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문화재 90점이 서울에 도착했다. 이들 문화재는 다음 달 12일 국립박물관에서 개막하는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에 선보이게 된다. 이들 전시품 중에는 왕건상을 비롯하여 북한의 국보 50점과 고려 금속활자 등 준국보 11점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마도 다음 달쯤에는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문화유산들, 아니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을 만나게 될 것이다. 최근 남북 간 사회문화교류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지난 한 해 동안 사회문화 교류를 위해 남북을 왕래한 인원은 1만777명으로 이는 전년도의 3배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1989년부터 남북한 인적접촉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가져왔다. 물론 인적접촉이 증가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사회문화적 통합의 정도를 예단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남북의 경우, 철저한 단절의 분단 역사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인적접촉의 확대는 그 어떤 통합을 위한 제도적 장치보다도 큰 힘을 발휘한다.
문화교류로 동질성 인식 가능
동서독의 통일 과정에서도 ‘상호접근을 통한 변화’를 일관되게 추진함으로써 통일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교류협력은 화해와 신뢰회복이라는 차원에서 그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분단기간동안 왕래와 교류가 지속되었던 독일의 경우와 달리 물리적, 심리적으로 철저하게 단절된 채 다른 방향으로 각각의 사회변화를 경험한 남북주민들에게 있어서 현 단계에서 갖는 교류협력은 상대방을 알고, 이해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4년 7월 조문문제와 동남아탈북자 대량입국 문제로 남북대화가 중단되고 남북 정부간 공식적인 관계가 단절된 기간 동안에도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한 교류가 지속되었으며 이것이 남북간 상호 신뢰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큰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남북간 다양한 경로로 인적 교류들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이중 사회문화교류는 민간이 중심이 된 비정치적 영역으로써 민감한 남북관계 변화의 영향변수를 최소화 하고 교류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특히 문화 교류는 남북한 공유한 전통문화의 코드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남북한 상대방에 대한 동질성을 인식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문화 통합 구체적 성과 도출
물론 각각의 사회의 발전방향이 다르므로 해서 북한의 경우 ‘사회주의 민족문화’라는 북한체제의 이념적 지향이 극대화된 변형과정을 거쳤으며, 남한의 경우도 서구적 근대화를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문화영역도 서구문화의 여향을 받으면서 발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유된 전통문화적 요소는 상당한 정도로 남북 양측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남북한 문화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공통분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교류는 남북 사회의 통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요소들을 보완해줄 문화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문화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은 우리 민족의 지적 문화적 토대를 풍부하게 하고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가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데에서 그 실용주의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교류는 민족동질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동시에 공동의 문화사업을 통해 남북 문화의 장점을 접목시킴으로써 보다 풍부한 민족문화를 생산해낼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이제 남북간 문화교류협력은 상징적인 교류의 단계를 넘어서 문화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성과들을 도출해 내고 있다. <남북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사업이나, 고구려 문화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협조,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한 공동노력 등은 남북한의 문화통합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북한 문화유산의 서울전시는 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남북 문화교류의 수혜자가 되어 우리의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다는 데서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문화교류과정에서 형성된 민족동질성에 대한 자각과 상호신뢰는 온전한 의미에서 체제통합을 이루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 나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최근 확대추세에 있는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협력이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추진될 수 있도록 물적,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