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0. 토요일
다들 행복한 시간 보내려 노력하는데~
나라고 그냥 방구석에서 조용히 보낼 필요가 있나?
바보냐,
행복 느끼기 경쟁시대에 나혼자 뒤처질순 없다.
친한 형에게 연락하여 가까운 가천면 법전리 성주계곡을 찾아간다.
가깝고 사람도 없는 이 동네는
이 형이 혼자 수시로 드나들며 대동여지도 만들듯 찾아다녔던 곳이다.
음주운전하면 안되니 성주군 숙박지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이용 찾아간다.
여기 가천면은 수량이 깊진 않지만 그래도 몸 하나는 담글수 있는 곳이다.
이 더운 날씨에 반쯤 몸을 담그고, 무상무념으로 자연의 품에 멍하게 빠져있다 보니
시원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 정신 건강까지 상쾌해진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이 얼마나 좋은가
아니, 이 모든게 얼마나 고마운가~!
다만, 이 좋은 곳에
더 많은 지인들과 같이 어울리지 못한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멍하게 한동안 몸을 담그고 있다보니
속세를 벗어났던 생각이 다시 현실로 돌아오며~~ 뭔가 좀 허전하다.
뭐지?
이 원초적 외로움은...
바다가 보고파 그렇게 힘들게 달려가놓고 ~
고작 5분이면 더 이상 좋은게 와닿지 않는 현상과 같다고나 할까?
머시마 둘이 멀뚱멀뚱하게 마주보고 있으니
적막감이 돌며 허전한 것이 쫌 그렇네?ㅋㅋ
시원하긴 한데
뭔가 시려오는 이 감정은... 뭐 이렇노. 쩝.
(마 뭘바라노, 이게 현실인데 ㅎㅎ)
이럴땐 마셔줘야지.
목마와 숙녀가 떠오른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生涯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아.. 그립구나.
어둑어둑 기울어가는 여름철 저녁녘
풀매미소리 서럽게 들리는 숲속식당 한켠에서
매몰차게 물어대는 모기와 함께 넘겨지는 소주 맛은 왜 이리 떫지.
저 두부김치는 왜그리 쓴것인지...
그저 빼앗겨버린 뭔가에 아쉬워하는 못난 동생의 외로움을 위로하려
지난날 옛노래까지 틀어주며 장단맞춰주는 형이 애처롭다.
미안해지구로...
오늘 이날의 모습도 추억으로 남아 어느 술자리에서 회자될테지?
그래, 욕심내지 말고 살자, 이게 인생이니까...
하늘에 떠 있는 저 초승달을 바라보며 형이 갑자기 던지는 말
"나케야~ 세상에서 제일 이쁜 달이 무슨달인지 아니?"
무슨 달인데?
"그믐달."
"그믐달은 참 보기가 힘들거든..."
헉... 대체 뭐지?
가천면 버스정류장에서 8시30분 마지막 버스를 기다려 성주로 나가는데
친구가 창원 출장갔다가 날 보러 온다고 하네?
아, 좋으다. 고맙고...
밤이 깊어가는 맛이랄까?
제대로 된 밤의 맛집은 시골 술집이 아닐까 싶었는데
도시화의 진행으로~ 시골에도 시골같은 술집은 없더라는...ㅋㅋ
그래도 뭐~ 술은 다 기분좋게 만들어주니까
그 다음날인 일요일
밤새 티비로 올림픽 응원한다고 잠을 설쳤다.
늘 혼자 자다가 머시마들이랑 자니 묘하게 낯서네? ㅎㅎ
늦잠 잤다가 일어나 숨은 맛집, 명품할매국수 먹고(국물이 예술이더라는)
구흘계곡 위 수도산 멋진 명소로~!
증산계곡이라는데...
사람을 피하다보니 여기도 사람은 몇 없는데 수량이 깊진 않다.
그래도~ 인어왕자가 되어 즐겁게 즐겁게!!
으하하하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 사진으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