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의 위기에 놓은 유기견들을 데려오는 일은 제게는 늘 있는 일상입니다. 하물며 강릉이나 마산처럼 먼 곳이 아닌 비교적 가까운 동구협에서 데려오는 일은 더욱 더 자주 있는 일이지요.
비록 덩치가 큰 말라뮤트라고는 하지만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주말이고 해서 몸도 마음도 편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동구협을 향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만에 하나 사고가 있을지 몰라서 리버하우스 대모님께 좀 거들어달라고 해서 대모님도 오전에 일찍 동구협에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보호소 철창 안에 있을 때도 덩치가 꽤 크다는 것은 알았는데 정작 밖에 꺼내놓으니 더욱 크더군요. 보호소 공고에는 분명히 50kg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제가 눈으로 보고 리드줄을 잡아보니 50kg는 훨씬 넘어 보였습니다. 뚱땡이 뚱아저씨가 힘에서 압도당할 정도였어요.
동구협 철장에서 꺼낸 말라뮤트 보담이
보담이가 나를 끌고 가는 모습
절차를 밟아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정말 골때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보담이 몸에서 반려동물 등록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견주가 반려동물 등록을 한 아이라는 것이죠.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랬다면 입소하는 날 바로 마이크로칩 리더기로 몸을 스캔해서 찾아내서 견주에게 바로 연락을 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제가 열흘 전에 동구협에 감사단의 일원으로 가지 않았다면, 갔었더라도 말라뮤트 보담이를 그냥 지나쳤다면, 동구협에 보담이의 입양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그러면 보담이는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있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스캔 한 번 안해보고 안락사가 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건 절대 있어서는 안될 실수이죠. 소중한 한 생명의 삶과 죽음이 오고가는 일인데 말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동구협의 책임자에게 정식으로 항의해서 다시는 이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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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등록자에게 연락을 해보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통화 내용이 이 아이를 입양보낸 원 주인이 등록자인데, 입양한 사람이 잃어버리고 찾지를 않았고, 원주인인 등록자가 오후 3시에 온다는 겁니다. 저로서는 허탈한 일이지요.
그래서 다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팅커벨 프로젝트'라는 신뢰할만한 유기동물 구호단체인데, 또 다시 개인 입양을 보내는 것이라면 오히려 위험하니까 우리 단체에서 책임지고 입양을 보내겠다." 는 내용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전화를 받은 등록자인 원주인이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마이크로칩을 제 이름으로 변경하는데 동의를 받고 보담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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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물병원으로 검진을 하러 가는 길에 낯선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등록자인 원주인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분의 첫마디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면목이 없네요. " 라고 하시더군요.
"2012년 12월에 분양받은 아이입니다. 이름은 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3년간 정말 사랑으로 잘 키웠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님이 암에 걸리셔서 병원에 입원해 투병을 해야하는데 이 아이를 함께 돌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말라뮤트 동호회에 제 사정을 얘기하고 그곳을 통해서 입양을 보냈습니다. 입양보내고 몇 번 찾아가보기도 하고 안심하고 지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버렸네요. "
그래서 제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개는 원주인에게서 한 번만 손에 떠나 다른 분에게 넘어가면 유기될 확률이 50%가 증가됩니다. 두 번 다른 사람에게 넘겨지면 99% 유기된다고 봐야합니다. 그리고 그 분이 잘키웠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APMS에 공고된 아이인데 찾으려고 맘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분은 그런 노력을 전혀 안했네요. 입양자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 우리 단체에서 입양을 잘 보내겠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자 변경 요청 전화가 오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만 말씀해주십시오."
라고 하고 전화를 끊고 동물병원으로 계속 가던길을 갔습니다.
1시간쯤 걸려 협력 동물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원장님이 딱 보시더니 "어우.. 얘 이거 50kg은 훌쩍 넘겠는걸요"하고 체중을 먼저 재보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왠걸.. 61.8kg 이었습니다.
동구협 공고의 50kg과 11.8kg이나 차이가 납니다. 보통 보호소에서 살이 빠지는 아이는 있어더 살이 찌는 아이는 드뭅니다. 하물며 이렇게 열흘 사이에 11.8kg이나 찔 수는 없는 일이지요.
대형견용 전자 체중계 위에 올라간 말라뮤트 보담이
61.8kg입니다. 엄청난 덩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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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왈.. "얘는 지금 상태로는 중성화 수술 못합니다. 아마 대학병원에 가서도 못할 겁니다. 무리해서 중성화 수술을 했다가 보호소에서 나오자마자 의료 사고로 죽을 수도 있어요. 체중을 10kg 정도 감량한 후에 가능합니다. "
보통 말라뮤트들이 덩치가 큰데 보담이는 더 덩치가 큰 편입니다. 게다가 비만이어서 현 상태로는 중성화 수술을 하려고 하면 주변에 지방으로 가득차있어서 수술하기가 너무 힘들도 자칫 마취를 잘못했다가 못깨어나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무리해서 중성화 수술을 강행하지 않고 식이 조절을 해가면서 살을 뺀 다음에 추후에 중성화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중성화 수술은 나중에 하게 되더라도 기본 검진(항체가 검사, 심장사상충 검사, 홍역 검사, 파보 검사, 코로나 검사, 혈액검사)을 진행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장님이 채혈하기 위해 주사기를 들었고, 나는 보담이의 목부위를 잡아서 원장님이 채혈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담이가 '으르렁' 신호를 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잠깐 멈춘후 다시 시도를 하니까 이빨을 보이면서 확 물려고 하는 것입니다. 정말 식겁했습니다. 소형견이 물면 아프고 말지만, 이런 덩치의 대형견이 물고 흔들면 뼈가 으스러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장님과 저는 순간 멈칫하고 검진을 보류했습니다. 그 상태로는 사고 위험이 커서 검진을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검진과 접종 정도는 무난히 할 줄 알았던 순둥이로 보인 말라뮤트 보담이가 검진 단계에서도 위협을 느낄 정도의 아이였던 것입니다.
그 때 정말 크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큰 숨을 한 번 내쉬고, 일단 보담이가 낯선 환경에서 긴장하고 경계가 심해서 그럴 수 있으니 좀 편한 환경에서 친해진 후에 오자라고 생각을 하고 이 아이가 맘편안히 뛰어놀 수 있는 장소로 최적의 장소인 애견놀이터 도로시로 향했습니다. 필립아빠에게는 미리 전화를 해서 운동장 하나가 비워졌습니다.
도로시의 푸른 잔디밭과 넓다란 공터를 보더니 보담이가 얼굴 표정이 환하게 피고 좋아하는 것입니다. 긴장하고 목이 몹시 말랐던 보담이는 필립&앙리님이 가져다준 1.8리터짜리 생수 한 통을 그 자리에서 다 마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 통을 갖고 와서 그것도 마져 마셨습니다. 엄청나게 긴장하고 목이 탔던 모양입니다.
보호소에서 10일 동안 갖혀있으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싶더군요. 도로시에서 얼굴이 환하게 핀 보담이의 사진을 잠깐 감상해보세요.
뚱아저씨와 공놀이를 하고 난 후 환하게 웃는 보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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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끝..글이 너무 길어져서 2부는 다시 짬내서 다음에.. ~~~
과연 보담이의 채혈과 검진은 무사히 이뤄졌을까요? 보담이는 그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요?
첫댓글 어머! 너무 궁금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
어여 짬을 내주세요 ~ㅎ
어찌기다린대요 ^^
채혈때도 저렇게 힘든데 안락사로 죽을때 강제로 얼마나 힘들겠어요
동구협에 관심 많았는데 불만 많습니다 저 항의전화도 한적 있습니다
사이트 들어가보면 강아지, 개들 사진상태들도 전반적으로 흐리고
심지어 검은색 아이들은 흐려서 잘 안보이는 애들도 있었고
더 심지어 공고번호 190516-606 190517-010 190517-011 세 아이들은( 아직 안락사전 아이들 같습니다)
길생활을 오래 했는지 털들이 길고 얼굴을 덮었는데
가위로 눈이라도 보이게 사진찍는게 그렇케 어려운가요
얼굴에서 중요한 눈망울도 하나도 안보이는데 어떤 사람이 입양을 하겠어요
아무리 동정심이 많아도 평생 데리고 살 반려견 '얼굴은 보여야 하잖아요"
그외에도 말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넷 기사에도 있었지만 소독도 잘 안해서 파보에 전염되
강아지들이 죽고
저 개인적으로는 몇년전에 입양신청을 했는데도 확인도 않고 죽였더라고요
아무도 입양하지 않을듯한 초라하고 삶에 지쳐보이는 5,6개월 강아지로 기억해요
사진도 정면사진이 아니라 밑에 쳐다보는 사진였어요
그외에도 말들이 많았습니다 매일 생명들을 죽이니 "하나의 생명이 우스워 보이나 봅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안락사 시키는 보호소에서 돈 많이줘도 일 못합니다
" 제가 느낀 동구협은 헛점이 많은 좋은보호소가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보담이의 뒷 소식이 궁금하네요. 우리나라의 동물 복지는 여기저기 손 델데가 참 많죠.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려진 유기견에 관한 부분은 오죽하겠어요.
그래도 팅프의 공식적인, 또 팅프분들의 개인적인 의사표출로 조금이나마 개선 되었으면 하는 마음 입니다.
동구협은 벌써 오래전에 관리소홀과 기본적인 치료조차 하지않아 말이 많았던 곳이예요ㅜㅜ..안락사도 근육이완주사도 생략한다고 하면서요ㅜㅜㅜ 이건 제 의견은 아닙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