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215
범망계본110
동봉
십중대계
09) 진심불수회계瞋心不受悔戒3
보살계를 받고나서 포살하는 불자들은
출가자나 재가자나 귀기울여 들을지니
행여어떤 경우라도 제스스로 성내거나
다른이로 성내게끔 사주하지 말지니라
성을내는 동기거나 성을내는 조건이나
성을내는 방법이나 성을내는 행위들을
어디서나 마구마구 쏟아내지 말것이요
아무때나 느닷없이 일으키지 말지니라
보살행을 닦는이는 일체모든 중생에게
선의뿌리 바탕으로 다투잖게 해야하고
언제든지 자비심과 효순심을 내게하며
바른길로 나아가게 힘써야만 하느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살행을 닦는자가
살아있는 생명에게 악담하고 저주하고
생명없는 집기에게 화를내고 내던지며
주먹질에 발길질에 칼과채찍 몽둥이로
온갖만행 자행하되 거기에서 그치잖고
상대방이 뉘우치며 용서하길 구하여도
갑질하는 그의행이 풀어지지 않는다면
보살계를 받았으나 바라이죄 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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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침과 용서容恕를 생각해봅니다
첫째, 뉘우침懺悔입니다
뉘우칠 참, 뉘우칠 천懺 자와
뉘우칠 회悔 자의 부수는 심방변忄이지요
하여 참회는 마음이 뿌리根줄기幹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깃들지 않은 참회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위의 '뉘우칠 참懺' 자에서 보듯
참懺이란 공간적空間的 뉘우침입니다
심방변忄오른쪽 소릿값인 부추 섬韱 자에
이미 공간의 뜻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부추는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영양이 뛰어난 채소로 부추를 넘을 게 없습니다
부추Allium tuberosum는 수선화과
부추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지요
경상도, 충청도에서는 '정구지'라 하고
충남 사투리로는 '졸' 이라 부릅니다
'솔'이라고도 부르는데 전라도 사투리지요
잎이 가늘고 길며 꽃은 흰색입니다
부추에는 비타민 A와 비타민 C는 물론
단백질, 탄수화물을 비롯하여
칼슘, 철, 인 등이 골고루 포함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몸 속에서 비타민A로 변하는
카로틴carotene도 많이 들어 있지요
특히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열을 내는 부추가 제격인데
이는 부추가 몸의 혈액순환을 돕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정력에 좋기로 소문이 나서
불교계율에서는 금기한 채소이지요
파 마늘 달래 부추 훙거를 오신채라 하는데
다섯 가지 향신료로 꽤 이름이 높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을까요?
‘부추 씻은 첫물은 아들 아닌 신랑만 준다’고요
부추에 담겨있는 성분 가운데
정력을 좋게 하는 게 그냥 하는 말일까요
아니지요, 매운맛 성분인 황화알릴입니다
황화알릴은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알리티아민allithiamin이 되는데
이는 곧 피로회복제로 처방되고 있습니다
알리티아민이 피로를 해소하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했을 때
정력은 자연스레 증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면서 약간 시고 독이 없다
오장五腸을 편안하게 하고
밥통胃stomach의 열기를 없애며
허약한 것을 기워補 주고
허리, 무릎을 덥게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오늘날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부추가 양기를 회복해 주는 까닭에
가령 기운이 없거나 체력이 떨어졌을 때
먹으면 반드시 효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몸이 차서 생기는 요통이나
손발저림手足痲痺
아랫배가 차가운 증상 따위에
약재로 쓰이는 게 다름아닌 부추입니다
부추는 1년 내내 출하出荷되지만
5~6월에 나오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된장국을 끓일 때 부추를 넣으면
부추가 된장의 짠맛을 감소시키고
된장에 부족한 비타민 A·C를 보완하지요
부추를 구입할 때는 색이 뚜렷하고
가급적이면 줄기가 통통하며
몸통의 흰부분이 긴 것을 고릅니다
냄새를 맡았을 때 특유의 향이 좋습니다
아무튼 이와같이 부추 섬韱 자는
부추 구韭 자와 더불어
소릿값 다할 첨㦰 자로 이루어졌습니다
부추 구韭 자는 그림象形문자입니다
다시 보면 부추가 펼쳐진 밭이랑一마다
파랗고 튼실하게 자람을 드러냅니다
게다가 부추는 그냥 한 포기씩 자라지 않고
다발로 뭉텅뭉텅 자라는 게 보입니다
따라서 번뇌가 저 홀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뭉텅이로 다발로 일어나기에 이끌어온 것이지요
참회懺悔라는 쓰임말用語에서
뉘우칠 회悔 자 한 자만으로도 충분한데
누위칠 참懺 자를 가져온 것은
어떤 환경에서나 잘 자라는 부추韱를 통해
때와 장소 가리지않고 일어나는
번뇌를 상징象徵하려 했을지 모릅니다
아무튼 뉘우칠 참懺 자는
밭이랑一에 자라는 번뇌非를 상징하므로
공간적 뉘우침에 다름 아닙니다
이에 비해 뉘우칠 회悔 자는
어느 쪽에서 봐도 시간적 뉘우침입니다
뉘우칠 회悔 자도 마음忄씀이 바탕입니다
부수部首 마음심忄자를 빼고
소릿값에 해당하는 매양 매每 자를 보면
'매양'이란 우리말에 시간성이 담겨있으며
바다 해海 자에서 삼수변氵만 뺀
매每 자에도 시간성이 들어있습니다
어린아기人가 엄마女 젖÷을 먹는 상황이
하루이틀로 끝나지每는 않습니다
적어도 이유기離乳期가 2살 정도까지라면
그 동안은 매일 모유(女+÷=母)를 먹겠지요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 매양 매每 자입니다
아기人가 태어나자마자 두서너살까지
엄마젖母을 먹는 게 매일每같이 이어집니다
이른바《부모은중경》말씀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이유기때까지 먹는 엄마젖 양이
자그마치 여덟 섬 너 말이라 합니다
여덟 섬 너 말이 액체液體일 경우에는
소두小斗가 아닌 대두大斗를 가리키지요
다시 말해서 20리터가 한 말이고
200리터가 곧 한 드럼drum입니다
참회懺悔는 왜 해야 할까요
이른바 '굳음 현상' 때문입니다
흙이 오랜 세월 굳으면 암석巖石이 되지요
그리고 암석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풍화風化되면 모래가 되고 흙이 됩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니까요
이처럼 번뇌의 때垢가 오랫동안 쌓이면서
동시에 딱딱하게 굳어지게 마련입니다
때나 먼지일 때는 쉽게 제거될 수 있지만
일단 암석처럼 굳어지게 되면
쉽게 닦아내고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여 참회는 그때그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참회의 필요성을 얘기한 것이고
참회의 동기는 '잘못 살아옴'입니다
잘못 살았기에 뉘우칠 것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 모든 잘못의 터밑基底에는
반드시 마음의 작용이 있어 왔습니다
따라서 참회는 마음忄떠나 있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공간적으로 가까이서 뉘우치懺고
시간적으로 끊임없이 뉘우치悔는데
단지 화가 너무 난다는 이유理由만으로
상대의 참회를 받아주지 않을 수 있을까요
보살은 사랑과 연민의 대명사입니다
둘째는 용서容恕입니다
상대를 받아들임을 용서容恕라 합니다
'용서容恕(1)forgiveness'는
다른말로 '용서容恕(2)mercy'요
또한 '용서容恕(3)pardon'이기도 합니다
영어에 담겨있는 뜻은 생략하기로 하고
한자 '용서容恕'에 담긴 뜻을 살펴볼까요?
용서는 글자 그대로 '표정容의 동일성恕'입니다
표정이 닮아가고 같아진다는 것은
이미 참회와 함께 용서가 이루어짐이지요
이를테면 잘못을 뉘우치는 자乙의 표정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자甲의 용서의 표정이
동일하게 느껴질 때 같은如 마음心이 됩니다
얼굴 용/받아들일 용容 자를 보면
분명 눈꼬리가 아래로 처져八 있습니다
성난 사람의 치켜뜬 눈꼬리丷가 아닙니다
온화한 표정容은 사람을 편안하게 합니다
이미 용납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였지요
상대를 온전히 너그러히 받아들일容 때
마음心이 상대와 같아如지게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서 용서는
얼굴容 가득 받아들임容이고
용서는 같은如 마음心인 동시에
마음心이 같아如진 상태恕를 가리킵니다
참회는 순수한 우리말로 뉘우침입니다
지난 잘못을 뉘우침이지요
뉘우침은 미연未然의 세계가 아닙니다
이미 일어난 기연旣然의 세계이지요
참회를 풀이할 때 기미旣未를 따집니다
다가올 잘못을 참회함이 참懺이고
지나간 잘못을 참회함이 회悔라고요
어떤 학자들은 반대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일어나지 않은 일을 놓고
참회하는 일은 사실 불필요한 일입니다
하여 뉘우침은 과거를 뉘우침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잘못을 미리 뉘우침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들라면
나는 서슴없이 뉘우침을 들 것입니다
뉘우침에는 눈물이 함께합니다
눈물없는 참회는 보여주기일 뿐입니다
눈물은 인체 속에 자리한 온갖 요소 중에서
가장 값진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못잖은 요소가 또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용서容恕'입니다
용서는 마음이 너그러워진 상태입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훨씬 시원스럽습니다
세상에 너그러운 마음보다 더 값진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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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로 대각사 정기 법회
매월음 초하루~초사흘 10시 화엄신중법회
매월음 보름 오전10시 미타재일 인등법회
매월음 열여드레 10시 지장재일법회
매월음 스무나흘 10시 관음재일법회
매주 금요일 10~14시 대비주 기도
매주 토요일 18~21시 천자문 강좌
2. 곤지암 우리절 법회
매주 일요일 10:30~13:00 일요법회
3. 동봉스님 수요 정기법회 방송 편성시간
■BBS-TV
5월17일(목) 07:40
5월18일(금) 18:30
5월19일(토) 18:30
■BBS-Radio
5월13일(일)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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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부추밭과 나이아가라 폭포/동봉]
05/12/2018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