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는 잘 사용하면 약이요 잘못 사용하면 독이라는 표현이 오늘만큼 그대로 적용되는 날도 드물 것 같다. 화야산방이라는 곳에서 나무를 돌보는 부업을 가진 나는 일기예보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일기예보는 특히 농사를 짓거나 특정 이벤트를 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하늘이 하는 일인데 인간이 어떻게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일기예보로 여러가지 불편한 일을 겪으면 뭐라할까 요상한 사기에 당한 그런 기분이라 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일기예보에 의존하면 상당히 멍청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일기예보할 때 등장하는 기상청 예보관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일부 지역에서는 일부 눈을 목격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보지 못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전 10시까지는 서울의 경우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눈이 올 것이고 그 양도 시간당 0.5cm~1cm 정도일 것이라 예보됐었다. 그 예보는 빗나가고 말았다. 눈이 사라진 것이다.
오늘이 바로 그랬다. 얼마전 정말 오랫만에 미국에서 친구부부가 한국을 찾았었다. 그리고 오늘 출국하는 날이다. 어제 예보를 보니 오늘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서울에 눈이 온다고 한다.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지만 서울에 눈이 올 때 일어나는 그 지옥같은 교통을 직감해 친구에게 대중교통을 타고 가라고 권했다. 친구가 짐이 많아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눈때문에 교통이 막혀 비행기를 놓칠 수 있고 자칫 차 사고로 여러가지 좋지 못할 일들을 미리 생각해 그렇게 권했다. 물론 친구는 그렇게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친구에게 미안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한국 사정에 익숙치 않은 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너무 죄송한 마음이다.
오늘 첫눈이 오면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존재한다. 사람들에게 첫눈이 갖는 의미는 색다르기 때문이다. 첫눈이 오면 어느 장소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곳곳에 위치한다. 그들은 첫눈이 오기를 학수고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을 기대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 눈이 사라져 버렸다. 한순간 눈 예보가 아닌 상당히 오랜시간의 눈예보였기에 믿었을 것이다. 그런 기대와 기다림이 사라져 버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눈때문이다.
라디오를 듣는데 첫눈관련 노래가 이어진다. 아마도 그 프로그램 작가는 오늘 눈이 온다는 예보에 곡명 선택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라진 눈때문에 공허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말았다. 일기예보를 알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일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하지만 하늘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맞추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른바 슈퍼 컴퓨터라는 엄청난 가격의 기계를 도입해 놓고 그 기계가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보가 생기게 된다. 그 메시지를 파악하고 읽지 못하는 기상청 직원들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다. 다른 날도 아니고 첫눈이 내린다는 날에 이런 오보는 정말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니 육두문자가 쏟아지게 한다. 그 누구는 특정 장소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을 것이고 그 요상한 일기예보로 평생의 인연이 사라질 수도 있다.
나는 그 요상한 일기예보탓에 정말 오랫만에 만난 친구를 제대로 배웅하지 못했다. 이제 기상청의 일기예보 믿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예측 적중률이 얼마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중요한 날에 어긋나면 그것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불편한 일기예보, 믿지 못할 일기예보가 또 되고 말았다.
2023년 11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