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사 절에서 주최하는 불교성지순례에 다녀왔다. 영주 부석사에 간다고 하여 나는 평소 말로만 듣던 부석사에 갈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여 아내에게 같이 가기로 약속하였고, 당일 영평사 일주문 앞에 아침 7시까지 갔다. 거기서 대형버스 3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순례자들은 버스에 승차하여 출발하였다. 제일 먼저 고운사(孤雲寺), 그 다음이 희방사(喜方寺), 마지막으로 부석사(浮石寺)에 들렀다. 고운사에 들렀을 때는 10시 반쯤이 되었다. 단체 여행 때는 특히 절의 신도들은 노쇠한 할머니들이 많아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원래 계획했던 시간보다 지체되기가 십상이다.
1. 고운사(孤雲寺)
고운사는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 위치해 있고, 『신라 신문왕 원년(서기 681년)에 해동 화엄종의 시조이신 의상대사께서 창건하신 사찰이다. 부용반개형상(연꽃이 반쯤 핀 형국)의 천하명당에 위치한 이 사찰은 원래 高雲寺였다.
신라 말 불교와 유교ㆍ도교에 모두 통달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이 여지ㆍ여사 양대사와 함께 가운루(경북 유형문화재 제151호)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후 그의 호인 孤雲을 빌어서 孤雲寺로 바뀌게 되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이자 풍수지리사상의 시조로 받들어지는 도선국사가 가람을 크게 일으켜 세웠으며 그 당시 사찰의 규모가 五法堂十房舍(5동의 법당과 10개의 요사채)였다고 한다. 현존하는 약사전의 부처님(보물 제246호)과 나한전 앞의 삼층석탑(경북 문화재자료 제28호)은 도선국사께서 조성하신 것들이다. 특히 고운사는 해동제일지장도량이라 불리는 지장보살영험성지이다.』 이상은 고운사 홈페이지를 인용한 것이다.
아쉬운 것은 고운사에 오기 전에 최치원 문학관이 있었는데 들러보지 못했고, 고운사에 오는 길에 은행나무 길이 있는데 꽤나 이름이 나 있는 그 길에 서서 사진 한 장 못 건진 것이 목구멍의 가시로 남는다. 단체 여행에서 어쩔 수 없는 처지다.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이의 은행나무 길 사진을 올려본다.
아마 이 때는 아직 단풍이 절정기가 아닌가 보다 지금쯤은 다 떨어졌을 텐데....아쉽다.
고운사는 다른 사찰과 달리 노인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요즘 내가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물론 먼지 나는 호주머니를 채우려는 목적이긴 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자신이 언제 요양원 신세를 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내 바로 위의 형님은 2달 전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경북대 병원에서 수술 후 회복중이다. 언제 시간 내어 거기에도 들러야 하는데....
버스에서 내리면 사진 찍느라 나 혼자 바쁘다.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할 까? 좋아서 하는 일은 이유가 없다. 그냥 좋아서이다. 사진 찍느라 감상할 시간도 없다. 집에 와서 사진을 정돈하면서 그제야 때늦게 혼자 사진을 펴놓고 감상과 사유에 빠지곤 한다.
여기 또, 바람으로 돌아가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단풍든 숲을 뚫고 햇살이 쏟아졌다. 순간 황금빛 얼굴이 눈부시게 반짝였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무대 위의 주인공이 하이라이트를 받으며 연기하는 가장 절정의 순간이다.
나무, 저 천태만상의 군상들을 보라. 누군가 한 땀씩 쌓은 돌탑과 한 해 동안 열심히 그려 완성한 나무들이 완성한 저 그림이 그 어떤 화가의 그림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부도 속의 저 고승들은 지금쯤 극락왕생하였을까? 아니면 몇 번째의 불국에서 부처로 중생들을 계도하고 있을까? 이 부도는 그들이 이승에 존재했다는 증거이다.
저 앞에 가는 스님이 영평사 상좌 스님이다. 저 스님이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온 분인데 불경은 저 스님이 도맡아 하고 있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큰 나무가 아마 느티나무였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공양간 크기를 보니 이 절의 규모를 짐작하겠다. 그러나 이 절은 한 때 흥성했는데 지금은 점점 몰락하여 가는 중인데 옛날보다 사찰 규모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드디어 일주문이다. 일주문에는 ‘등운산고운사’라고 씌어 있고 그 위에는 황금빛 글씨로 조계문이라고 쓴 것 같다. 의미를 알았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모른다.
잎이 떨어진 수목 사이로 보이는 해우소 조차 운치가 있어 보인다.
보통 사천왕문이라고 한다. 이 문을 지나면 대웅전을 만날 수가 있다. 문의 왼쪽에는 「내왕중생무장애」라고 씌어 있고 오른 쪽에는 「호지삼보력항마」라고 씌어 있다. 요즘 내가 자꾸 일이 어긋나고 병마가 자주 찾아오는데 이 문을 넘어 섰으니 이제 부처님의 가지력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일만 찾아 왔으면 좋겠다.
사실 아는 체 해도 모른다. 만덕당이 뭘 하는 곳인지, 후원은 또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모른다. 꼭 알려면 고운사 홈페이지에 가서 꼼꼼히 찾으면 나올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종각 안에는 북과 쇠종이 함께 있다.
드디어 대웅보전에 도착했다. 이곳을 오기 위해 아침 7시부터 열심히 달려온 것이다. 사진을 찍다 말고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렸다.
돌계단 위로 오르면 나한전과 삼층석탑이 기다린다. 나한전에는 항마를 위해 신장들을 모신 전각이다. 돌계단과 단풍이 운치를 더한다.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예술이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전각의 지붕이 고즈넉하다. 종각의 지붕 위로 떨어져 내린 낙엽들이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대웅전과 다른 전각들을 감싸 안고 있는 등운산 자락이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달다. 나의 여행에서 단순히 미적인 감각만 추구할 게 아니라 보다 깊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종각의 종이 울리지 않아도 좋다.
그냥 카메라 구도가 잡히면 찍기 바빴다. 나는 혼자 감상하고 혼자 즐긴다, 사진을 보며..
돌이켜 보니 고운사의 단풍은 참 대단하다. 나처럼 솜씨가 없는 아마추어가 이 정도로 건질 수 있으니 그냥 그림이 내게 들어와 주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붉은 단풍잎이 아기손같이 보였다.
이상으로 1부 마칩니다. 2부에서는 희방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첫댓글 바람으로 돌아가는 많은 이야기에 머물고 싶은 ‥.가을 고운사의 햇살을 누려봅니다.
시간이 나지 않아 11월 6일에 다녀와서 이제사 정리 중입니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랑 사진만 찍어 올리는 건 쉬워요. 이렇게 기행문을 쓰기는 어렵지요.
저도 한 때 북한산 사찰 모두를 이런 식으로 소개한 적이 있었지요.
이제는 그런 열정도 사라졌지만...
그래도 요즘 다시 카메라 공부를 하시잖습니까?
응원합니다.
비오는 날, 고운사 찻집에서 멍 때리고 싶습니다^^
그것 꽤 괜찮은 생각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