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으로 12월, 전례력으로 대림 3주간이니 2023년도 마무리할 시기이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중국발 전대미문의 코로나 펜데믹 사태로 신앙생활이 크게 위축되고 재정도 덩다라 어려워졌다. 무엇보다도 모이지 못하니 성가대 라는 단체가 존속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2023년 들어서 점차 완화, 해제되므로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에는 거의 모든 성가대가 복원되고 교회음익 합창단들도 정기 연주회를 재개하는 등 회복 조짐이 완연하다. 그러나 3년간의 모라토리움은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했다. 겉으로는 회복되었지만 권투 시합에서 강펀치를 맞고 다운 되었던 선수가 일어선다고 하여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1. 성가대 위상 저하(실력도 저하) 무엇보다도 성가대 재건은 인적 애로를 불러왔다. 성가대가 초토화 된 본당도 많지만 대부분의 성가대는 지휘자와 반주자 그리고 소수의 독창자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 분위기에 맛들인 일부 본당에서는 "성가대 없어도 미사 이상없더라"는 편견으로 성가대를 해체(해산)하기도 하고 지휘자를 해촉하는 등 부작용도 있다. 더러는 성가대 해산하고 전공자 위주로 4중창 성가대 만들기도 한다. 지휘자 입장에서는 저하된 성가대원의 가창력 향상이 과제이다. 예년 같으면 어려운 미사곡이나 모테트에 도전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현상 유지 정도에 그친 성가대도 많다.
2. 지휘자 모집에 성악 전공자 선호 현상 뚜렷 3년간의 모라토리움을 지내면서 지휘자 교체 성가대도 많아졌는데 뚜렷한 변화가 있다. 바로 성가대원들의 선호하는 지휘자가 굳어지고 있다. 즉 전에는 음대 출신이면 전공자라고 하여 일괄 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요즘은 추세가 바뀌고 있다. 음악 전공자 중에서도 성악 전공자를 선호하는 현상이다. 물론 성가대원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전공자이면 다 비슷하고 전례에 익숙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젠 아니다. 성악적으로 지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지휘자 모집할 때 주임 신부께 말씀드려서 성가대에서 1차 자격 검증하고 최종 결정을 주님 신부나 담당 신부께 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구나 지휘자에 대한 월정 사례금이 서울 큰 성당의 경우 100만원 내외에 근접하고 적어도 70만원 내외라서 본당에서 지휘자를 고용인처럼 생각하게 되었고 실제 정식 급여로 세금 계산하는 본당도 늘고 있다. 물론 재정형편이 어려운 서울 이외의 지방 교구에서는 갈 길이 멀다. 성가대장도 지휘자를 선생님으로 보기보다는 '우리가 갑이다' 하는 생각이 만연되고 있다. 즉 성가대(장)의 발언권이 쎄지고 지휘자는 단지 노래를 가르치고 지휘하는 좁은 의미의 지휘자가 되고있다.
3. 성가대원 연령 고령화 가속 그 다음 성가대원 인적 구성의 변화이다. 3년전에 활동하던 대원들을 다시 끌어 모으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3년, 즉 성가대 평균 연령이 세 살 많아진 것이다. 40세 이하 젊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육아, 학교 생활 지도 등으로 성가대 활동이 극히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평균 연령 고령화가 이뤄졌고 반면에 지휘자는 새로 영입하는 지휘자, 반주자는 사람은 오디션을 거치면서 연령이 낮아진다. 결론적으로 성가대원은 매 년 고령화, 지휘자는 젊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비전공, 경력자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4, 남자 대원 감소세. 마의 10명 대 깨기 과제 성가대 구성에서 고령화 이외에 남자 대원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예외가 있겠지만 남자 대원이 10명 넘는 성가대를 올 해 본 적이 없다. 많아야 7~8명 정도이고 5명 이하도 많다. 가히 '마의 10명'이다. 그러니 우렁찬 합창이 이뤄지기 어렵고 진정한 앙상블이 어려운 현실이다.
아래 성가대, 합창단 사진은 2023년 11월18일 서울(서소문 순교 성지)에서 열렸던 성가 페스티발에 출연한 서울관구(서울, 수원, 인천교구 ) 대표 성가대들 출연 모습이다. 성가대원 특히 남성 파트 보강에 최선을 다 했지만 남자 10명 넘는 성가대는 단 하나였다. 새로 창단되는 교회 합창단도 남자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5. 성가대 연습 양상 변화 펜데믹 시대의 영향이 크다. 평일 연습은 아예 없고 주일날 미사(11시)전에 모여 약 1시간 30분 정도 밎춰보고 바로 미사에 임한다. 그 대신 대축일이 임박하면 보충 연습이 필수이기에 간단한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부터 2부 연습을 한다. 이런 형태는 사실 개신교에서는 오래전 부터 일상화된 형태이다. 또한 오프라인 모임이 제한되다보니 SNS(카톡,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한 온라인 연습이 유행처럼 되었다. 지휘자가 각 파트별로 음원과 악보를 구해서 보내주면 각자 들어보고 연습하여 오므로써 예습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앙상블 형성에는 오프라인 연습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가창력 저하로 나타나므로 새 곡, 화답송과 특별 찬미가가 위주로 연습하고 기존 성가집에 있는 곡은 대충 회중 제창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아무려나 시대의 흐름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의 지휘자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환경이다.
6. 화답송 집 발간과 애창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Cafe 전례음악 에서 설문 조사(투표, 2023년 1월 시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가 현직 신부의 곡을 쓰고 있다고 투표했다. 즉 손상오 신부(시편 성가) 23%, 박원주 신부(화답송과 시편 성가) 20%로 사제의 곡이 거의 반인데 여기에 임석수 신부,강수근 신부(국악) 등을 포함하면 한국 가톨릭교회 성가대의 반 이상이 사제가 작곡한 곡을 쓰고 있다. 소수지만 박고영 신부, 윤용선 신부, 김한승 신부 곡도 있다. 꼭 그런것은 아니지만 자가들 교구 사제의 곡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평신도 작곡으로 박현미, 최병철, 고승익, 이대성, 이철수, 박재광, 최정자, 임남훈 수녀 등 악보가 쓰이고 있다. 흔치는 않지만 지휘자 역량에 따라 그레고리오 성가 8선법 악보에 가사를 붙여 자작 곡 형태로 쓰는 사례도 있다. 한국 성가대원의 심성이 아무려나 사제가 쓴 곡이 미사 전례에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기운 듯 하다. 화답송은 미사 전례에서 제1독서 후 부르는 독립적인 중요한 노래이다. 과거에 낭송으로 해설자가 먼저 읽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Cafe 전례음악에서 꾸준히 교육, 주장한 때문인지 주일 교중 미사는 노래로 바친다. 주보에 후렴을 게재하고 회중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좋은 현상이다.
7. 새 가톨릭성가집은 언제 나오나?
2005년 주교회의에서는 새 전례성가집 발간과 성음악 지침 제정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몇 몇 교회음악 전공 사제 중심으로 '전례음악인 모임(초대 총무 김종수 신부)'을 결성하고 이듬해인 2006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 성음악 분과위원회가 구성된 바 있다. 8명의 음악 관련 신부, 수녀와 유일한 평신도 1명(김건정)이 위촉되었다. 그 후 위원이 보강되고 평신도 위원 수가 늘어나고 성음악 소위원회로 발전하며 주로 '선곡' 작업 위주로 진행되었으나 장익 주교님 의견에 따라 고유문 전례성가(입당송, 화답송, 영성체송)등이 꼭 들어가야한다는 논리가 자리를 잡았고 편집 방향에 큰 틀이 바뀌게 되었지만 2014년 2월5일 전례위원회 성음악 소위원회가 1차 임무 마치고 사무처(성음악 편찬 위원회)로 후속 업무가 이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복잡했던 저작권 문제 해결하고 편곡 등 업무로 마무리되었지만 '새 성가집 발간'은 아직 빛이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저히 함구 하여 어떤 소식도 나오지 않고 있다. 2023년 대림 이전에 출간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였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내년 주교회의(내년 봄 춘계 또는 가을 추계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다. 3가지 성가집을 혼용하는 혼란과 애로는 그래서 좀 더 지속될 것 같다.
2024년도에는 새 성가집이 나오고 모든 성가대가 발전을 넘어 도약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Soli Deo Gloria~
Cafe 전례음악 Since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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