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배길여행 이태리,발칸여행에서 초기에 발목을 삐어 고생한 적이 있었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구급약품도 충분히 챙겼고 그 때보다 더 나이를 먹었으니 조심 x 조심을 했다.
1. 처음 바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일행 중 한 팀원의 캐리어가 부서진 것을 발견했다.
인솔자와 해당 팀원이 직접 부서진 캐리어를 가져가 공항당국과 항공사에 신고했는데
항공사에서는 두바이 환승한 것을 핑계로 에밀레이트와 두바이 플라이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 생겼다.
결국 그 분들은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매번 테이프로 감고 붙이고...
2. 아제르바이잔 라고데기에서 조지아로 국경을 넘을 때 짐을 직접 들고 통과해야 했다.
처음에는 짐을 택시로 옮겨가기로 해서 모두 기분이 업 되었지만 바로전에 국경에서 택시가 짐들을 싣고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해서 택시로 짐 옮기는 것은 무산되었다. 아예 택시가 없었다.
모두 작열하는 태양을 정수리와 등작에 흠뻑 받으며 (기분으로는 1시간 같이 길었음)땀에 절어 캐리어를 끌고 밀고
통과했다.
결국 한 사람은 캐리어 바퀴가 망가져 꼼짝 못하고 멈춰서야 했다.
뒤따르던 사람이 보이지 않자 누군가 되돌아가서 함께 옮기면서 사태가 수습되었다.
국경통과하는 시멘트 통로(도보로 걸어야 하는 계단이고 나름 캐리어를 위한 좁고 여기저기 깨진 경사로가 있다)
3. 농가 혹은 와이너리에서 식사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그곳은 직접키우고, 재배한 것들로만 식단을 마련한다는 유명세와 아름다운 조경으로 손님들을 불렀다.
그 너른 농장이 완전 화원 속이었다.
문제는 고양이 여러 마리가 제멋대로 뛰어다녔는데 하필이면 우리 식탁 밑에서 싸움이 붙어 서로 할퀴고 뒹굴고
야단이었다.
커다란 털뭉치가 굴러와 내 다리에 부딛치는가 했더니 바로 옆으로 가면서 상대방 고양이가 아닌 7부 바지의 우리
일행 다리를 제대로 할퀴어버렸다.
동물이라면 엄청 싫어하는 그 분은 비명과 함께 울음을 터드렸고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흘렀다.
이 난리를 보며 식당 주인은 아주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고 가벼렸고 우리는 모두 그 상처 때문에 더 큰 일이
벌어질까봐 걱정을 했다.
인근 주유소에 버스를 세우고 모두 마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현지인가이드와 한국인 가이드, 환자는 함께 인근
병원에 가서 응급치료를 받고 이틀 후에 트빌리시로 돌아왔을 때 조금 큰 병원에서 파상풍 주사를 맞았다.
4. 18일간의 일정 동안에 우리가 이용한 버스는 모두 안락했고 깨끗했다.
운전기사도 훌륭해 불만이 없었는데 바투미에서 광천수로 유명한 보르조미로 오는 구간에서 버스가 고장이 났다.
상가도 인가도 없는 산길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기사가 차를 고치려고 시도하더니 건너편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아주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출소(?) 옆이라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늘도 없어 땡볕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는 동안 조지아 경찰 한명이 나오더니 자기네 건물로 들어오라고 했다.
의자도 서넛 뿐이라서 연세 많으신 몇분 외에는 다시 나와서 파출소 앞 계단에 주르륵 앉았다.
그곳만이 그늘다운 그늘이 있었다. 지나는 차량들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고...
조지아 경찰은 다시 나오더니 파출소 계단 앞에는 있지 말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자발적인 파출소행을 거절당하고 삼삼오오 그늘을 찾아 흩어졌다.
2시간 가량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버스가 다시 움직여 보르조미에 도착해서 다른 버스로 교체되었다.
5. 새로 교체된 버스는 모두 좋은데 안전밸트가 없었다.
이구동성으로 안전밸트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항의하니 기사 왈
"걱정하지 마라. 조지아에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원한다면 내일 안전밸트를 만들어주겠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때문에 모두 안전에 대해서는 더 예민한 상태라서 과연 하루만에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지
궁금했다.
안전밸트 문제를 잠시 뒤로하고 그저 운전기사가 무사히 트빌리시로 데려다 줄 것을 기도하며 갔다.
그런데 트빌리시 인근 고속도로 상에서 갓길에 차가 멈춰섰다.
이유인 즉, 버스 타이어 휠 캡(휠커버)이 튕겨나가서 저 멀리 굴러갔으니 찾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황당해 하는데 차에서 내려간 기사는 10분~15분 정도 후에 정말로 타이어 휠커버를 찾아가지고 올라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 의기양양한 웃음과 제스춰라니!
우리는 박장대소하며 발을 굴러 환호했다.
다음 날 약속대로 안전밸트는 해 놓았는데 그 생김새는 등산바지 밸트 비슷한 것을 의자 등받이에다 끼워놓은 것이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또다른 걱정을 했다.
" 이 밸트를 하면 만약 충돌사고시에 복부장기 파열로 바로 죽어요"
6. 더 이상의 사건.사고는 없을 줄 알았는데 아르메니아 아짜뜨 계곡 주상절리를 관광하면서 일행 중 한 분이 발목을 다쳤다.
돌아오는 길에 그 분은 병원으로 가고 저녁시간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져 예레반 시내로 흩어져 나갔다.
그 동안 고생한 무릎을 위해 호텔에서 쉬기로 한 나는 가까운 슈퍼에서 체리와 살구를 사다가 열심히 먹었다.
병원에 다녀온 팀원에게 카톡을 했더니 다행히 뼈는 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거즈붕대로 느슨하게 드레싱된 상태로는 남은 이틀 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준비해간 탄력붕대와 동전파스
한 판을 건냈다.
이태리.발칸여행 첫날 다쳤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귀국해서 이틀 째 되던 날 코카서스3국 단톡방에서 트빌리시 메티히 교회인근에서 발생한 관광객과 가이드 사고 소식을
보았다.
아주 시시한 사고들로 액땜을 하고 무사히 여행을 마차고 돌아와 정말 다행이었다.
조지아에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그분과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다치신 가이드 분도 빨리 쾌유되기를 빈다.
첫댓글 멋지십니다
작은 사건이나
여행의 별미죠.
ㅅㅅ
요즘은 안전문제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조심조심 다니시고
즐거운 여행 계속 다니세요.
그리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예, 그래야겠지요.