 인디포럼 국내초청작 중에 하나로 있길래, 잘 됐구나~ 인디포럼 가서 봐야겠다- 하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때맞춰 닥쳐온 갖가지 일들로 올해는 인디포럼에 아예 발도 못 들여놨다.(다시 생각해도 아쉬워 죽겠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정식 개봉한 액션배우들을 만나게 되었다.
별 생각없이 들어간 상상마당 상영시간표에 GV가 있는 걸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 전까지는 CGV 가서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GV 이 두 알파벳을 본 순간 상상마당의 아담한 단관상영관이 머릿속에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영화도 좋겠고, 감독&배우들과의 시간은 금상첨화겠구나~ 하지만 상상마당 홈페이지에서 지정할 수 있는 좌석은 맨 뒷줄 뿐. 맥스무비와 인터파크에 나눠진 좌석에선 좌석 선택이 안 됐다. 결국 상영 전전날 현장판매로 맨 앞줄 좌석을 사러 갔다.
그렇게 해서 본 <우린 액션배우다>
개인적 감상 한마디로 '재밌다'.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내 웃음 소리가 작은 상영관을 메운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섞여드는 기분이 한껏 더 유쾌해졌다.
첫인상이 재미로 시작됐다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진솔함이었다. 다큐멘터리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 이전에 이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진솔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나라 액션영화와 류승완 감독, 정두홍 무술감독에 대해 새로이 생각하게 한 <짝패> 이후로 액션은 감히 가장 좋아하는 장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헐리웃 영화에서 퍼버버벙 터지는 화려한 불꽃과 화염, 대규모 총격씬보단 사람과 사람의 맞부딪칠 때 생성되고 소멸되는 에너지, 그 속의 정서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는 감각이 짜릿했다. - 그런 점에서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정말 좋다. 한 순간 한 순간 전력을 다해 씬을 만들어내는 그들이었기에 그토록 즐겁게 웃으면서도 어느샌가 피부로 와닿아 스며드는 에너지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듯 싶다.
그리고 지중현 무술감독의 이야기. <우린->을 보기 전, 여름 한복판에서 더위를 잊고 본 <놈놈놈>의 마지막 스탭 롤이 다 올라가고 나타난 짧은 추모 문장이 검은 스크린에 하얀 빛으로 빛나던 게 뇌리에서 쉬이 잊혀지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가 만난 정두홍 무술감독이 그를 기억하며 한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슬픔보단 미안함을 느꼈다. 그토록 지금껏 내가 좋아한 영화들이 하나하나 멋지게 만들어지도록 했는데, 이제야 그 노력을 조금이나마 인식하며 엿보게 되다니, 미안해요- 고마워요- 이런 기분. -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록 하나하나 그 이름을 다 머리에 담진 못 하더라도 멋진 영화를 만든 모든 스탭들의 이름이 스크린에 다 올라가 비로소 그 영화의 진정한 The End가 될 때까지 충실히 보는 것이라 다시금 생각한다.
이제는 권귀덕 씨 말고는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그들이지만, 이 영화를 본 이후 그들의 열렬한 팬이 된 나로선 무엇을 하든 그들 모두 액션 연기를 할 때처럼 열심히 살아갈 거라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어시간이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한껏 웃고 떠들면서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건네받은 기분, 딱 그런 영화였다. 올 하반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도 올해 본 영화 베스트 5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다.
더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면서 이런 솔직하고 직선적인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다면 좋겠다.
+ GV 시간. 후훗, 너무 즐거워서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 발이 땅에 안 닿는 양 날아다녔다. 다른 장르라면 배우를 직접 봤다는 게 이 정도로 흥분되거나 하진 않는데 - 오다기리 죠 내한 무대인사 했을 때 확연히 깨달았다 - 다큐멘터리라서 그런가. 영화 속에서 본 이들이 실제로 내 눈 앞에 서 있다는 게 두근두근거렸다. 무엇보다 올초부터 기대치가 하늘 끝 모르고 솟아오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실망하긴 커녕 200% 만족한 덕에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기분이었달까.(웃음)
영화를 본다는 것,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더없이 소중하다. 여름날의 끝을 맞으며, 주말 오후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후훗.
우린 액션배우다 (2008)/다큐멘터리, 액션, 코미디/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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