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1박2일 - 후기
서울에 다녀오고 어쩌고 며칠 동안 술렁술렁 지나다가 지금쯤 합천 여행 수기 같은 것 한두편 올라왔겠거니 들어 왔는디 어라 참으로 조용한 것이 적막강산이라, 후기 한편 없다면 합천이 섭섭하제... 하야 도리없이 제일 쫄병인 내가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몸으로 때운다는게 뭐당가? 뭐긴 뭐겠어, 문장은 졸렬한께 질보다 양으로 때운다는 얘기지.
자고로
‘후기 같은 글은 자밋게 써야 하느니라.’
자밋는 글, 해학과 골계의 대가이신 雨荷 박문하선생께서 말씀하얏으니 그 말씀 받들어 서 지도 쪼메 재밋시리 써 볼랍니다.
참고로 우하선생님으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向波, 樂山, 巢雲, 靑馬 등과 절친이셨고 부산의 여성 독립운동의 대명사이신 박차정여사의 오빠였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다 아시리. (과문한 저 같은 사람만 빼고)
우하선생, 또 말씀하시길 ‘재밋을라모 검은등뻐꾸기처럼 ‘홀딱벗고 홀딱벗고’ 써야 되는 기라.’
보소 하빈샘, 진짜로 우하샘이 그런말 했능교? 아따 못믿겠으면 우하샘한테 물어보시구랴. 얼레 지하에 계신분한테 어째 물어 본다냐? 우하샘 또 말씀하시기를 이 세상에 재미없는 글은 글이 아니라 했당게. 하빈샘, 그리 안봤더니 뻥이 튀밥기계보다 더 세구마. 그게 아니라니께, 저어기 물건너 쇼펜하우어샘도 말씀하시길 ‘세상에 내로라하는 글쟁이들의 재미없고 따분하고 심각한 글들을 죽자사자 읽다보니 자기가 염세주의 철학자가 됐다고 했당게. 진짜로? 쇼펜하우어가? 아따 속고만 살았남.
이왕 내친김에 우하샘의 ‘홀딱벗고’ 쓴 수필 한토막을 옮겨보는디.
우리속담에 ‘봄은 여자 가을은 남자’라는 말이 있다.
가을철을 가리켜 천고마비지절이라고 하는데 실은 이의 본뜻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이 아니고 말같은 남자들의 그것이 살쪄서 하늘 높이 솟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을날에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노총각 한사람이 들판에서 추수일을 하다가 잠깐 동안 일손을 쉬고 점심시간 한때를 혼자서 즐기고 있었다.
아직도 장가를 들지 못한 그에게 단 한가지의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밖에 없었다.
이 괴상망측한 광경을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보았다. 총각놈이 고기뭉치를 손에 쥐고서는 보였다 숨겻다 보였다 숨겻다 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을 오해한 까마귀가 생각하기를 ‘저 총각놈이 필시 고깃덩어리 한 개를 가지고 나를 놀리는 것이 분명하구나, 어디 두고 보자.’
까마귀는 마음을 다져먹고 온 힘을 날개에 모아 전속력으로 날아내려 그 큰 부리로 총각의 손에 쥔 고기덩어리를 힘껏 쪼았다. 불의에 습격을 받은 총각의 그것은 유혈이 낭자하였다.
집에 돌아온 머슴의 이 모습을 본 안주인은 ‘이 미련한 놈이 그 귀한 것을 까마귀 밥이 되게 하다니, 아깝고도 원통하구나.’ 하면서 못내 아쉬워 햇었다고 한다. 이러한 고사로 연유해서 총각들의 그러한 독락행위를 가리켜 농조(籠鳥)라고 일컬게 되었다고 한다.
위의 얘기를 아주 유식하게는 hand play, 쪼메 유식하게는 수음(手淫), 뭐 요따위로 말하는 행위인디. 순진한 여성들은 뭔 얘기랑가 할 거이고 아니 안 순진한 여성도 짐짓 뭔 얘긴지 모르겠당게 할 거이지만 아따 뭐 다 아시면서...
하빈샘, 양으로 때운다더니 서론부터가 참말로 길고 요상하요잉. 본론은 언게 들어 갈랑가? 사람 인내심 시험허는 것도 아니고, 내사마 확 나가뿔까. 알았당게 지금 시작한당게.
본래 자밋는 얘기는 무식하게 써야 하는기라. 이제 하빈의 무식한 막필이 시작되는 디.
- 한양프라자 앞 -
요놈의 날씨가 내 부푼 맴이 샘이 났던지 궂은비가 오락가락. 짠돌이 하빈, 큰맘 먹고 떡 택시를 타고 한얀프라자 앞에 내리는 디, 어메 언제 소인을 보셨는지 이순녕샘께서 얼른 달려나와 제 가방을 들어주시는게 아닌감. 고맙고 죄송해서 햇병아리 하빈, 가슴이 벌렁벌렁, 이순녕샘은 천강문학상 수상자에 북구 의회 위원님이신대다 문학의 경력으로 봐도 까마득한 대선배 아니든가 (순녕샘, 와 이라능교, 순녕샘 같이 대단한 분이 햇병아리인 저에게 그러시면 괜히 제 목에 힘들어 간당께요.) 그리고 줄줄이 기라성 같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악수는 이번 여행이 행복 할 것이라고 도장을 꽉꽉 찍어 주는 느낌이라 황감한 중에서도 어느새 내가 중병아리가 된 기분.
- 버스 안 -
여기저기 노변정담, 아니 차심정담이 오고가는 디, 내 뒷자석의 어느 여성샘의 목소리가 유독 부드럽고 정겹게 들리는 거이 이혜인 수녀님 목소리 같기도 하고 박경리 선생님 목소리 같기도 헌데... 나중에 알고보니 손수자샘이셨당게. 손수자샘, 글도 잘 쓰시면서 목소리까지 고로콤 매력있으면 다른 샘들 샘낸당께요.
그렇게 약간은 들뜬 분위기 속에 김승태 사무국장님이 아주 자밋는 프로그람(이번 여행의 최고 히트상품이지 싶소.) 하나를 던져 주시는디, 이름하야 <마니또 정하기>.
김승태 사무국장님, 아마도 신끼가 있는가베. 어떻게 남녀 비율이 16:16, 딱 맞아 떨어질줄 우째 알고 이런 놀이를 준비했당가. 시상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카드이 아따 합천기행 모든 주제는 마니또로 통한당게. 융화, 하합, 대화, 놀이 등, 요것의 기능이 한두가지가 아니드라 말이시.
내 차례가 되어 쪽지 하나를 뽑아서 살며시 펴 보는디, 우메 우째 이런일이... 박 선 미 라고 쓰인 세 글자가 날 보고 살포시 웃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알고 있는 박선미샘의 프로필은 재색겸비한 재원이 아니던가. 그 분이 내 마니또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로또 당첨이 된 기분이라.
제비뽑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디, 나는 일찍이 어디에 당첨되는 행운 같은 것 하고는 거리가 멀었는기라. 그래서 복권 같은 것이나 뭐시냐 그 행운권 같은 것도 나하고는 영 인연이 없었는 기라. 그러나 아동문학을 시작하고는 내 운수의 날씨는 대통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제나 ‘맑음’이었당게. 운수란 것도 그 사람의 심리상태나 기운 같은 것에 영향을 받는 거인지 웃고 사니까 자꾸 웃을 일이 생기더랑께.
자고로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는 법인디 요즘은 자기 PR 시대라나 뭐라나. 햇병아리 하빈, 그소릴 핑계삼아 은근히 지 자랑을 펼치는디, 참말로 가관이라. 아동 문학을 시작하자마자 국제지구사랑 공모전에서 동화로 은상을 받드니 이번에는 장애인에 한정된 것이지만 동시로 대상을 받았으니 아동 문학을 하고부터 늘 웃고 사는 날 보고 그놈에 행운이란 놈도 얼레 저사람도 우리하고 동족인가베 하면서 나를 찾아 왔는지 흐흐흐. 그란디 상을 받고보니 상도 상이려니와 축하를 받으면서 선배 여러분의 면면을 좀 더 빨리 익힐 수 있다는 점이 더 즐겁더라고.. 그런 관점에서 이번 여행은 남자한테 딱, 아니 하빈이 한테 딱이더라랑께.
- 세미나 장 -
내로라하는 대 선배님들이 명성에 걸맞게 내용이나 말씀이 그야말로 금과옥조라. 내가 느낀 결론은 한분의 선각자의 삶이 얼마나 큰 후광으로 후생들에게 빛이 되고 등불이 되는지, 참으로 의미있게 새기는 계기가 되었는기라. 곧 향파 어린이 문학관이 문을 활짝 열면 우리 아동문학하는 샘들의 얼굴에는 꽃이 피리, 합천과 울산과 부산, 그리고 경남이 하나로 어울려 “우리는 갱상도 문디 아이가, 어여쁘고 향기로운 문디인기라.”
그중에 병아리 문디 하빈은 친애하는 마니또 박선미샘과 한무대에 올라 입맞춰 노래하는, 참말로 진짜로 황홀한 순간을 만났으니 ‘부산아동문인협회’ 만세 만만세. 햇병아리 하빈, 깃털도 나지않은 날개로 창공을 훨훨 날았는기라.
- 여명의 합천호 -
오! 신이시여, 인간을 대표하여 고하나이다. 우리는 젔나이다. 당신 아니면 누가 이 거룩한 풍경을 만들어 내겠나이까. 이 세상 어떤 선필이 있어 이 형언할 수 없는 환상을 그려 내겠나이까. 이 장면 하나로 소생 이번 합천행은 행운이요, 축복이었나이다. 이 엄연한 자연의 경이 앞에서 설레발 하빈도 경건해 지나이다.
그러나 이일을 어이할꼬. 한동안 우리의 넋을 빼 놓던 저 선경이, 저 물안개가 이 곳 주민들에겐 고통의 원흉이라니, 이 아이러니를 어이할꼬. 일상이 되어버린 운무는 농사는 물론 사람들의 생체리듬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이 곳 주민들에겐 벙어리 냉가슴이라니 이일을 어이할꼬. 사물의 뒷면까지 관조해야하는 우리 글쟁이들에게 꼭 이런 숙제를 주어야 하나이까? 그러느니라,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니라, 보이지 않는 곳의 진실이 바로 너희가 보아야할 눈이니라. - 아멘 -
- 천년 축전 -
위대한 조상에게 경배하라. 세상의 불가사의 중에 이 얼마나 위대한 불가사의냐. 세상을 향해 ‘보라, 너희는 여기서 무엇을 보았느냐.’ 자부심으로 가슴 벅차 오르는 문화유산이 아니더냐. 그러나 행사장을 둘러보는 내내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지.’ 다.
이 좁은 공간에 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여 뭘 보여주겠다는 건지. 밀려가고 밀려가다보니 출구앞에 내가 서 있도다. 말 그대로 주마간산이라.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위대한 조상의 슬기를 느끼며 세상을 구제하려는 팔만 장경의 의미를 새기리오.
전시장보다 먹고 즐기는 데가 더 넓고 많으니 보이소 마, 합천에 높은 양반요. 속보입니데이, 이름이 부끄러워 질라 안캅니까. 그러나 문헌에서나 보던 제조과정을 미니추어나마 입체로 본께 안본거 보다는 낫다는 자위나 해 볼 밖에.
- 홍류동 계곡 -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이 모든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하여 <소리길>이라 했겠다. 어디 한번 들어보자. 그러나 들리느니 인간들의 수다 뿐.
저 바위가, 저 나무가, 저 흐르는 물이, 저 과묵한 산이 고매한 언어로 거룩한 말씀을 풀어내시건만 우매한 인간들은 지 보고싶은 것, 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고나.
골짝을 흐르는 물소리는 바위가 제 살 깎인다는 신음소리, 울긋불긋 나뭇잎은 여름내내 태양과 맞짱 뜨느라 만신창이가 된 잡목들의 누의가 아니던가. 이 아름다운 추정을 두고 삐딱한 하빈은 개똥철학이나 하고 있고나. 그래도 결론은 ‘역시 자연은 고요와 벗해야 제격이라.’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하빈 요로마 재밋게 쓴다고 잔뜩 바람만 넣더니 이게 뭐꼬?’
아, 그러게 말이시, 고게 그러니께 우하샘 같은 대가들이나 가능하지 나 같은 조박은 해 볼라혀도 되는 게 아니랑께. 낭비한 시간 물어내라고 몽둥이 들고 달려 들면, 아이고 내사 마 다시는 후기 같은 것 안쓸끼구마. 마지막으로 인사나 하고 물러갈랍니다. 여기까지는 설레발을 쳐 왔지만 다음 얘기는 정중하게 해야 할 터.
이번 여행과 행사를 위해 수고하신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모두가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사전준비와 일사불란한 집행 등. 그 뒤에 숨겨져 있을 여러분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었음을 압니다. 그 중에 한 분.
온라인이면 온라인, 오프라인이면 오프라인.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힘든 일, 궂은 일 가리지 않고 오로지 우리 아동문학을 위한 일이라면 어디나 계시는 아동문학을 위해 태어난 사람. 빛이 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빛을 만들어 내는 사람. 그 이름 남촌 김춘남. 저는 당신께 드릴 이 세상에서 가정 멋진 무형의 감사패를 늘 가슴에 품고 삽니다. 고맙습니다.
살아오면서 인간 관계의 여러 곡절을 겪어 왔지만 선한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사람과 사람의 어울림이 얼마만큼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로인해 얼마나 행복해 질 수 있는지... 아동문학인들을 만나고 또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의 그런 신념이 진실이었음을 확인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합천호의 여명 - 그 환상적 풍경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이니 감안하고 보십시요.
첫댓글 작가등의 여행인데 이상하게 올라오지않아서 궁금했는데 역시 하빈선생님이 최고이십니다.
ㅎㅎ
좋은 여행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합천호 만큼 환상적인 후기,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